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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커진 '강제키스'…축구회장母 단식투쟁, 女단체 광장 나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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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 루비알레스 스페인축구협회장이 2023 여자 월드컵 시상식에서 우승한 스페인 대표팀 선수에게 강제로 입맞춤한 '기습 키스' 사건과 관련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스페인 검찰은 루비알레스 회장의 행동을 성범죄로 보고 예비 조사에 착수했고, 스페인 지역 축구협회는 루비알레스의 사임을 촉구했다. 루비알레스의 어머니는 아들의 무고함을 주장하며 단식에 나섰다.

루이스 루비알레스 스페인축구협회장(오른쪽)이 지난 20일 호주 시드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여자 월드컵 결승전에서 스페인 여자 축구대표팀이 1-0으로 잉글랜드를 이긴 후, 팀 미드필더 헤니페르 에르모소를 껴안고 축하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루이스 루비알레스 스페인축구협회장(오른쪽)이 지난 20일 호주 시드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여자 월드컵 결승전에서 스페인 여자 축구대표팀이 1-0으로 잉글랜드를 이긴 후, 팀 미드필더 헤니페르 에르모소를 껴안고 축하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스페인 검찰이 루비알레스 회장의 행동이 성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며 예비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날 검찰 대변인은 이런 사실을 밝히면서 "이 사건과 관련해 여러 건의 고소장이 접수됐지만, 헤니페르 에르모소 선수가 요청할 경우에만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에르모소에 정식으로 형사 고소할지를 물었다고 전해졌다. 에르모소가 15일 이내에 고소를 제기하면 법적 절차가 시작된다. 스페인 형법에 따르면 성추행 혐의가 인정되면 1~4년의 징역형을 받게 된다.

또한 스포츠행정법원(TAD)은 이날 임시 회의를 열고 루비알레스 회장에 대한 소송 개시 여부를 검토했다. 앞서 지난 25일 스페인 국가스포츠위원회(CSD)는 루비알레스 회장이 시상식에서 자신의 권한을 남용하고 스포츠의 품격과 예의를 위반하는 행위를 했다면서 자격 정지 등 징계를 요청했다. 만약 TAD 소송이 이뤄져 루비알레스 회장의 위반 행위가 인정된다면 스포츠 단체 임원 자격을 2~5년 동안 박탈당한다.

스페인의 19개 지역 축구협회 회장들도 이날 회의를 열고 루비알레스 회장의 사임을 요구하는 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지역 회장단은 공동성명을 통해 "최근의 사건과 스페인 축구의 이미지를 심각하게 훼손한 용납할 수 없는 행위와 관련해 루비알레스 회장에게 즉시 회장직에서 사임할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지난 20일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여자월드컵 시상식에서 스페인 축구대표팀 에르모소의 머리를 잡고 입을 맞추는 루비알레스 스페인축구협회장. 사진 중계 영상 캡처

지난 20일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여자월드컵 시상식에서 스페인 축구대표팀 에르모소의 머리를 잡고 입을 맞추는 루비알레스 스페인축구협회장. 사진 중계 영상 캡처

앞서 지난 20일 루비알레스 회장은 여자 월드컵 시상식에서 대표팀 에이스 에르모소의 얼굴을 붙잡고 입을 맞췄다. 시상식이 생중계된 뒤 비판이 이어졌고, 에르모소도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밝히면서 성추행 논란으로 번졌다.

루비알레스 회장은 사과했지만 에르모소의 동의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에르모소는 그러나 "명백한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게다가 루비알레스 회장이 성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에르모소에 사과 영상에 출연해달라고 요청했다는 현지 매체 보도가 나와 여론이 한층 악화했다. 국제축구연맹(FIFA)도 지난 26일 루비알레스 회장에게 '90일 직무 정지'를 내리며 추가 조사에 들어갔다.

그러나 루비알레스 회장은 에르모소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사퇴하는 대신 법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스페인 EFE통신에 따르면 그의 어머니인 앙헬레스 베하르도 이날 아들의 결백을 주장하며 "아들에 대한 공격이 끝날 때까지 식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한 교회에서 단식을 시작한 베하르는 "내 아들은 비인간적이고 피비린내 나는 마녀사냥의 희생자가 됐다"면서 에르모소를 향해 "(합의하고 입맞춤한 것이라는) 처음 진술을 유지하고 진실을 말하라"고 요구했다.

한 여성 시위자가 28일 스페인 마드리드 시내에서 열린 스페인 여자 축구대표팀 미드필더 에르모소를 지지하는 집회에 참가해 '모든 남자들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많은 남자들이 그렇다'는 문구가 담긴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AP=연합뉴스

한 여성 시위자가 28일 스페인 마드리드 시내에서 열린 스페인 여자 축구대표팀 미드필더 에르모소를 지지하는 집회에 참가해 '모든 남자들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많은 남자들이 그렇다'는 문구가 담긴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AP=연합뉴스

논란은 여성 선수의 인권 문제로도 번졌다. 이날 마드리드에서 열린 페미니스트 단체가 주최한 시위에 참가한 수백명은 에르모소에 대한 지지의 뜻을 밝히면서 스포츠계에 만연한 여성 선수에 대한 차별을 근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UN) 대변인도 이날 "에르모소 선수와 합의하고 (입맞춤이) 이루어졌다는 어떤 징후도 보이지 않는다"면서 "성차별은 여전히 스포츠에서 중요한 문제다. 스페인 정부와 스포츠 당국은 모든 여성 선수의 권리를 존중하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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