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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발 KTX·가덕도 신공항…긴축재정에도 SOC 예산은 확대 [2024 예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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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덕도 신공항 조감도. 부산시

가덕도 신공항 조감도. 부산시

공항·도로·철도 같은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정부의 ‘긴축 재정’ 의지를 보여주는 대표 항목이다. 대규모 예산을 장기간 투자하는 사업이 대부분이라 불필요한 지출을 줄일 여지도 커서다. 하지만 정부는 내년 전반적인 '긴축 예산' 기조에도 SOC 예산은 늘린 게 눈길을 끈다.

2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내년 SOC 분야에 편성한 예산은 26조1000억원이다. 올해 SOC 예산(24조9000억원)보다 4.6% 늘렸다. 지난해 출범한 정부가 처음 긴축 재정을 추진할 때 SOC 예산을 1년 전보다 10.2% 줄인 것과 대비된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구체적으로 서울은 지하철 에스컬레이터 등 노후 시설 개선 예산을 늘렸다. 수도권에선 숙원인 인천발(發) KTX 건설과 광역급행철도(GTX)-A 노선 조기 개통 사업이 포함됐다. 부산은 가덕도 신공항, 대구는 도시철도 엑스코선, 광주는 아시아물역사테마체험관, 대전은 도시철도 2호선 트램, 강원은 반도체 소모품 실증센터 건설 등이다.

당정은 민생경제 활성화, 지역 교통난 해소를 편성 이유로 내걸었다. 지하철·고속철도 같은 대형 인프라 투자는 교통 편의를 높여 집값에 미치는 효과가 크다. 건설 기간 일자리 창출에 미치는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SOC 사업을 잘 진행하면 ‘미래 세대를 위한 투자’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일각에선 사업을 지역별로 고루 편성한 면면을 볼 때 총선을 의식한 ‘선심성 대책’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경제성·효율성을 따지는 견제 장치인 예비타당성조사(예타)에서 탈락한 서산공항 건설(충남) 사업까지 포함한 게 대표적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민심 잡기’ 행보에 나선 측면이 있다”고 풀이했다.

하지만 기재부는 확대 해석에 선을 긋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SOC 예산은 전국에 필요한 필수 소요를 반영한 것”이라며 “이를 선거와 연결하는 것은 지나친 상상력”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국회가 SOC 예산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꼼꼼히 따져 삭감하는 대신, 오히려 늘릴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예년처럼 여야 국회의원이 지역구 민원을 ‘쪽지 예산’ 식으로 밀어 넣을 수 있어서다. 35조원 규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까지 주장하는 야당은 ‘브레이크’를 걸지 않을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도 출범 초기엔 토목 공사 중심의 SOC 확충을 지양하겠다는 기조였다. 하지만 대규모 국책사업의 예타를 면제하며 SOC 예산을 2018년 19조원에서 2022년 28조원 규모로 늘렸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세수(국세 수입)가 부족한 상황에선 SOC 예산부터 줄여야 한다”며 “SOC는 장기·대규모 지출이 불가피한 만큼 예타를 강화해 예산 낭비 가능성을 축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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