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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3개 한꺼번에 오는데…'12호 기러기' 무섭게 뒤쫓아온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일본 히마와리 위성으로 본 9호, 11호 태풍과 20호 열대저압부의 모습. RAMMB/CIRA/CSU

일본 히마와리 위성으로 본 9호, 11호 태풍과 20호 열대저압부의 모습. RAMMB/CIRA/CSU

제11호 태풍 하이쿠이(HAIKUI)가 북상 중인 가운데 30일 밤사이에 12호 태풍이 또 발생해 빠르게 접근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발생한 9호 태풍까지 3개의 태풍이 나란히 북상하면서 한반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에 대한 예측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11호 태풍 하이쿠이는 30일 오후 3시 현재 일본 오키나와 남동쪽 약 1020㎞ 부근 해상에서 시속 7㎞로 느리게 북진하고 있다. 이후 태풍은 강도 ‘강’ 수준으로 발달하면서 빠르게 일본 오키나와 인근 해상을 지나 4일에는 중국 상하이 동쪽 해상까지 접근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20호 열대저압부가 이르면 이날 밤에 12호 태풍 ‘기러기(KIROGI)’로 발달할 것으로 보인다. 기러기는 북한에서 제출한 이름이다. 12호 태풍은 발생 이후 점점 속도가 빨라지면서 4일 오후에는 일본 가고시마 남동쪽 약 180㎞ 해상까지 북상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일본 남부 일부 지역이 태풍에 영향권에 들 것으로 보인다. 앞서 발생한 9호 태풍 ‘사올라(SAOLA)’까지 세 개의 태풍이 동시에 북상하는 셈이다.

박정민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열대 해상에서 29~30도 정도의 해수면 온도를 보이는 등 태풍이 발달하기 상당히 좋은 해양 조건을 갖추고 있다”며 “열대저압부 또는 작은 규모의 저기압 소용돌이들이 셀 수 없이 많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트리플 태풍 서로 영향…후지와라 효과 가능성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문제는 태풍의 진로다. 사올라의 경우 점차 서쪽으로 방향을 틀어 다음달 3일 홍콩 인근에 것으로 보여 국내에는 직접적인 영향이 없을 전망이다. 하지만 나머지 두 태풍은 동시에 한반도를 향해 접근하기 때문에 국내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 예상대로라면 두 태풍은 제주도를 기준으로 각각 남서쪽과 남동쪽에 나란히 있게 된다.

지난해 8월 31일 국제우주정거장(ISS) 우주인이 촬영한 태풍 힌남노. NASA

지난해 8월 31일 국제우주정거장(ISS) 우주인이 촬영한 태풍 힌남노. NASA

특히 세 개의 태풍이 간격이 각각 1000㎞ 정도까지 가까워지면서 ‘후지와라 효과’가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후지와라 효과는 두 개의 태풍이 근접할 때 서로의 진로와 세력을 간섭하는 현상을 말한다. 후지와라 효과가 발생하면 지난해 8월에 발생한 태풍 힌남노처럼 인근 열대저압부를 집어삼키면서 더 큰 태풍으로 발달할 수 있고, 반대로 서로를 밀어내면서 멀어지는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존재한다. 기상청이 태풍의 향후 진로와 한반도 영향 여부를 섣불리 예측하기 어려운 이유다.

전세계 수치예보 모델들도 11호 태풍의 진로에 대해 중국 내륙에 상륙하는 것부터 동해상으로 진출하는 것까지 다양한 예측을 내놓고 있다. 박 예보분석관은 “태풍이 상호작용할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 위치하면서 그 가운데로 움직이고 있는 11호 태풍 하이쿠이는 9호 태풍과 제20호 열대저압부(12호 태풍 기러기)의 상호작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태풍이 밀어낸 수증기…주말까지 남부 중심 비

한편, 이날 전국 곳곳에 강한 비가 내린 가운데 다음달 1일까지 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많은 양의 비가 더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부산·울산·경남 남해안·지리산·제주도에는 200㎜ 이상의 물폭탄이 쏟아지는 곳도 있을 전망이다. 주말에도 북상하는 태풍이 대량의 수증기를 한반도로 밀어 올리면서 전국적으로 비가 내릴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 관계자는 “주말에는 남부지방을 포함한 전국에 비가 예상된다”면서도 “4일 이후에는 태풍 등으로 기압계 변화가 클 것으로 예상돼 강수 변동성이 매우 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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