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野, 대법원장 청문회 직전 기선잡기…‘면직’ 법관징계법 발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균용 후보자가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이균용 후보자가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이 법관 징계를 강화하는 법안을 발의하며 기선 잡기에 나섰다.

이 후보자 인사청문특별위원회(특위) 민주당 간사인 박용진 의원은 4일 법관 징계 종류에 면직을 추가하는 ‘법관징계법 개정안’을 발의한다고 3일 밝혔다. 법관은 다른 공무원과 달리 징계에 해임이나 면직이 없다. 현행 법관징계법 제3조는 징계 처분의 종류를 정직·감봉·견책으로만 규정하고 있다. 탄핵이 아닌 이상 자리를 박탈당하지 않는다. “법관은 탄핵 또는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파면되지 아니한다”는 헌법 제106조 제1항에 따른 것이지만 해임·면직·정직·감봉·견책으로 구분된 검사징계법과의 형평성도 맞지 않는다는 게 박 의원의 지적이다.

박 의원은 개정안 발의를 토대로 인사청문회에서 ‘법관 솜방망이 징계’ 실태를 따져 물을 계획이다. 박 의원에 따르면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법관 징계는 총 37건이었다. 최고 수의 징계는 2007년 인천지법의 한 부장판사가 재판 당사자와 수차례 만남과 통화를 하는 비위 행위를 저질러 정직 10개월을 받은 사건이었다. 2016년 인천지법 판사 성매매 사건은 감봉 3개월 처분에 그쳤다. 2017년에도 서울고법 판사가 지하철에서 여성 신체를 불법 촬영한 사실이 있었지만 감봉 4개월을 받는 등 가벼운 징계가 줄을 이었다. 경찰관 폭행, 음주운전 등의 비위에도 경고성 조치에 그치는 ‘견책’을 내린 경우도 있었다.

이 때문에 박 의원의 법안 발의에 대해 일각에선 “윤석열 정부의 첫 대법원 수장 교체 후 법관 중징계를 늘려 타격을 주려는 의도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성룡 기자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성룡 기자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19~20일 이틀간 열리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특위 위원장으론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확정됐다. 국민의힘은 간사인 정점식 의원을 포함해 장동혁·전주혜·김형동 의원이, 민주당은 간사인 박 의원을 비롯해 김승남·김회재·서동용·이수진(서울 동작을)·전혜숙·최기상 의원이 각각 특위 위원을 맡기로 했다.

이 후보자 지명 당시 민주당 내부에선 “보수 성향만을 문제삼아서는 낙마시키기 어렵다”는 기류가 강했다. 하지만 아들의 김앤장 인턴십 논란과 비상장 주식 재산신고 문제 등이 불거지면서 송곳 검증을 벼르고 있다. 이 후보자 아들은 만 20세 대학생 시절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인턴으로 근무해 ‘아빠 찬스’ 의혹이 제기됐다. 본인과 배우자, 자녀 2명이 비상장 주식 총 9억8924만원어치를 보유했지만 판사 시절 재산공개엔 누락된 점도 야당이 겨누는 지점이다. 72억3158만원인 이 후보자의 재산 형성 과정에 대해서도 민주당은 훑고 있다.

한 민주당 특위 위원은 3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10억원 가까운 비상장 주식 재산을 누락시키고도 아무 문제 없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그래놓고 과거 재산 신고를 누락한 정치인(2018년 우석제 전 안성시장)에게 당선 무효형을 선고한 건 최악의 내로남불”이라고 비판했다. 다른 특위 위원은 “신임 대법원장이 임명되면 2020년 폐지된 고등부장 승진제를 부활시켜 사법 개혁으로 이룬 법원 수평화를 되돌리려는 시도가 있을 것”이라며 “제왕적 인사시스템으로 회귀하려는 의중이 있는지를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말했다.

대법원장은 국회 본회의 임명동의안 표결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이 후보자가 임명되면 진보 우위였던 대법원 구도가 보수 5, 진보 5, 보수 성향 중도 4로 재편돼 보수 우위로 재편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