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獨 제치고 호주 가는 韓 '레드 백'…더 무서운 美 장갑차 채비 [Focus 인사이드]

중앙일보

입력

1967년, 소련의 혁명 기념일 군사 퍼레이드를 지켜보던 서방의 군사지도자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전차처럼 포탑이 있는 장갑차(BMP-1)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장갑차의 운용 목적이 ‘병력수송(APC)’에서 ‘탑승전투(IFV)’로 ‘진화’ 하는 계기가 됐다. 소련군의 BMP-3, 미군의 M2/3 브래들리(Bradley) 등이 이러한 추세 속에서 발전한 대표적인 장갑차라고 볼 수 있다.

최근, BMP-3ㆍ브래들리보다 한 차원 높은 성능의 장갑차가 등장하고 있다. 국산 AS-21 레드 백(Red Back), 독일의 KF41(Lynx) 그리고, 미. 육군의 XM30이 대표적이다. 차세대 장갑차의 대표적인 선도 모델로서 미래 전쟁의 양상 변화에 맞춰 새로운 ‘진화’를 시도하고 있다.

호주로 수출되는 국산 AS-21 레드 백

레드 백의 주 무장은 구경 30㎜ 기관포, SPIKER-LR2 대전차미사일이다. 무장 및 장갑의 보강으로 총 중량이 42t까지 증가함에 따라 1000마력 디젤엔진을 장착한다. 또한, 능동방호체계를 장착하여 대전차미사일까지 방어할 수 있다. 참고로 브래들리는 25㎜ 기관포, 총 중량 23t에 600마력 엔진을 장착하고, 대전차미사일에 대한 방호능력이 없다.

AS-21 레드 백. 한화디펜스

AS-21 레드 백. 한화디펜스

앞에서 제시한 바와 같이, 레드 백은 현존 최고 장갑차로 평가받는 브래들리의 성능을 능가한다. 글로벌 차원의 첨단 기술을 모듈방식으로 통합했기 때문이다. 2023년 7월, 호주는 차세대 장갑차사업의 우선협상대상으로 레드 백을 선정했다. 2023년 후반기에 계약을 체결하면, 2027년경 양산이 시작될 것이다. 차세대 장갑차의 선도 모델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잡은 것으로 평가된다.

헝가리를 시작으로 미국 수출을 노리는 KF41 링스

링스도 큰 틀에서 보면 레드 백의 성능과 유사하다. 일부 차이는 기관포의 구경이 35㎜(레드 백 30㎜)로 조금 더 커졌고, 디젤엔진의 출력이 1140마력(레드 백 1000마력)로 증대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호주 장갑차 사업에서는 가격 대비 성능 등의 문제로 레드 백에 밀려 수주에 실패했다.

KF41 링스. 위키피디아

KF41 링스. 위키피디아

하지만, 2020년에 헝가리와 252대를 수출하는 계약을 체결하여 이미 양산을 시작한 상태다. 무엇보다도 미. 육군에 추진하는 브래들리 교체사업인 XM30의 최종 경쟁 2개 모델 가운데 하나로 참여하고 있다. 따라서 차세대 장갑차 시장에서 경쟁하는 선도 모델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 분명하다.

최고 성능을 자랑하는 미군의 XM30 장갑차

XM30의 성능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공개된 자료만으로도 발전방향을 가늠할 수 있다. 2023년부터 상세설계와 시제품 제작이 시작됐으며, 2027년 양산이 시작될 예정이다. 레드 백, 링스 대비 가장 큰 차별성은 하이브리드(Hybrid) 엔진을 장착하고, 유ㆍ무인 선택 운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앨리슨 트랜스미션의 하이브리드 엔진. 앨리슨 트랜스미션

앨리슨 트랜스미션의 하이브리드 엔진. 앨리슨 트랜스미션

미래 추진체계의 이상향은 전기엔진이다. 하지만, 현재까지의 기술적 한계를 고려하여 하이브리드 엔진을 채택한 것이다.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디젤엔진, 적에게 은밀하게 접근할 때는 소음이 거의 없는 전기엔진을 사용한다. 담당자들은 “우리가 기동하는 것을 적이 알지 못할 것이다.”라고 표현하고 있다.

유ㆍ무인 선택은 동일한 플랫폼을 유인으로 운용할 수도 있고, 무인으로 운용할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즉, 선두는 무인 장갑차 또는 로봇전투차량(RCVㆍRobotic Combat Vehicle)을 운용하고, 후속 장갑차는 유인으로 운용(일명 MUM-T)한다. 이는 인명 손실을 최소화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할 것이다.

이를 종합하면, 차세대 장갑차의 최종 성능은 XM30이 될 가능성이 높다. 미군은 하이브리드 엔진과 유ㆍ무인 선택운용 등을 통해 차별성을 유지하고, 관련 기술의 전파를 최대한 억제할 것이다. 따라서 레드 백ㆍ링스는 전력화 이후에도 성능개량을 통해 XM30과 격차를 줄이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미 육군이 XM30과 함께 운용할 로봇전투차량(RCV)을 시험하고 있다. lQinetiq

미 육군이 XM30과 함께 운용할 로봇전투차량(RCV)을 시험하고 있다. lQinetiq

차세대 장갑차의 급격한 단가상승도 주목해야 한다. 기존 브래들리는 약 50억원인데 비해, 레드 백ㆍ링스는 약 120억∼150억원으로 추정된다. 3.5세대 전차 가격과 비슷하다. 미. 육군의 XM30은 약 300억원을 초과할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따라서 차세대 장갑차는 양산 과정에서 일부 물량이 축소되거나 일정한 기간 동안 기존 장갑차와 병행 운용이 불가피 할 수도 있다.

첨단 기술을 추가하여 ‘진화’하는 전략이 필요

하이브리드 엔진은 차세대 기동장비의 핵심기술이다. 우선, 장갑차용을 개발하고 성능을 향상해 전차에도 적용될 것이 확실시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와 관련된 첨단 기술의 적기 확보가 중요하다. K-2 전차의 파워 팩, 드론의 엔진 개발 과정 등에서 겪었던 혼선과 지연을 결코 반복해서는 안 된다.

AS-21 레드 백이 육군 훈련장에서 열린 시범운용에서 질주하고 있다. 한화디펜스

AS-21 레드 백이 육군 훈련장에서 열린 시범운용에서 질주하고 있다. 한화디펜스

또 하나의 핵심 기술은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다. 미군은 XM30 개발에서 플랫폼과 별개로 소프트웨어 전문회사를 추가 선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소프트웨어는 유ㆍ무인 운용의 성패를 좌우하고, 수개월 혹은 매년 단위 업그레이드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방식은 한국의 기존 획득 시스템에서 불가능하다. 이를 고려한 선제적이고 파격적인 제도 혁신이 절실하다.

결론적으로 차세대 장갑차는 미래 전장에서도 제병협동작전의 핵심적인 무기체계가 될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특히, 차세대 장갑차는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군사 선진국들의 개발 동향에 대해 더욱 관심을 갖고, 체계적인 노력이 필요한 이유라고 생각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