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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율성·오염수 두고 고성만…“국회가 초등학교 반창회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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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5일 국회에서 열린 정치 분야 대정부질문은 시작부터 고성이 오갔다. 첫 질문자로 나선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수해복구 지원에 나섰다가 숨진 해병대 채 상병 사건 수사에 윗선 개입 의혹을 제기하며 윤석열 대통령 탄핵 가능성을 언급하면서다.

설 의원은 “이 사건은 대통령이 법 위반을 한 것이고 직권남용한 게 분명하다”며 “탄핵할 수 있는 소지가 충분히 있다”고 주장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무슨 탄핵이냐”며 자리에서 고함을 치며 거세게 항의했다. 설 의원이 재차 “윤석열 정부는 자랑스러운 독립운동의 역사를 폄훼하고 동해를 일본에 넘기고 핵 오염수를 퍼붓게 해 국민 건강을 위협에 빠뜨렸다”며 “이대로 가면 국민들이 탄핵하자고 나설지 모르겠다”고 탄핵 발언을 하자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어디서 탄핵 이야기를 해”라고 소리쳤고, 조경태 의원은 1분가량 “취소해”를 반복하며 본회의장은 아수라장으로 돌변했다. 장동혁 원내대변인은 논평까지 내고 “설 의원은 발언을 취소하고 국민 앞에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김진표 의장은 “여야 의원의 태도는 방청하는 국민들이 발언자의 말을 못 듣게 방해하고 있다”며 “제발 경청해 달라. 초등학교 반창회에 가도 이렇게 시끄럽지는 않다”고 개탄했다.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공방 과정에서도 최강욱 민주당 의원이 “1+1을 100이라고 하는 세력과 싸워야 한다”고 한 윤 대통령의 최근 발언을 “윤석열씨가 한 말”이라며 ‘대통령’ 호칭을 쓰지 않자 국민의힘 의원석에서 또다시 고성이 터져 나왔다.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이 2008년 광우병 괴담, 2020년 천안함 괴담, 2017년 사드 괴담으로 재미를 보더니 괴담을 선전선동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영향권에 있는 미국, 캐나다를 비롯한 태평양 도서 국가는 크게 문제 삼지 않는데 중국, 러시아, 북한, 민주당만 극렬한 반대 활동을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육군사관학교의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결정에 대해서도 여야가 공방을 벌였다.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자유시 참변을 거론하며 “소련 적군의 무장해제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한 김좌진 장군과 받아들인 홍범도 장군 중 육사 생도에게 어떤 리더십을 가르쳐야 하냐”며 옹호했다. 반면에 김두관 민주당 의원이 지난 6월 윤 대통령이 베트남 국빈 방문 당시 호찌민 묘소에 헌화하는 사진을 보이며 “공산주의 국가에 투자한 기업은 철수해야 하지 않느냐”고 주장하자 한덕수 총리가 “그렇다고 우리가 베트남 국부의 흉상을 육사에 갖다놓을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맞받기도 했다.

여당은 광주광역시가 추진 중인 정율성 기념공원 사업을 꺼내 ‘종북 프레임’으로 맞불을 놨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정율성은) 조선인민군 구락부장으로 북한 인민군 사기를 북돋우기 위해 위문 공연을 수백 개 했던 사람”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 단식과 관련해 조응천 민주당 의원이 “이 대표 단식 6일 차인데 총리가 나가는 길에 야당 대표 손 한 번이라도 잡는 게 금도”라며 “대통령께 비서실장이나 정무수석이 야당 대표를 찾아가 만나도록 건의할 생각이 없느냐”고 하자 한 총리는 “한번 검토해 보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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