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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들 나라 위기 쓴소리…시진핑, 내탓이냐며 측근에 분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을 확정한 지난해 10월 중국공산당 제20차 당대회 폐막식에서 후진타오(胡錦濤·80) 전 국가주석이 진행요원의 부축을 받으며 강제로 퇴장하고 있다. 이후 후 전 주석의 행적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오른쪽은 시 주석, 왼쪽은 리커창 당시 총리. [AP=연합뉴스]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을 확정한 지난해 10월 중국공산당 제20차 당대회 폐막식에서 후진타오(胡錦濤·80) 전 국가주석이 진행요원의 부축을 받으며 강제로 퇴장하고 있다. 이후 후 전 주석의 행적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오른쪽은 시 주석, 왼쪽은 리커창 당시 총리. [AP=연합뉴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최근 공산당 지도부 출신 원로집단의 호된 조언을 받은 뒤 측근들에게 분노를 표출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5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의 나카자와 가쓰지(中澤克二) 편집위원 겸 논설위원은 ‘시(習)정권 워치’라는 기명 온라인 연재물을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나카자와 위원은 “수수께끼였던 올여름 베이다이허 회의의 분위기가 드러나고 있다”면서 “시 주석 취임 후 지난 10년(2012~2022년)과 올해 분위기는 전혀 달랐다”고 썼다.

나카자와 위원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올여름 베이다이허에 공산당 지도부 출신의 초거물급 원로는 한 명도 오지 않았다고 전했다. 원래 중국의 전·현직 지도부는 2주 동안 여름휴가를 겸한 비밀회의인 베이다이허 회의를 열고 국가정책을 논의한다.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은 지난해 11월 96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후진타오(胡錦濤·80) 전 주석은 지난해 10월 공산당 당대회 폐회식 자리에서 강제 퇴장한 후 행적이 알려지지 않았다.

나카자와 위원은 “원래 실력 있는 원로가 회의에 오지 않는 상황은 시 주석에게 유리한 상황이지만 그보다 더 복잡한 일이 일어났다”고 전했다. 그는 “중국 경제는 개혁개방이 본격화된 이래 미증유의 후퇴 국면에 있다”며 최대 부동산기업인 헝다그룹의 파산 위기로 대표되는 부동산 불황 등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중국군에서 지난 7월 핵미사일을 운용하는 로켓군 사령관을 교체하고, 전랑외교를 주도해 온 외교부 수장 친강(秦剛)을 뚜렷한 이유를 밝히지 않고 해임하는 등 내부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나카자와 위원은 “원로집단은 일반 민중의 마음이 당을 떠나면 통치 자체가 위태로워질지도 모른다고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위기감이 높아지자 원로들은 지난달 베이다이허 회의에 앞서 독자적으로 회의를 소집해 현 지도부에 전달해야 할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나카자와 위원은 “원로들의 ‘총의’를 모아 대표자 몇 명만 회의에 참석했는데 이들이 시 주석을 앞에 두고 ‘더 이상의 혼란은 곤란하다’고 다그치며 기존에 없던 강한 어조로 조언했다”고 주장했다. 이때 앞장선 원로는 전 국가부주석이자 장쩌민의 최측근이었던 쩡칭훙(曾慶紅·84)이라고 전해졌다.

나카자와 위원은 “시 주석은 다른 자리에서 측근들에게 분노를 터뜨렸다”고 전했다. 시 주석은 “(덩샤오핑·장쩌민·후진타오) 과거 3대가 남긴 문제가 모두 (내게) 덮어씌워졌다”면서 “(집권 후) 10년이나 노력했는데 문제 해결이 안 됐다. 이게 내 탓이냐”며 측근들에게 불만을 표출했다고 한다.

이 외에도 나카자와 위원은 “권위 있는 톱이 (오는 9~10일) 인도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회의에 참석하는 건 위험하다는 게 시 주석 측근들의 판단이었다”면서 “중국 경제의 실무 책임자인 리창(李强) 총리가 대신 인도에 가는 것이 타당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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