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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홍범도 공세 받아친 한 총리 "국민 분열 시키는 발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31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이틀째 종합정책질의에서 홍범도 흉상 이전,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같은 현안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야당의 공세적 질의에 강하게 반박했다.

이날 첫 질의자로 나선 기동민 민주당 의원이 한 장관에게 해군 잠수함 홍범도함 개명 문제에 대한 입장을 묻는 과정에서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예결위 종합정책질의를 뒤로하고 출장을 떠난 것은 국민 눈에는 도망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한 총리는 “그건 국무위원에 대한 모욕”이라고 받아치면서 회의장엔 고성이 오갔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31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덕수 국무총리가 31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둘의 신경전은 이어졌다. 기 의원이 “민생이 중요한데 이념의 문제를 국정 최고 상위 가치로 내세워야 할 이유가 있냐”고 묻자 한 총리는 “우리 국가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정체성을 확실히 하는 것도 그만큼 중요하다”고 답했다. 기 의원이 “(육군사관학교의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을 당장 백지화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을 때도 한 총리는 “저는 의원님 질문을 들으면서 자유민주주의라는 것에서 자유를 빼고자 하는 그런 부분이 생각난다. 그건 아니시죠?”라고 되물었다.

고(故) 채수근 상병 사망 사건 조사 외압 논란에 대해 기 의원이 “국방부 장관, 대통령 비서실 등이 사건에 개입해 구체적으로 수사 지휘를 했다”고 주장하자 한 총리는 “의원님 말씀하는 건 다 틀렸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의원님이 사안을 왜곡하고 계신다” “의원님 주장이 국민을 분열시키고 있다”며 거듭 강하게 대응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31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한덕수 국무총리가 31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양측의 충돌은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관련 질의에서 더 거세졌다. 신동근 민주당 의원이 “정부 입장이 찬성이냐 반대냐 묵인이냐”고 묻자, 한 총리는 “과학적으로 방류가 되면 반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한 총리는 이어 “대통령의 이 문제에 있어서 확실한 지시는 ‘국민의 안전과 건강이 최우선’이라는 것”이라며 “왜 대통령이 얘기하는 걸 안 들으시냐”고 발끈했다. 신 의원이 “유엔해양법협약에 따라 제소할 생각은 없냐”고 물었을 땐 “전 정권에서도 제소를 못 했지 않나”라고 맞받아쳤다.

“공산 전체주의 세력, 그 맹종 세력, 추종 세력들에게 속거나 굴복해서는 안 된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를 두고도 충돌했다. 박상혁 민주당 의원이 “대체 공산주의 전체를 맹종하는 세력이 어디에 있나”라고 묻자, 한 총리는 “자유와 시장경제, 법치, 투명성 또 국제적인 보편적 가치, 민주주의 이런 것들을 강조하시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중국·베트남 등) 공산국가를 자극해서 국익에 손해 볼 워딩은 자제하는 게 맞다”는 김병욱 민주당 의원 지적엔 추경호 부총리가 대신 나서서 “오히려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틀을 확실히 한다는 측면에서 시장에 확신을 줄 수 있다”고 반박했다.

총리실 관계자는 이날 한 총리가 야당 질의에 강경히 답한 것에 대해 “야당 의원들은 총리에게 답을 들으려는 것이 아니라 일방적 주장만을 내세우고 있어 한 총리가 답답했던 것 같다”며 “한 총리는 여러 현안과 관련해 정부의 입장과 원칙을 명확히 밝힌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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