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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파선 롯데’ 다시 맡았다…이종운 감독대행 “우리도 책임감 느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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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약기간을 다 채우지 못하고 28일 물러난 롯데 래리 서튼 감독. 뉴스1

계약기간을 다 채우지 못하고 28일 물러난 롯데 래리 서튼 감독. 뉴스1

롯데 자이언츠는 28일 래리 서튼 감독의 사임 소식을 발표했다. 최근 건강이 좋지 않은 서튼 감독이 물러난다는 뜻을 밝혔고, 구단이 이를 수용했다고 설명했다. 롯데와 서튼 감독의 계약기간은 올 시즌까지였다.

사실상 자의 반, 타의 반 사퇴다. 서튼 감독은 2019년 10월 성민규 당시 신임 단장의 러브콜을 받고 롯데 2군 사령탑으로 부임했다. 과거 현대 유니콘스와 KIA 타이거즈에서 뛰었던 홈런왕(2005년 35개) 출신의 KBO리그 복귀였다.

이후 롯데 육성을 맡은 서튼 감독.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1군 사령탑 영전설이 나돌기 시작했다. 함께 롯데로 온 허문회 감독이 성적 부진과 구단 수뇌부와의 갈등을 겪으면서 단장 인사인 서튼 감독이 1군 지휘봉을 잡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야구계로 퍼졌다.

풍문은 사실이 됐다. 이듬해 5월 롯데는 허문회 감독을 전격 경질했고, 같은 날 서튼 감독을 1군 사령탑으로 임명했다. 2008년부터 2010년까지 롯데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제리 로이스터처럼 외국인 감독에게 운명을 맡겼다.

서튼 감독은 2021년 정규시즌을 8위(65승8무71패)로 마쳤다. 롯데를 가을야구로는 이끌지 못했지만, 나름의 지도력을 발휘했다. 그러나 지난해에도 8위(64승4무76패)로 머물면서 리더십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를 증명하는 대목은 바로 코칭스태프의 변화다. 2021년 5월 서튼 감독이 부임할 때 롯데에는 외국인 지도자들이 즐비했다. 수석코치로는 메이저리거 출신의 행크 콩거가 선임됐고, 리키 마인홀드와 라이언 롱이 각각 수비와 타격을 책임졌다. 또, 제라드 레어드가 배터리코치를, 로이스 링이 피칭 코디네이터를 맡으면서 1군 코치진 절반이 외국인 지도자로 채워졌다.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왼쪽)과 박형준 부산시장(가운데)이 6월 13일 사직 한화전 승리 직후 래리 서튼 감독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왼쪽)과 박형준 부산시장(가운데)이 6월 13일 사직 한화전 승리 직후 래리 서튼 감독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2년 사이 상황은 크게 바뀌었다. 외국인 코치들은 이런저런 이유로 하나둘 한국을 떠났다. 먼저 콩거 코치가 올 시즌을 앞두고 미네소타 트윈스 1루코치로 부임하며 메이저리그로 복귀했고, 뒤이어 마인홀드 코치가 개인사로 미국으로 돌아갔다. 또, 링 코치 역시 계약만료로 KBO리그를 떠났다. 현재 남아있는 이는 롱 타격보조코치뿐이다.

조금씩 힘을 잃은 서튼 체제. 뇌관은 지난 6월 터졌다. 감독과 일부 코치가 선수단 운영을 놓고 대립했다는 이야기가 밖으로 새어나왔다. 이 과정에서 1군과 2군 코칭스태프 변동도 있었다. 서튼 감독은 “이달 들어 성적이 좋지 않다. 구단 차원에서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코칭스태프 개편을 결정했다. 다른 문제는 없다”고 잘라 말했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이들은 없었다.

야구계에는 전반기 롯데가 최하위권까지 떨어지면, 대규모 인사 개편이 있을 수도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불행 중 다행으로 전반기를 5위로 마치면서 루머는 루머로 끝났지만, 8월에도 반등의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결국 서튼 감독이 가장 먼저 교체됐다.

롯데 래리 서튼 감독(오른쪽)과 이종운 수석코치. 사진 롯데 자이언츠

롯데 래리 서튼 감독(오른쪽)과 이종운 수석코치. 사진 롯데 자이언츠

서튼 감독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물러난 롯데는 이종운 수석코치를 1군 감독대행으로 임명했다. 부산 출신으로 경남고-동아대를 나온 이 감독대행은 1989년부터 1997년까지 롯데의 주전 외야수로 활약했다. 2015년에는 롯데의 1군 지휘봉도 잡았다.

이날 연락이 닿은 이 감독대행은 “오늘 이야기를 들었다. 서튼 감독님께서 요새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시는 눈치였다. 그러면서 건강이 좋지 않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마음이 좋지 않다. 모든 책임이 감독님께로만 가는 모양새는 옳지 않다고 본다. 결국 우리가 잘 모시지 못한 것 아닌가. 코칭스태프와 선수들 모두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7연패를 당한 롯데는 7위(50승58패)로 밀려나있다. 5위 KIA 타이거즈와의 격차는 5게임. 아직은 산술적으로 희망이 남아있다. 일단 29일부터 대전 한화 이글스 원정을 치르는 이 감독대행은 “일단 선수들을 다독이면서 남은 경기를 잘 치러야 하지 않겠나. 아직 적지 않은 게임이 남았다. 남은 경기 최선을 다해 이겨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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