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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하청 사고도 원청 근재보험으로 보장해야"…대법 파기환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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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전경. 뉴스1

대법원 전경. 뉴스1

보험회사는 원청의 재하청 근로자에게도 근로자재해보상보험(이하 근재보험) 보험금을 줘야한다고 대법원이 판결했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재하청 근로자에게는 근재보험금을 주지 않아도 된다는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재판부는 “보험증권이나 약관 조항이 여러 의미로 해석될 수 있고 해당 약관의 뜻이 명백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고객 등의 이익에 유리하게 해석해야 한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근로자 A씨의 손을 들어줬다. 근재보험은 근로자가 국가가 운영하는 산재보험 보상한도를 초과하는 업무상 재해를 입었을 경우, 그 초과분을 보상해주는 민간 보험 상품이다.

A씨는 원청인 전기통신 B사의 재하청 근로자다. B사는 2013년 6월 C보험사와 기간을 1년으로 하는 근재보험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서엔 C보험사의 보상 책임 범위를 “B사의 원·하청업체에 속한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로 한정했다.

이후 B사는 신축공사 현장에 배전반을 제작·운반·설치하는 일을 D사에 하청 발주했다. 그런데 D사가 다시 배전반 운반 인력 제공을 인력 용역회사인 E사에 의뢰하며, A씨가 해당 업무에 투입됐다.

A씨는 2014년 2월 오전 9시쯤 800kg에 달하는 배전반을 운반해 설치하다가 배전반에 깔려 하반신이 마비되는 사고를 당했다. A씨는 D사 등을 통해 산업재해 처리를 받았지만, 산재 보험금으로는 치료비 감당이 어려웠다. 이에 원청인 B사가 근재보험을 가입한 C보험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쟁점은 근재보험의 보장 범위를 재하청 업체 소속 근로자에 대해서까지 확대할 수 있는지였다. 원심은 C보험사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8부(부장 황기선)는 “근로자 A씨는 하청업체 D사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D사의 구체적 지휘·감독을 받는 실질적 피용자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근재보험의 보장 범위를 원·하청 업체 근로자로 제한했으니, 원청과 계약 없이 인력을 제공한 E사 소속 A씨는 손해배상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E사는 원청과 직접 계약을 체결한 하청업체는 아니지만 배전반 운반·설치 작업은 이 사건 보험계약의 담보사업에 해당하고, E사와 그 근로자인 원고는 수행한 작업의 내용, 실질적 지위, 재해의 위험을 인수하는 이 사건 보험계약의 목적과 취지에 비추어 공동피보험자에 해당한다고 봐야한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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