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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폐암 연관성 첫 인정…206명 구제 길 열렸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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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가습기살균제 사태’ 발생 12년 만에 정부가 처음으로 가습기살균제 성분물질과 폐암의 연관성을 공식 인정했다. 환경부는 5일 ‘제36차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위원회’를 열어 599명에 대해 추가로 구제급여를 지급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총 5176명이 구제급여를 받게 됐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금까지 총 7862명이 가습기살균제 피해 구제를 요청했다. 이날 구제급여를 받게 된 599명 중 한 명은 사건 발생 12년 만에 처음으로 가습기살균제 성분물질 PHMG 노출로 폐암이 발병했다는 인정을 받았다.

이는 올해 초에 발표된 고려대 안산병원 가습기살균제보건센터의 연구 결과에 따라, ‘PHMG 노출이 폐암을 발병시킬 수 있다’는 과학적 근거를 갖게 된 덕분이다. 고려대 안산병원 가습기살균제보건센터는 2021년 3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PHMG에 의한 폐암 유발 독성연구를 진행했다. 이 연구에서 PHMG 노출량이 많은 집단에서 더 많은 비율의 폐 악성 종양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PHMG가 폐암을 유발하는 요인이 된다고 결론 내렸다.

환경부는 이날 위원회가 내린 결론에 따라 “앞으로 폐암에 걸린 피해구제 신청자도 폐섬유화 등 다른 질환이 발생한 환자와 동일하게 전문가의 의학적 검토를 거쳐 순차적으로 구제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의미를 평가했다. 회의를 주재한 임상준 환경부 차관(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위원회 위원장)은 “폐암은 과학적 입증이 매우 어렵고, 과학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실험 과정도 긴 질병이었다”며 “이제 근거를 마련했으니 피해 구제를 신청한 폐암 진단자 206명에 대해 정부가 보다 전향적으로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 특별법에 따라 보상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가습기살균제 사망 피해자 유족에게는 특별유족조의금과 장의비 등을 지급하고 생존 피해자는 요양급여(치료비), 요양생활수당 등을 지원한다.

피해자 단체는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박혜정 가습기살균제 환경 노출확인 피해자연합 대표는 “지금까지 문제가 된 가습기살균제를 쓴 사람 중 1800여명(환경단체 추산)이 사망했다”며 “죽을 때까지 피해를 인정받지 못해 치료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한 분들을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송운학 공익감시 민권회의 대표는 “이제 폐섬유화·폐렴·기관지염·천식에 이어 폐암이 가습기살균제 피해 인정 질병에 속하게 됐다”며 “5개 질병으로 한정하지 말고, 전신질환으로 그 범위를 대폭 확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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