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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죽마고우 이철우 교수 "부당한 사상검열…홍범도 지켜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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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사관학교 내 홍범도 장군의 흉상 철거 계획을 두고 정치·교육계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독립운동가 이회영 선생의 증손자인 이철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부당한 사상검열의 표적이 된 홍범도를 지켜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교수는 이종찬 광복회장의 아들로, 신흥무관학교를 설립해 독립군을 양성한 우당 이회영 선생의 증손자다. 윤석열 대통령의 죽마고우로도 알려져 있다.

“中 뤼순감옥 전시관 폐쇄, 보훈부는 ‘소인배’라 비판”

28일 이철우 연세대 법학교육대학원 교수가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육군사관학교 내 홍범도 장군 등 독립운동가 5인의 흉상 철거 계획을 에둘러 비판했다. 페이스북 캡처

28일 이철우 연세대 법학교육대학원 교수가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육군사관학교 내 홍범도 장군 등 독립운동가 5인의 흉상 철거 계획을 에둘러 비판했다. 페이스북 캡처

이 교수는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지난 2019년 9월 안중근 의사와 신채호 선생, 이회영 선생 등이 수감돼 있던 뤼순감옥에 방문했다며, ‘뤼순의 국제지사들’ 전시관에 있던 흉상을 보러 온 한국인 관광객들이 많았다고 회고했다.

이어 최근 전시관이 폐쇄됐다는 소식을 알리며 “중국 측 설명으로는 보수공사를 위한 것이라 한다. 북간도의 윤동주 생가도 접근하기 어렵게 되었다니, 진의는 알 수 없다”며 “박민식 보훈부 장관은 중국을 소인배라 비난했다”고 썼다.

그러면서 “5인의 흉상을 이전하겠다는 육사의 계획에 대해 후손으로서 분노를 느끼기보다는 어떤 사람들이 무엇을 위하여 그런 일을 추진하는 것일까를 이해사회학적으로 해석하려 한다”면서 “우당의 역사적 동지로서 부당한 사상검열의 표적이 된 홍범도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정부의 흉상 철거 계획을 에둘러 비판했다.

광복회장 “민족적 양심 저버려”…여당 반응은 엇갈려

국방부는 28일 육군사관학교 교내뿐 아니라 국방부 청사 앞에 설치된 홍범도 장군 흉상에 대해서도 필요시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28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앞에 설치된 고 홍범도 장군 흉상 모습. 연합뉴스

국방부는 28일 육군사관학교 교내뿐 아니라 국방부 청사 앞에 설치된 홍범도 장군 흉상에 대해서도 필요시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28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앞에 설치된 고 홍범도 장군 흉상 모습. 연합뉴스

흉상 철거 논란은  지난 25일 육군사관학교가 교내 충무관 앞에 설치된 홍범도·김좌진·지청천·이범석 장군과 신흥무관학교 설립자 이회영 선생 등 5인의 흉상을 독립기념관으로 이전하기로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작했다.

육사는 이전 배경에 대해 “독립군·광복군 흉상들만 사관생도들이 학습하는 곳에 설치돼 위치의 적절성, 역사 교육의 균형성에서 문제가 있다”며 “홍범도 장군의 경우 소련 공산당 가입 및 활동 이력 등으로 육사가 기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주장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도 지난 25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이에 대해 “공산주의, 공산당 가입했던 사람이 있다. 소련공산당에 가입했던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봉오동 전투를 이끈 홍범도 장군이 1927년 소련 공산당에 입당한 전력이 있는 점을 문제삼은 것이다.

이같은 국방부의 입장은 즉각 광복회를 비롯한 관련 단체와 여야에서 비판받았다. 이 교수의 부친인 이종찬 광복회장은 27일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공개 서한을 보내고 “민족적 양심을 저버린 귀하는 어느 나라 국방장관인가”라며 이 장관의 퇴진을 요구했다.

이 회장은 “홍 장군은 (일제 때) 연해주에서 무장투쟁을 하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해 편의상 소련공산당에 가담했던 것”이라며 “북한은 김일성을 무장독립투쟁 최고 수반으로 선전해왔기 때문에 그보다 위대한 홍 장군 유해 봉환을 방해하기도 했다. 홍 장군을 새삼스레 공산주의자로 몰아 흉상을 철거한다면 결과적으로 북한을 이롭게 하는 행동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지난 2018년 3월 1일 서울 육군사관학교에서 열린 독립전쟁 영웅 5인 흉상 제막식에서 사관생도와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흉상은 탄피 300kg을 녹여 제작됐다. 연합뉴스

지난 2018년 3월 1일 서울 육군사관학교에서 열린 독립전쟁 영웅 5인 흉상 제막식에서 사관생도와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흉상은 탄피 300kg을 녹여 제작됐다. 연합뉴스

야당은 흉상 철거를 두고 “박근혜 정권 때 국정교과서 논란이 생각난다”며 강도 높게 질타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7일 페이스북에서 “국권을 잃고 만주로, 연해주로, 중앙아시아로 떠돌며 풍찬노숙했던 항일무장독립운동 영웅들의 흉상이 오늘 대한민국에서도 이리저리 떠돌아야겠는가”라고 꼬집었다.

여당의 반응은 엇갈렸다. 국회 국방위원회 여당 간사인 신원식 의원은 “소련 군인으로서 소련 군복을 착용하고 군모까지 쓴 홍범도 흉상을 육사에 설치하는 게 말이 되나”라며 흉상 철거를 지지했다. 반면 홍준표 대구시장은 “항일 독립전쟁의 영웅까지 공산주의 망령을 뒤집어씌워 퇴출시키려고 하는 것은 오버해도 너무 오버하는 것”이라며 국방부와 육사 결정을 비판했다.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이날 오후 연찬회 행사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흉상 이전은) 육사와 국방부가 알아서 할 것”이라며 “대통령실에서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건 모양이 좋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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