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트럼프, 美대통령 최초 '머그샷' 수모…수감번호 P01135809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머그샷(범인 식별용 사진)을 찍었다. 전·현직을 통틀어 미국 대통령으로선 최초다. 지난 2020년 대선 결과를 번복하기 위해 압력을 행사한 혐의로 기소돼 조지아주 풀턴 카운티 구치소에 20분간 수감되면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촬영한 머그샷. 사진 풀턴 카운티 구치소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촬영한 머그샷. 사진 풀턴 카운티 구치소

워싱턴포스트(WP)·CNN 등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뉴저지주 베드민스터 골프 클럽에서 개인 전용기를 타고 조지아주 애틀랜타 공항에 도착해 저녁 7시 34분(현지시간·한국시간 25일 오전 8시 34분)쯤 풀턴 카운티 구치소에 자진 출석했다. 곧바로 지문과 머그샷을 찍었고 'P01135809'란 수감자 번호도 받으며 체포 절차를 밟았다.

이어 변호인단이 사전에 검찰과 합의한 데 따라 보석금 20만 달러(약 2억 6600만원)을 내고 7시 54분쯤 풀려났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조지아주 애틀랜타 풀턴 카운티 구치소에 출두하기 위해 애틀랜타 하츠필드 잭슨 국제공항에 도착한 후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조지아주 애틀랜타 풀턴 카운티 구치소에 출두하기 위해 애틀랜타 하츠필드 잭슨 국제공항에 도착한 후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석방된 지 1시간여 뒤 풀턴 카운티 구치소 운영을 책임지는 보안관 사무실 측은 머그샷을 공개했다. 머그샷에는 화가 난 듯 입을 굳게 다문 채 눈을 치켜뜨고 올려다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표정이 담겼다. 트레이드 마크인 흰색 셔츠에 빨간 넥타이 차림이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신체 정보도 함께 공개됐다. 키는 6피트 3인치(약 192㎝), 몸무게는 215파운드(약 97.5㎏)였다. 머리카락 색은 '딸기(Strawberry)색 또는 금발'로 적혔다. 미 의회 전문 매체 더 힐은 “트럼프의 도착 전에 키와 몸무게가 기재된 것으로 보아 스스로 밝힌 수치 같다”고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이던 2020년 대선 당시 조지아주에서 야당인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에게 1만1779표 차로 패배하자 2021년 1월 초 브래드 래펀스퍼거 조지아주 국무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결과를 뒤집을) 1만1780표를 찾아내라”고 압박한 혐의를 받는다. 이에 조지아주 풀턴 카운티 검찰은 지난 14일 조직범죄법 등 13개 중범죄 혐의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기소했다.

미국 조지아주 풀턴 카운티 구치소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롯해 그의 측근 11명을 촬영한 머그샷.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조지아주 풀턴 카운티 구치소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롯해 그의 측근 11명을 촬영한 머그샷. 로이터=연합뉴스

이전에도 세 번의 형사 기소를 당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모두 전직 대통령 예우로 머그샷 촬영을 피해갔다. 하지만 풀턴 카운티 구치소 측은 “모든 사람은 똑같은 대우를 받을 것”이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머그샷 촬영을 예고한 바 있다. 실제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범죄를 모의한 혐의를 받아 함께 기소된 18명 중 이미 구치소에 출두한 마크 메도스 전 백악관 비서실장,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 등도 모두 머그샷을 촬영했고 그 사진이 공개됐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자신의 엑스(옛 트위터) 계정에 자신의 머그샷을 직접 올렸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자신의 엑스(옛 트위터) 계정에 자신의 머그샷을 직접 올렸다.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머그샷 촬영 이후 보수성향 매체 뉴스맥스와의 인터뷰에서 “그건 끔찍한 경험이었다”고 털어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나는 머그샷이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이 없다. 와튼스쿨에서는 배우지 못 했다”며 농담을 했다고 뉴스맥스는 전했다. 그는 미 아이비리그 명문인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출신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앞서 개인 전용기를 타고 애틀랜타 공항을 떠나기 전 기자들에게 “이곳에서 일어난 일은 사법의 모조품(travesty)에 불과하다”며 “난 그 선거가 조작됐고, 도난당했다고 생각했다. 아무것도 잘못한 게 없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나를 기소한 건 미국에 매우 슬픈 일이고 선거 개입 행위다”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후 자신이 설립한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과 엑스(옛 트위터)등에 직접 머그샷을 올리며 “선거 개입, 항복은 없다”고 적었다. 그의 '머그샷 트윗'은 올라온 지 6시간이 채 되기 전에 6000만 조회수를 넘겼다. '좋아요'를 누른 사람은 71만명 이상이었다.

도널드 트럼프의 지지자들이 24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풀턴 카운티 구치소 앞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플래카드를 들고 앉아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의 지지자들이 24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풀턴 카운티 구치소 앞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플래카드를 들고 앉아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진 출두하는 풀턴 카운티 구치소는 이날 오전 10시 30분부터 삼엄한 경계에 들어갔다. 이날 구치소 앞에는 구치소 주변에는 트럼프 지지 세력과 반대 세력이 모두 모였다. 마조리 테일러 그린(공화) 하원의원 등 친트럼프 시위대가 “패니(패니 윌리스 풀턴카운티 검사장)를 가둬라!” “무죄(Innocent)”, “트럼프가 선거에 승리했다”는 등의 문구를 내걸었다.

반면 반대자들은 “그를 투옥하라(Lock him up)”, “트럼프는 범죄자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반대하는 시위자들이 24일(현지시간) 조지아주 풀턴 카운티 구치소 앞에서 “그를 투옥하라(Lock him up)”는 구하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앉아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반대하는 시위자들이 24일(현지시간) 조지아주 풀턴 카운티 구치소 앞에서 “그를 투옥하라(Lock him up)”는 구하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앉아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구치소 수감과 머그샷 촬영이란 수모를 겪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 닥친 또다른 악재는 재판 시작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함께 기소된 케네스 체세브로 변호사가 법원에 재판을 신속히 진행해 달라고 요청하자 사건을 수사한 윌리스 검사장은 당초 날짜보다 4개월 빠른 10월 23일을 재판 개시일로 제안했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 변호인은 빠른 재판 진행에 반대해 체세브로 측과 사건분리를 요청한 상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구치소 출석에 앞서 이번 사건 담당 변호사를 전격 교체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