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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간 무죄 나왔는데, 6개월 지나 보상 못 받은 군인…헌재 "위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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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들이 31일 오후 헌법소원 사건 선고가 열리는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의 재판관석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들이 31일 오후 헌법소원 사건 선고가 열리는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의 재판관석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

군 형사사건에서 무죄가 확정돼도 6개월 이내에 소송을 제기하지 않으면 소송비용을 보상받을 수 없도록 한 군사법원법 조항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31일 피고인의 소송비용 보상청구권 기한을 규정한 구 군사법원법 조항에 대해 A씨가 제기한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8:1의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검찰이 범죄 혐의가 있다고 보고 기소했으나 무죄 확정판결을 받은 경우, 변호사 선임 비용 등 소송에 들어간 돈을 국가로부터 보상받을 수 있다. 다만 구 형사소송법(2014년 12월 개정 전)과 군사법원법은 ‘무죄 확정판결 후 6개월 이내에’ 비용 보상 청구 소송을 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현재는 두 법 모두 개정돼 ‘무죄판결 확정을 안 날로부터 3년, 무죄판결 확정 후 5년 내’에만 보상청구를 하면 소송비용을 돌려받을 수 있다.

강간 무죄 받은 군인…“변호사비 보상해달라” 소송

강간과 공문서위조, 위조공문서행사 혐의로 군사재판에 넘겨진 A씨는 고등군사법원에서 강간죄에 대해 무죄를, 나머지 혐의에 대해선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양측이 상고하지 않아 이 판결은 2017년 12월 그대로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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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무죄 판결이 확정된 지 2년 3개월이 지난 2020년 3월, 고등군사법원에 “변호사 비용 등 1760만원을 보상해달라”며 소송을 냈지만 법원은 “6개월의 청구 기간이 지났다”며 각하했다. A씨는 고등군사법원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지만 기각되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유남석·김기영·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은 “소송비용 보상 제도의 취지는 국가의 형사사법 작용에 내재한 위험성 때문에 불가피하게 비용을 지출한 피고인의 방어·재산권을 보장하려는 데 있다”며 “제척기간을 6개월이라는 단기로 규정해야 할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 할 수 없다”고 했다. 군 형사재판의 경우 피고인이 참석하지 않은 채 재판이 진행될 수도 있어 피고인이 재판 진행 상황을 모를 수 있는데도, 군사법원법은 예외를 인정해주지 않아 피고인의 소송비용 보상 청구가 어렵다는 점도 지적했다.

반면 이은애·이종석·이영진·정정미 재판관은 “무죄판결 확정일로부터 6개월이라는 기간이 지나치게 짧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해당 조항은 군사법원법의 적용을 받는 대상자를 형사소송법 적용을 받는 대상자에 비해 자의적으로 다르게 취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군사재판의 특수성이 적용될 영역이 아니다”라는 것이다. 김형두 재판관 역시 이에 동의하면서도 “단순위헌 결정이 아닌 헌법불합치 결정을 해야 한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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