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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깎이 국대 이순민, A매치 첫승 벼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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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이순민은 클린스만 감독의 부름을 받고 29세에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다. [사진 프로축구연맹]

이순민은 클린스만 감독의 부름을 받고 29세에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다. [사진 프로축구연맹]

이달 A매치 유럽 원정 2연전을 앞두고 축구대표팀에 합류한 미드필더 이순민(29·광주)은 ‘리베로(libero·자유인)’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일정한 역할에 얽매이지 않고 상황에 맞게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한다.

이순민은 늦깎이다. 1994년생, 29세의 나이에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축구대표팀 감독의 부름을 받아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철저히 무명이었지만, 올해 K리그1(1부리그) 승격 팀 광주FC의 돌풍을 이끌면서 이름을 알렸다. 지난 7월엔 팀 K리그(K리그 올스타) 소속으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스페인)와의 친선 경기에서 결승골까지 터뜨렸다.

주 포지션은 수비형 미드필더지만 팀 사정에 따라 센터백으로, 측면 수비수로, 때론 공격수로도 나선다. 어떤 자리에서든 90분 내내 쉬지 않고 뛰는 투지와 성실함은 ‘두 개의 심장’ 박지성을 닮았다. 그는 그라운드 밖에서도 자유인이다. 래퍼(활동명 위로)로서 지난 2월 데뷔 앨범을 발표하는 등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총 9곡의 노래를 공개했다.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그는 “랩을 제일 잘하는 축구 선수이자 축구를 제일 잘하는 래퍼”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이순민이 K리그 시상식에서 화려한 랩 실력을 뽐낼 때만 해도 일부 축구인들은 “랩보다는 축구에 매진하는 게 나을 것”이라며 우려 섞인 시선을 보냈다. 하지만 채 1년도 지나지 않아 그는 클린스만 감독의 부름을 받아 축구대표팀에 뽑혔다.

이순민은 지난 4일 대표팀 출국을 앞두고 “이런 기회가 다시 오지 않을 수도 있다. 절대 놓치지 않을 것”이라면서 “감독님께서 어떤 역할을 맡겨주시든 마음껏 즐기면서 실력을 입증하겠다”고 했다.

K리그 ‘넘버원 악바리’로 인정받는 이순민은 식성이 특이하다. 그는 “밀가루로 만든 음식은 절대 입에 대지 않는다”면서 “선천적으로 근육이 섬세하고 약한데, 밀가루가 근육 부상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뒤 철저히 배제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대표팀에 선발된 뒤 이순민이 ‘밀가루를 넣은 음식을 일절 먹지 않으니 식단 구성에 참고해 달라’고 말해서 협회 관계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며 “구자철(제주)이 알레르기 때문에 오이를 넣은 음식을 피한 사례가 있지만, 이순민처럼 대표팀에 합류한 뒤에도 철저히 식단을 조절하는 선수는 드물다. 첫 발탁부터 강렬한 이미지를 심었다”고 말했다.

이순민은 두 차례 A매치(8일 웨일스전, 13일 사우디아라비아전) 출격을 기다리고 있다. 황희찬·조규성 등 부상을 당했던 공격수들이 회복한 것과는 달리 미드필더진은 현재 여기저기 구멍이 뚫렸다. 카타르월드컵 본선에 참여한 중원 멤버 중 정우영(알칼리즈)과 손준호(산둥루넝)가 빠졌다. 백승호(전북)는 와일드카드(연령 제한 예외 선수)로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합류했다. 핵심 미드필더 황인범(올림피아코스)이 있지만, 팀에서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해 실전 감각이 무뎌진 상태다.

이순민은 박용우(알아인)와 함께 수비형 미드필더 역할을 놓고 경쟁을 벌인다. 경기 중 포지션을 서너 차례씩 바꿀 정도로 수준 높은 멀티 플레이 능력을 보유한 만큼 다른 역할을 맡을 가능성도 있다.

클린스만 감독은 “이순민은 K리그에서 꾸준한 활약을 보여준 선수다. 아시안컵 우승을 위해 새 얼굴을 과감하게 발탁했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축구대표팀 미드필더 겸 래퍼 이순민은

● 출생 : 1994년 5월22일 (서울)
● 체격 : 1m79㎝, 73㎏
● 포지션 : 수비형 미드필더, 중앙 미드필더, 라이트백, 센터백
● 소속팀 : 광주FC
● 출신교 : 용강중-백암고-영남대
● 올 시즌 성적 : 28경기 1골 2도움
● 장점 : 멀티 플레이, 왕성한 활동량, 중거리 슈팅
● 특징 : 래퍼 ‘위로(wero)’ 활동 병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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