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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서 빼돌리기 쉽다"…이런 프로포폴, SNS에선 '3분의 1 값'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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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지난 30일 SNS에 프로포폴을 검색했더니 판매 관련 글이 뜬다. 쓰여져 있는 약은 전부 의료용 마약이다. 사진 SNS 캡처

지난 30일 SNS에 프로포폴을 검색했더니 판매 관련 글이 뜬다. 쓰여져 있는 약은 전부 의료용 마약이다. 사진 SNS 캡처

“병원 시술보다 3배 쌉니다. 구매하면 상세한 (복용) 가이드까지 보내드립니다.”

포폴은 프로포폴의 줄임말이다. 지난 28일 프로포폴 판매상과 나눈 SNS 대화를 재구성했다. 박경민 기자

포폴은 프로포폴의 줄임말이다. 지난 28일 프로포폴 판매상과 나눈 SNS 대화를 재구성했다. 박경민 기자

지난 28일 소셜미디어(SNS)에서 프로포폴을 판다고 광고하는 판매업자에게 메시지를 보내니 1분도 안 돼 이런 답이 돌아왔다. 그는 “해외에서는 이렇게 많이 한다”며 투약 방법을 안내하기도 했다. 그는 트위터에 “아직도 프로포폴 맞으려고 성형외과 시술까지 하는 사람들이 있다. 연락 달라”는 광고 글을 반복해 올렸다. 이처럼 인터넷과 SNS에는 프로포폴 등 의료용 마약을 판매업자들의 광고가 넘쳐난다. 경찰 관계자는 "해당 광고는 사기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중독자만 아는 은어를 쓰는 일종의 인증 절차를 거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라면서도 "케타민·펜타닐 같은 의료용 마약은 대부분 온라인으로 유통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프로포폴 주사. 연합뉴스

프로포폴 주사. 연합뉴스

불법적으로 팔리는 의료용 마약 중 일부는 병·의원과 같은 의료기관에서 빼돌리는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서울경찰청은 서류를 조작해 환자 한 명당 최대 프로포폴 10병을 빼돌린 혐의를 받는 성형외과 두 곳을 수사 중이다. 경찰 마약 수사관 출신인 윤흥희 한성대 마약알코올학과 교수는 “약품 관리에 허점이 있어 의사나 간호사가 의료용 마약을 빼돌리기 쉬운 환경”이라고 말했다. 보험 업계 관계자는 “프로포폴은 취급 보고를 해야 하므로 대량 유통이 힘들고, 약병이라 밀수도 쉽지 않다”며 “허위로 수술했다고 서류를 조작하는 경우가 많다. 보험사에서도 이런 허위청구 의심이 드는 곳을 면밀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의사는 돈벌이 수단으로 의료용 마약을 환자들에게 쉽게 내준다. ‘압구정 롤스로이스 사고’ 피해자의 법률 대리인인 권나원 법무법인 혜광 변호사는 “서울 강남 일대의 일부 성형외과들이 손님을 받아 (의료용 약물을) 투약해준다는 소문이 있다. 이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6월엔 이른바 ‘좀비 마약’으로 불리는 펜타닐 패치 4826장을 진찰도 없이 304회에 걸쳐 처방한 40대 정형외과 의사가 불구속기소 되기도 했다.

매년 1억3000만 정보 쏟아져…“사후 아닌 실시간 감시 이뤄져야”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 마약류통합정보관리센터. 사진 채혜선 기자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 마약류통합정보관리센터. 사진 채혜선 기자

전문가들은 의료용 마약 감시 시스템과 처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최진묵 인천다르크 마약류 중독재활센터장은 “프로포폴 감시가 심해지면서 중독자들이 다른 의료용 마약으로 갈아타고 있다. 일부 병원에서 그렇게 유도하는 게 현실”이라며 “의료용이라는 명목으로 20~30초 이내에 처방이 되는데 이걸 언제까지 의사 양심과 윤리에 맡겨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범진 아주대 약학대학 교수는 “마약을 ‘의료용 마약’이라고 부르는 것부터 문제”라며 “현재의 사후식 보고 방식이 아니라 의료용 마약류만큼은 실시간 감시가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약류 취급 내역 흐름도. 사진 식약처

마약류 취급 내역 흐름도. 사진 식약처

현재 의료용 마약을 포함한 마약·향정신성의약품의 취급 정보는 식약처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마약류 의료쇼핑 방지 정보망’)을 통해 감시된다. 이 빅데이터 시스템은 식약처 산하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 마약류통합관리센터가 관리한다. 지난 23일 찾은 센터에는 “최근 12개월 취급보고 총 건수 1억2889만8866건, 월평균 1074만1572건, 일평균 45만6785건”이라는 통계가 적힌 실시간 현황판이 있었다. 이곳에 누적된 정보는 총 6억5000만 건에 이른다. 의·약사와 같은 의료용 마약류 취급자는 2018년 5월부터 모든 취급 내역을 식약처에 사후 보고하고 있다. 최근 3개월 동안 취급보고율은 약국 96%, 의료기관 69%로 나타났다.

식약처 관계자는 “약을 직접 다루지 않고 처방전만 발행한다면 보고를 안 해도 돼 의료기관 보고율이 떨어진다”면서 “마약류 특성상 중독성·의존성이 강해 오남용된다면 폐해가 심각하다. 마약류 취급 보고를 지금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최근 '2023 국정감사 이슈 분석'을 통해 "의료인 마약사범 처벌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 약사 조제 단계보단 의사 처방 단계에서 환자의 마약류 투약 이력이 확인되도록 하는 방안이 실효적"이란 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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