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육군사관학교의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에 대해 “어떻게 하자고 얘기하지는 않겠다. 다만 문제를 제기하고 어떤 것이 옳은 일인지 생각해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이 30일 밝혔다.
조 실장은 이날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전날(29일) 윤 대통령이 비공개 국무회의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밝혔다. 조 실장은 다만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에 대한 대통령실의 방침은 뭔가”라는 유정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안보실이나 대통령실이 지침을 주거나 정책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조 실장은 “(홍범도 장군의) 독립운동의 공적은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라면서도 “홍 장군 전체 삶이 아니고 후반부의 삶, 즉 소련 공산당 당원으로서 자유시 참변 이후의 삶이 육사라는 특수한 기관에서 생도들이 매일 경례를 하면서 롤 모델로 삼는다는 기준에 잘 맞겠느냐 하는 문제의식을 갖고 판단해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특히 조 실장은 문재인 정부 시절 육사내 흉상 설치가 문제라는 취지로 말했다. 조 실장은 ‘정권마다 다른 기준으로 국민에게 혼란을 주면 안 된다’는 취지의 국민의힘 서정숙 의원의 질의에 “2018년 흉상을 세우기 전에 이런 부분이 다 걸러져서 의견수렴이 됐었으면 참 좋았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남로당에 가입한 이력이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필휘호로 만든 호국비가 육사 캠퍼스 내에 있는 것은 적절하냐”라고 따졌다. 유정주 민주당 의원은 “육사 캠퍼스 내에 있는 ‘내 생명 조국을 위해’라는 글씨가 새겨진 호국비는 박 전 대통령의 친필휘호로 만들었다. 박 전 대통령은 남로당 가입과 반란 기도죄로 1심 재판에서 사형 구형에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고 했다.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30일 오후 국회 운영위 전체회의에 참석해 조태용 국가안보실장과 대화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2023.08.30
그러자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박 전 대통령하고 비교하는 건 좀 그렇다”며 “박 전 대통령은 나중에 우리 국군으로 오신 분”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유정주 의원이 마이크가 꺼진 상태에서 “아주 마음대로 정한다”고 언성을 높이자 김 실장은 “마음대로는 아니고, 전향하신 분은 공산당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조 실장도 “(박 전 대통령은) 공산당원이었던 것은 맞지만, 국가 발전을 위해 20년 이상 노력했고, 빈곤의 수렁 속에서 커다란 나라로 경제 발전을 이뤄낸 가장 큰 공이 있으니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게 맞다”고 했다.
안보실은 이날 업무보고에서 “장병이 올바른 역사관을 확고히 하고 투철한 대적관(對敵觀)과 국가관, 대적필승의 군인정신으로 무장할 수 있도록 정신전력을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임종득 안보실 2차장은 “홍 장군의 흉상을 이전하면 육사 생도들의 정신정력 강화에 긍정적 영향력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느냐”는 유정주 의원 질의에 “그렇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한편 조 실장은 채수근 상병 사망 사건과 관련, 지난달 31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국방부 수사 결과를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했는지 묻는 민병덕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보고한 적 없다”고 말했다. 조 실장은 해당 사건과 관련해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통화한 적 있느냐는 민 의원의 질의에도 “안 했다”고 말했다. 사건 관련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과 통화한 인물로 거론된 임기훈 국방비서관도 “7월 31일 해병대 사령관과 통화한 적 없다”고 부인했다.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관련, 일본을 국제기구에 제소해야 한다는 야당의 주장에 대해 이관섭 국정기획수석은 “일본이 1년에 22조 베크렐(㏃)의 삼중수소를 배출한다고 해서 (국제기구에) 제소한다는 것은 이상한 웃음거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운영위는 일부 국회 기관의 세종의사당 이전을 담은 국회 규칙안을 통과시켰다. 앞서 운영위 운영개선소위는 지난 23일 기획재정위원회, 정무위원회 등 11개 상임위와 예결위 등 12개 위원회, 예산정책처, 입법조사처의 세종의사당 이전을 담은 국회규칙안을 통과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