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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 성장한 CGV, 4DX·스크린X '특별관'이 효자 [비크닉]

중앙일보

입력

엔데믹으로 다시 활기를 되찾고 있는 영화관이 본격적인 수익 다변화에 나서는 가운데, '기술 특별관'이 극장가의 새로운 승부처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멀티플렉스 기업 1위인 CJ CGV는 2분기 매출 4017억 원, 영업이익 158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6.1% 증가했고 영업손익은 320억 원 개선돼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CGV의 나 홀로 성장세를 견인한 데엔 4DX와 스크린X를 필두로 한 특별관의 기여도가 컸다는 평가다. 특별관은 일반 2D관에 비해 티켓값이 약 2배 정도로 비싸 평균 티켓 가격(ATP)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4DX와 스크린X를 결합한 '울트라4DX'의 모습. 사진 CJ CGV.

4DX와 스크린X를 결합한 '울트라4DX'의 모습. 사진 CJ CGV.

국내 최초 특별관만 있는 멀티플렉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국내 영화관 관람객 수는 7267만468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123만7713명) 대비 18.6% 증가했다. 동기간 영화 티켓 매출은 20% 늘어 관객 수 증가율을 넘어섰다. 이는 특별관 이용객이 늘어난 영향으로 보인다. 멀티플렉스 기업 CGV의 기술 특별관 매출 비중 역시 코로나 19 이전인 2019년 16%에서 2023년 현재 31%로 두 배 가까이 성장했다.

지난달 25일엔 경기도 용인 CGV죽전을 리뉴얼 오픈한 CGV신세계경기의 6개관 전부를 일반관 대신 4DX와 돌비애트모스, 템퍼시네마, 골드클래스 등 특별관으로만 구성하며 효과 검증에 나섰다. 상영관 전관을 특별관으로 구성한 것은 국내 최초다. 비교적 특별관 수요가 높은 백화점 고객을 겨냥했다는 분석이다. 성과가 있었다고 판단되면 '전관 특별관'을 확대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CGV신세계경기의 4DX관 전경. CGV신세계경기는 전국 최초로 모든 상영관이 특별관으로만 구성돼 있다. 사진 이상언.

CGV신세계경기의 4DX관 전경. CGV신세계경기는 전국 최초로 모든 상영관이 특별관으로만 구성돼 있다. 사진 이상언.

'4DX·스크린X' 기술 특별관에 승부수 

4DX는 CGV의 자회사 CJ 4D플렉스가 지난 2009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4D 영화 상영 시스템이다. 모션 효과와 환경 효과 등 실감형 4DX를 도입한 CJ 4D플렉스는 현재 68개국 787개 상영관을 보유 중이다. 2011년엔 4D 관련 조직을 자회사 CJ 4D플렉스로 모으고, 특별관 명칭도 4DX로 리브랜딩했다. 4D 영화를 경험(eXperience)할 수 있는 체험 공간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4DX의 관람석에 물이 튀는 실감형 효과가 적용되는 모습. CJ CGV 유튜브 갈무리.

4DX의 관람석에 물이 튀는 실감형 효과가 적용되는 모습. CJ CGV 유튜브 갈무리.

2015년엔 카이스트 연구진과 공동 개발한 특별관인 '스크린X'를 공개했다. 한 면만 스크린으로 활용하는 기존 상영관과 달리 앞쪽, 왼쪽, 오른쪽 벽 3면을 스크린으로 사용했다. 넓은 시야와 입체감으로 영화의 몰입감을 높인다는 호평을 받았다. 최근에는 4DX와 스크린X를 결합한 '울트라4DX'를 선보였다.

최근엔 할리우드 영화뿐 아니라 일본, 노르웨이, 터키, 인도네시아 등의 로컬 4DX 영화도 4D플렉스가 직접 제작하고 있다. CGV 측은 "과거엔 CJ 4D플렉스가 제작사에 영화를 4DX로 만들자고 선제안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엔 국내외 제작사에서 먼저 4DX로 제작해달라고 요청한다"며 "특히 일본에선 4DX로 구현한 애니메이션을 보기 위해 N차 관람을 하는 등 반응이 뜨겁다"고 부연했다.

바람과 빛, 향기로 채운 '해리포터와 혼혈 왕자'

CGV는 다음 달 6일부터 '해리포터와 혼혈 왕자'를 4DX 포맷으로 재개봉한다. 이지혜 CJ포디플렉스 4DX PD는 “영화 속 현장에 있는 듯한 느낌이나 실제로는 경험하기 어려운 일들을 직접 경험하는 듯한 느낌을 주게 하기 위해 상영관을 바람과 빛, 향기로 채운다"며 “포탄이 터지는 장면에선 상영관 앞쪽에 연기를 피우고 열기가 느껴지게 하는 등 다채로운 공간효과를 주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해리포터와 혼혈왕자 4DX 재개봉 포스터. 사진 CJ CGV

해리포터와 혼혈왕자 4DX 재개봉 포스터. 사진 CJ CGV

4DX·스크린X 기술을 활용해 직접 오리지널 콘텐트도 만든다. 2019년 방탄소년단(BTS)의 콘서트를 다룬 영화 '러브 유어셀프 인 서울'을 스크린에 올린 후 여러 작품을 제작해 상영 중이다. 지난 2월엔 BTS의 부산 콘서트 실황을 기록한 '방탄소년단: 옛 투 컴 인 시네마'를, 4월엔 밴드 콜드플레이 공연을 담은 '콜드플레이 뮤직 오브 더 스피어스'를 개봉해 흥행에 성공했다. 올 하반기에도 오리지널 콘텐트 4편을 선보인다.

멀티플렉스, 라이프 스타일 공간 사업자로

CGV는 올해 7월 기준 세계 72개국에서 운영하는 특별관 1147개를 2025년까지 1486개로 늘린다는 목표다. OTT의 공세에 맞서기 위해 영화관에서만 할 수 있는 고객 경험을 강화하는 전략을 펼치기 위해서다. 허민회 CJ CGV 대표는 지난달 20일 올해 사업 전략에 대해 "미래 극장 사업을 선도할 기술 특별관을 강화하고 차별화된 체험을 제공하는 라이프 스타일 공간 사업자로 진화하겠다"며 특별관 사업에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공간 사업 포트폴리오도 확대하고 있다. 층고가 높은 상영관을 리모델링한 이색 체험 클라이밍장 '피커스(PEAKERS)', 숏게임 골프 스튜디오 ‘더 어프로치(THE APPROACH)’, 방 탈출 체험 공간 ‘미션 브레이크’, 만화카페 ‘롤롤’, 프리미엄 볼링장 ‘볼링펍’, 하이볼 바 '하이 신촌(HIGH, SINCHON)' 등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서지명 CGV 홍보팀장은 "영화관 사업은 팬데믹이라는 어려움 속에서도 한발 더 나아가 기술·환경 기반의 특별관과 함께 계속 진화하는 새로운 공간 콘텐트가 확대돼야 한다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맞이했다"며 "영화를 보는 데 최적화된 공간이라는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이 외에 다양한 즐길 거리를 제공해 극장 공간을 활용한 한국형 엔터테인먼트 공간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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