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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커 150만명 잡는다…단체비자 수수료 면제, 면세 확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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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중국인 단체관광객(유커·遊客)의 비자 수수료를 면제해 주고, 면세 혜택은 늘린다. 쇼핑 위주 저가(덤핑) 관광은 솎아낸다. 정부가 유커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기획재정부·문화체육관광부는 4일 유커 유치 활성화를 위한 ‘중국인 방한 관광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반도체시장 반등과 함께 한국 경제 ‘상저하고(上低下高·상반기 부진하다 하반기 반등)’ 전망의 한 축인 중국 리오프닝(방역 완화) 효과를 최대한 누리기 위해서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우선 한국 방문이 편하도록 혜택부터 늘렸다. 유커 대상 전자비자 발급수수료(약 1만8000원)를 연말까지 면제한다. 2019년 12월 이후 3년8개월 만에 수수료 면제 혜택을 재개했다. 코로나19가 확산한 뒤 줄어든 항공 노선을 인천·대구·김해공항 등에서 증편하기로 했다. 100명 이상 단체관광 시 전담 비자·관광 담당자를 제공한다.

서울 명동, 제주도 등 주요 관광지의 화장품 가게, 약국 등에서 면세품 구매 시 세금을 즉시 환급받을 수 있는 장소를 200여 곳 늘린다. 내년부터는 사후 면세점에서 환급 가능한 최소 금액을 3만원→1만5000원으로 내린다. 즉시 환급 한도는 1회 50만원→70만원으로 확대한다. 위챗페이·알리페이 같은 간편결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가맹점을 25만 곳 늘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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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인·이벤트 혜택도 마련했다. 내년 3월까지 출발하는 항공편을 10월 15일까지 예매할 경우 5~39% 할인해 준다. 유커 1만 명을 추첨해 헤어·메이크업이나 ‘치맥(치킨+맥주)’, 한강 공원 피크닉을 체험할 수 있는 이벤트도 준비했다.

한국 관광을 꺼리게 하는 단점은 보완했다. 쇼핑을 강요하는 덤핑 관광을 막기 위해 여행사 관광 상품을 상시 모니터링하고 기준에 미달할 경우 퇴출하기로 했다. 무자격 관광통역안내사도 집중적으로 단속한다. 질 좋은 상품을 운용하는 관광사에 품질 인증 마크를 붙이고, 인증을 갱신할 경우 우대 혜택을 준다.  박기순 성균관대 중국대학원 교수는 “중국의 황금연휴로 꼽히는 중추절·국경절 연휴(9월 29일~10월 6일), 항저우 아시안게임(9월 23일~10월 8일) 기간을 앞두고 정부가 발 빠르게 유커 끌어안기에 나섰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1인당 한국 여행 지출 경비가 전체 외국인 평균보다 38% 높다. 기재부는 올 하반기 중국인 관광객이 상반기의 3배 규모인 15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국내총생산(GDP) 경제성장률에 0.16%포인트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다만 잔뜩 얼어붙은 중국 소비 심리가 변수다. 중국은 최근 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청년실업률은 20%를 돌파했다. 2017년 사드배치 이후 여행 선호도가 단체관광→개별 자유여행으로 바뀐 측면도 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 물가는 크게 뛰었는데, 유커의 구매력은 낮아졌다”며 “이 기회에 덤핑 관광을 철저히 끊고 관광 상품을 다양화·고급화해 유커를 붙잡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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