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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C 떠난 전주체육관 신축 부지…허허벌판 잡초만 무성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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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면

지난 1일 전북 전주시 장동 월드컵경기장 인근 ‘전주실내체육관’ 신축 부지. 지난해 3월 기공식을 한 지 1년 5개월이 지났지만, 허허벌판에 잡초만 무성한 상태다. 김준희 기자

지난 1일 전북 전주시 장동 월드컵경기장 인근 ‘전주실내체육관’ 신축 부지. 지난해 3월 기공식을 한 지 1년 5개월이 지났지만, 허허벌판에 잡초만 무성한 상태다. 김준희 기자

지난 1일 오전 11시 전북 전주시 장동 월드컵경기장 인근 복합스포츠타운 공사 현장. 중장비 여러 대가 굉음을 내며 분주히 움직였다. 전주시가 지난 6월 27일 착공한 육상경기장·야구장 건립 부지다. 이날 인부들은 굴착기로 땅을 파고, 불도저로 흙을 밀어내며 땅을 평평히 골랐다.

스포츠타운은 총 사업비 1421억원을 들여 오는 2025년 11월 완공하는 게 목표다. 야구장과 육상경기장이 들어설 곳은 부지 조성 공사가 상당히 진척된 모습이었다. 착공 전 현장을 뒤덮었던 나무와 풀·경작물 등이 공사 석 달 만에 대부분 없어졌다.

반면 인근에 있는 ‘KCC 이지스’ 프로농구단 홈구장 신축 부지는 허허벌판에 잡초만 무성했다. 여름이라 어른 허리 높이만큼 풀이 자란 부지 옆 도로변에는 ‘전주실내체육관 건립’이라고 적힌 구조물만 덩그러니 서 있었다.

앞서 전주시는 지난해 3월 29일 이곳에서 ‘전주실내체육관 기공식’을 열었다. 그러면서 “2023년 12월 완공을 목표로 522억원을 투입해 2만1186㎡ 대지에 지하 1층, 지상 3층 6000석 규모 다목적 체육관을 지을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김승수 전주시장은 기공식 당시 전창진 KCC 이지스 감독 등과 첫 삽을 뜨며 기념 촬영을 했다. 김 시장은 이날 “전주실내체육관을 지으면 시민이 보다 쾌적하고 안전하게 프로농구 KCC 홈경기는 물론 다양한 국제 대회를 관람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1년 5개월이 지난 지금 그의 말은 ‘공수표’가 됐다. KCC가 지난달 30일 “전주시가 체육관 건립 약속을 7년째 지키지 않았다”며 연고지를 부산으로 옮겼기 때문이다.

KCC ‘연고지 이전설’은 2015년에도 나왔다. 2001년부터 홈구장으로 쓰던 전주실내체육관(1973년 완공)이 너무 낡아 안전 문제(C등급) 등이 불거지면서다. KCC는 수원 이전을 추진했지만, 당시 김 시장이 “2023년 12월까지 새 체육관을 지어주겠다”고 약속하면서 위기를 넘겼다.

이후로도 새 체육관을 짓는 공사는 지지부진했다. 전주시는 지난달에야 체육관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 공고를 냈다. 최형길 KCC 단장은 지난달 30일 한국농구연맹(KBL) 이사회 직후 브리핑에서 “지난 4월 새 체육관을 직접 지으라는 지역 국회의원 요청이 들어와 이상 징후를 감지했다”며 “5월엔 전주시와 KBO(한국야구위원회) 총재가 야구장 건립 활용 계획을 논의하는 것을 보고 ‘농구는 뒷전이 됐구나’하는 아쉬움이 깊었다”고 했다.

실제 지난해 7월 취임한 우범기 시장은 송하진 전 전북지사와 함께 지난 5월 18일 허구연 KBO 총재와 만나 전주시 신축 야구장 활용 방안을 논의했다. 전주에는 KBO 리그 원년인 1982년부터 1989년까지 해태 타이거즈 제2 홈구장이 있었다. 1990년부터 1999년까지는 쌍방울 레이더스 연고지였다.

이 때문에 전주시 안팎에선 “우범기 시장이 프로야구단 유치를 위한 야구장 건립에 공들인 나머지 전임 시장이 추진한 실내체육관 신축은 소홀히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전주시는 “시장이 바뀌어서 공사가 지연된 게 아니다”며 “실내체육관 신축은 설계 과정부터 KCC와 계속 조율해 왔는데 갑자기 연고지를 바꿔 당혹스럽다”고 반박했다.

전주시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여파로 건설 자잿값이 많이 올라 설계 내역을 맞추느라 행정 절차가 늦어진 것뿐”이라며 “스포츠타운은 계획대로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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