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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제와 바람난 남편역 여배우가?…'더글로리' 사라 '프리다' 변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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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멕시코 화가 프리다 칼로의 전기 뮤지컬 '프리다' 포스터. 주연 트리플 캐스팅 중 배우 김희어라의 모습이다. 사진 EMK뮤지컬컴퍼니

멕시코 화가 프리다 칼로의 전기 뮤지컬 '프리다' 포스터. 주연 트리플 캐스팅 중 배우 김희어라의 모습이다. 사진 EMK뮤지컬컴퍼니

자화상으로 유명한 멕시코 여성 화가 프리다 칼로(1907~1954)가 47세에 요절하기 전 마지막으로 그린 건 수박이었다. 짙푸른 껍질, 꽃처럼 깎아낸 붉은 속살. 파란 하늘 아래 놓인 일곱 덩이 수박 중 가장 작은 조각엔 스페인어로 이렇게 적혀 있다. ‘Viva La Vida’. 인생이여 만세.
실제 프리다 칼로의 인생은 처절했다. 평생 고통에 맞선 그의 예술과 사랑을 그린 쇼 뮤지컬 ‘프리다’가 지난달 1일 시작, 다음달 15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 신한카드아트리움에서 공연 중이다.

프리다 셀프 장송곡…강렬한 록넘버

프리다는 6살에 척추성 소아마비로 한쪽 다리 성장이 멈췄다. 18살엔 버스 교통사고로 척추가 산산조각났다. 21살 많은 남편이자 멘토였던 멕시코 민중화가 디에고 리베라는 극심한 여성편력 끝에 처제인 프리다의 여동생과 바람을 피울 정도였다. 뮤지컬은 프리다가 생의 마지막 날 자신의 삶에 바치는 장송곡을 14곡의 강렬한 록 넘버에 담았다. 무거울 수밖에 없을 삶의 이야기를 프리다가 주인공으로 출연한 ‘더 라스트 나이트 쇼’란 토크쇼 리허설 형태로 속도감 있게 풀었다. 피처럼 붉은 고뇌를 새긴 가사가 시원한 고음의 보컬에 실려 귀청을 뚫는다.

지난달 1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신한카드아티움에서 열린 뮤지컬 '프리다' 프레스콜에서 배우 알리가 하이라이트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1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신한카드아티움에서 열린 뮤지컬 '프리다' 프레스콜에서 배우 알리가 하이라이트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0년 제14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에서 트라이아웃(시험 공연)을 선보여 창작뮤지컬상을 받았고 지난해 초연에 이어 올해가 두 번째 시즌이다. 프리다 역 배우를 비롯해 여성 배우만 4명이 출연하는 간결한 무대다.
프리다 역은 트리플 캐스팅(김소향‧알리‧김히어라)했다. 초연 이후 다시 합류한 김소향이 “초연에서 걸렸던 부분을 보완”하며 노련하게 극을 이끈다면, ‘투란도트’ ‘레베카’ 등에 이어 뮤지컬 도전한 가수 알리는 “내 종교는 사랑”이라 외치는 프리다의 처절한 순교를 허스키 음색에 싣는다.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로 주목받은 뮤지컬 배우 김히어라는 “투쟁하는 프리다, (세상을) 떠날 때 축제였다고 말하는 그녀의 마음”에 집중한 모습이다.

멕시코 화가 프리다 칼로 전기 #병마·사랑 고통 맞선 투쟁의 삶 #14곡 록넘버…"인생이여 만세"

처제와 바람난 남편 디에고 女배우가 연기 

배우 황우림(왼쪽부터)과 리사, 김소향, 임정희가 지난 1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 아티움 신한카드홀에서 열린 뮤지컬 ‘프리다’ 프레스콜에서 하이라이트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뉴스1

배우 황우림(왼쪽부터)과 리사, 김소향, 임정희가 지난 1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 아티움 신한카드홀에서 열린 뮤지컬 ‘프리다’ 프레스콜에서 하이라이트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뉴스1

뮤지컬엔 또다른 3명의 캐릭터도 나온다. 내면의 친구들이라고 해도 좋겠다. 극 전체를 지탱하는 가상 토크쇼 진행자이자 남편 디에고 리베라 캐릭터를 겸한 ‘레플레하’. 전수미‧리사‧스테파니가 번갈아 연기한다. 프리다를 찾아오는 죽음 ‘데스티노’는 임정희‧정영아‧이아름솔, 프리다가 어릴 적 희망인 의사로 성장한 평행우주의 캐릭터 ‘메모리아’는 최서연‧박시인‧허혜진‧황우림이 맡았다. 남성 배역인 남편 디에고 역까지 여배우가 맡았다는 점에서 보듯, 실제 인물 그대로가 아니라 프리다가 심장에 새긴 기억 속 인물을 그려낸 듯한 연출이다.
프리다를 괴롭히는 죽음의 신, 남편 디에고 역의 배우들이 프리다와 같은 톤의 의상을 입고 4인조 그룹처럼 춤추는 엔딩 무대 ‘비바 라 비다’는 고통을 껴안고 스스로를 해방시키는 장면처럼 다가온다. 극작‧작사를 겸한 추정화 연출은 “고통은 누구에게나 찾아오지만 그것을 이겨낼 위트와 담대함을 누구나 가진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프리다 캐릭터가 두 가지를 모두 갖췄다는 뜻이다. 정형외과용 코르셋을 벗어던지고, “널 그려”라고 스스로 다짐하는 프리다를 향한 여성 관객의 환호는 크다. 지난달 말 인터파크 예매사이트 기준 ‘프리다’ 관객 중 83.8%가 여성, 연령별론 20대(39.5%), 30대(28%)가 가장 많았다.

프리다 유명 자화상 등 대표 회화 무대장식 

뮤지컬 공연 무대에서 볼 수 있는 프리다 칼로의 대표작 '벌새와 가시 목걸이를 한 자화상'(1940). 지난해 스위스에서 열린 전시의 한 장면이다. 연합뉴스

뮤지컬 공연 무대에서 볼 수 있는 프리다 칼로의 대표작 '벌새와 가시 목걸이를 한 자화상'(1940). 지난해 스위스에서 열린 전시의 한 장면이다. 연합뉴스

프리다 칼로의 또 다른 대표작 중 하나인 '두 명의 프리다'(1939). 역시 지난해 스위스 전시에 출품된 모습이다. 연합뉴스

프리다 칼로의 또 다른 대표작 중 하나인 '두 명의 프리다'(1939). 역시 지난해 스위스 전시에 출품된 모습이다. 연합뉴스

하지만 버스사고 당시 깨져버린 첫사랑부터 디에고에 이르기까지, 프리다의 인생이 사랑의 실패로 점철된 것으로 그린 극본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린다. 멕시코 혁명기를 관통하며 평생 30차례 수술을 받은 프리다의 예술 투혼은, 연애사로만 한정하기에는 훨씬 크고 넓다는 이유에서다.
주연 배우 알리가 “힘든 시절 버틴 동력”이라 밝힌 프리다의 ‘부서진 기둥’(1944) 등 대표작들이 극 흐름에 맞춰 등장하는 것도 감상 포인트. 부부 자화상 ‘프리다와 디에고 리베라’(1931), 순백의 드레스 차림 프리다가 디에고의 초상화를 쥔 또 다른 자신을 끊어내려는 모습의 ‘두 명의 프리다’(1939), 마지막 작품 ‘비바 라 비다’(1954)까지 등장해 프리다의 내면에 대한 상상을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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