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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 수수료 면제, 면세 확대, '치맥' 체험…'유커 잡기' 총력전

중앙일보

입력

지난달 24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며 손을 흔드는 중국인 단체관광객. 뉴스1

지난달 24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며 손을 흔드는 중국인 단체관광객. 뉴스1

중국인 단체관광객(유커·遊客)의 비자 수수료를 면제해 주고, 면세 혜택은 늘린다. 쇼핑 위주 저가(덤핑) 관광은 솎아낸다. 정부가 유커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기획재정부·문화체육관광부는 4일 유커 유치 활성화를 위한 ‘중국인 방한 관광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반도체 시장 반등과 함께 한국 경제 ‘상저하고(上低下高·상반기 부진하다 하반기 반등)’ 전망의 한 축인 중국 리오프닝(방역 완화) 효과를 최대한 누리기 위해서다. 지난달 10일 중국 정부가 2017년 3월 이후 6년 5개월 만에 한국 단체관광을 허용한 만큼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식 대책을 마련했다.

우선 한국 방문이 편하도록 혜택부터 늘렸다. 유커 대상 전자비자 발급수수료(약 1만8000원)를 연말까지 한시 면제한다. 2019년 12월 이후 3년 8개월 만에 수수료 면제 혜택을 재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한 뒤 줄어든 항공 노선을 인천·대구·김해공항 등에서 증편하기로 했다. 100명 이상 단체 관광 시 전담 비자·관광 담당자를 제공한다.

서울 명동, 제주도 등 주요 관광지의 화장품 가게, 약국 등에서 면세품 구매시 세금을 즉시 환급받을 수 있는 장소를 200여곳 늘린다. 내년부터는 사후 면세점에서 환급 가능한 최소 금액을 3만원→1만5000원으로 내린다. 즉시 환급 한도는 1회 50만원→70만원으로 확대한다. 인기 관광지를 중심으로 위챗페이·알리페이 같은 간편결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가맹점을 25만 곳 늘리기로 했다.

할인·이벤트 혜택도 마련했다. 내년 3월까지 출발하는 항공편을 10월 15일까지 예매할 경우 5~39% 할인해 준다. 유커 1만명을 추첨해 헤어·메이크업이나 ‘치맥(치킨+맥주)’, 한강 공원 피크닉을 체험할 수 있는 이벤트도 준비했다.

한국 관광을 꺼리게 하는 단점은 보완했다. 쇼핑을 강요하는 덤핑 관광을 막기 위해 여행사 관광 상품을 상시 모니터링하고 기준에 미달할 경우 퇴출하기로 했다. 송객 수수료 세관 보고도 의무화했다. 무자격 관광통역안내사도 집중적으로 단속한다. 질 좋은 관광 상품을 운용하는 관광사에 품질 인증 마크를 붙이고, 인증을 갱신할 경우 우대 혜택을 준다.

박기순 성균관대 중국대학원 교수는 “중국의 황금연휴로 꼽히는 중추절·국경절 연휴(9월 29일~10월 6일), 항저우 아시안게임(9월 23일~10월 8일) 기간을 앞두고 정부가 발 빠르게 유커 끌어안기에 나섰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1인당 한국 여행 지출 경비가 전체 외국인 평균보다 38% 높다. 인바운드(외국인의 국내 여행) 관광 시장의 ‘큰 손’이란 얘기다. 기재부는 올 하반기 중국인 관광객이 상반기의 3배 규모인 15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국내총생산(GDP) 경제성장률에 0.16%포인트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다만 잔뜩 얼어붙은 중국 소비 심리가 변수다. ‘유커 특수’가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는 얘기다. 중국은 최근 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청년실업률은 20%를 돌파했다. 2017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이후 여행 선호도가 단체 관광→개별 자유 여행으로 바뀐 측면도 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과거만큼 쇼핑이 관광의 ‘메인 메뉴’인 시절은 지나갔다. 게다가 한국 물가는 크게 뛰었는데, 유커의 구매력은 낮아졌다”며 “이 기회에 덤핑 관광을 철저히 끊고 관광 상품을 다양화·고급화해 유커를 붙잡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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