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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가스냐" 싸우던 홍준표·이준석 치맥 회동…당내 "총선 변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홍준표-이준석 만남에 정치권 시선이 쏠리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30일 개막한 대구 치맥페스티벌에서 만나 함께 캔맥주를 부딪쳤다. 당내 ‘비윤계’인 두 사람은 현재 각각 당으로부터 당원권 정지 10개월과 1년 6개월을 받은 상태다. 이날 만남에서 이 전 대표는 “환호하는 젊은 세대들은, 그래도 오늘은 이념보다는 치킨인 것 같다”며 최근 이념을 강조한 윤석열 대통령을 꼬집었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와 홍준표 대구시장이 30일 대구 달서구 두류야구장에서 개막한 '2023 대구치맥페스티벌' 개막식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와 홍준표 대구시장이 30일 대구 달서구 두류야구장에서 개막한 '2023 대구치맥페스티벌' 개막식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 시장은 31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며칠 전에 이 전 대표로부터 ‘대구에 내려가겠다’고 연락이 왔길래 흔쾌히 오라고 했다”고 말했다. 다만 홍 시장은 ‘총선을 앞둔 비윤 세력의 연대’라는 해석엔 “나는 친윤도, 반윤도 아니다. 대통령을 도운 건 우리 당의 대통령이기 때문”이라며 “30년간 정치를 하면서 어디 계파에 휩쓸린 적이 단 한 번도 없다”고 일축했다.

냉·온탕 오간 홍준표·이준석

국민의힘 복당이 결정된 홍준표 의원이 2021년 6월 24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마치고 기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국민의힘 복당이 결정된 홍준표 의원이 2021년 6월 24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마치고 기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홍 시장과 이 전 대표의 관계는 그간 냉ㆍ온탕을 오갔다. 홍 시장이 2017년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일 당시 이 전 대표는 바른정당에서 활동하며 서로 비판적 관계였다. 그러다 2020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보수 진영이 미래통합당으로 통합되며 둘의 관계도 변화를 맞는다.

당시 무소속으로 대구 수성을에 당선된 홍 시장은 2021년 6월 국민의힘에 복당했다. 이듬해 3ㆍ9 대선을 앞두고 ‘범보수 빅텐트’를 구상 중이던 이 전 대표가 당내 반대 목소리를 물리치고 홍 시장을 받아들인 결과였다.

이후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전격 입당하면서 둘은 일종의 전략적 제휴 관계를 맺는다. 대중성에 비해 당내 지지가 부족한 홍 시장과 입당 과정부터 윤 대통령과 삐걱거렸던 이 전 대표에겐 윤 대통령과 친윤계는 맞서야 할 공통의 상대였던 셈이다.

당시 친윤계가 경선 토론 문제를 두고 이 전 대표를 일제히 비판하자 홍 시장은 “떼 지어 당 대표를 흔드는 일은 더는 없어야 한다”고 밝히는 등 이 전 대표를 옹호했다. 이에 이 전 대표 지지층인 2030 남성이 밀집한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무야홍(무조건 야권 대선 후보는 홍준표)’ 열풍이 불며 홍 시장의 인기가 급등하기도 했다.

하지만 2022년 대선 이후 이 전 대표의 징계 국면이 본격화되며 두 사람은 다시 갈등을 빚는다. 당으로부터 1년6개월 중징계를 받은 이 전 대표가 당내 주류와 극한 대립을 이어가자 홍 시장은 “틈만 있으면 비집고 올라와 연탄가스 정치를 한다”고 비판했다.

지난 3월엔 이 전 대표가 윤 대통령을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 등장하는 ‘엄석대’에 빗대자 홍 시장은 “어찌 우리 당 대통령을 무뢰배 엄석대에 비유하나”고 비판했고, 이에 이 전 대표는 “누군가가 홍 시장님께서 (엄석대 측근인) 체육부장을 떠올리는 것도 존중받아야 할 자유”라고 치받기도 했다.

"비윤 연대 가능성 주목"

2022년 3월 1일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서울 서대문구 신촌 현대백화점 앞에서 열린 유세에서 원희룡, 홍준표, 유승민 경선후보 및 이준석 대표와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뉴스1

2022년 3월 1일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서울 서대문구 신촌 현대백화점 앞에서 열린 유세에서 원희룡, 홍준표, 유승민 경선후보 및 이준석 대표와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뉴스1

관계 회복이 불가능할 것 같았던 둘의 만남에 당 안팎에선 미묘한 파문이 일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20·30세대 남성 지지라는 두 사람의 공통분모는 총선을 7개월여 앞둔 현재 국민의힘의 약점이기도 하다”며 “두 사람의 연대는 비윤 세력이 구심점이 없는 상황에서 다음 총선의 변수가 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최근 홍범도 흉상 이전 등 이념 논란이 커지는 상황에서 비윤계 주자들이 심리적으로 일시 연대하는 모습”이라며 “향후 비슷한 흐름이 이어진다면 국민의힘 지도부엔 적지 않은 압박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친윤계는 “무슨 영향이 있겠나”란 반응이다. 한 친윤계 인사는 이날 통화에서 “이준석 징계 국면에서 홍 시장이 쓴소리를 많이 쏟아내 두 사람의 결합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홍준표계’, ‘이준석계’로 부를 수 있는 세력이 없다는 점도 두 사람의 약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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