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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방송 ‘프리고진 사망’ 30초 단신 보도…“시민들 별다른 동요 없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러시아 무장 반란을 일으킨 예브게니 프리고진으로 보이는 남성이 지난 12일 벨라루스 바그너용병 캠프의 텐트 안에서 속옷 차림으로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사진 벨라루스키 가윤 텔레그램 캡처

러시아 무장 반란을 일으킨 예브게니 프리고진으로 보이는 남성이 지난 12일 벨라루스 바그너용병 캠프의 텐트 안에서 속옷 차림으로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사진 벨라루스키 가윤 텔레그램 캡처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반란 시도 후 두 달 만에 비행기 추락으로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전 세계가 충격에 빠졌지만, 러시아 현지에서는 별다른 동요가 없었다고 영국 BBC 등 외신이 24일(현지시간) 전했다.

이날 BBC에 따르면 전날 저녁 러시아 저녁 시간대 메인 뉴스 프로그램은 프리고진이 비행기 추락 사고로 숨졌다는 소식을 단신으로 처리했다.

러시아 국영 로시야1 방송은 프리고진이 탑승한 바그너그룹 전용기가 추락했다고 속보로 전하면서 비행기에 총 10명이 탑승했으며 모두 사망했다고 간략하게 전했다.

러시아 국영 방송 ‘제1채널’은 이 비행기가 승무원 3명과 승객 7명을 태우고 모스크바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향하던 중이었으며 응급 구조팀이 현장에 있다고 보도했다. 해당 방송이 저녁 메인 뉴스에서 관련 소식에 할애한 시간은 30초 남짓이었다.

수직 낙하하는 프리고진 전용기. AFP=연합뉴스

수직 낙하하는 프리고진 전용기. AFP=연합뉴스

두 방송 보도 모두 러시아 항공당국을 인용해 프리고진이 탑승자 명단에 있었다고 전했지만, 그 이상의 추가 설명은 없었다.

대신 이들 러시아 국영 방송들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 서남부 쿠르스크 지역에서 ‘쿠르스크 전투’ 승전 80주년 기념식을 주재한 것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정부의 보도 통제를 받은 러시아 국영 방송들이 프리고진 사망 소식을 축소 보도하는 가운데 러시아 시민들의 반응도 충격과는 거리가 멀다고 BBC는 전했다.

BBC는 “사실 대부분의 러시아인은 이 사건이 더 빨리 일어나지 않았다는 사실에 놀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신에게 반기를 든 정적들을 제거해온 푸틴 대통령이 지난 6월 모스크바 진격까지 시도했던 '반란 수괴' 프리고진을 숙청할 것이란 관측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다만 크렘린궁과 러시아 국방부는 전날 발생한 프리고진의 사망 사건에 대해 이날까지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러시아 당국의 침묵이 계속되는 가운데 서방에서는 푸틴 대통령이 이번 사건에 개입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사건의 동기와 결과 모든 것이 푸틴 대통령을 직접 가리키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전날 소식이 전해진 직후 "놀랍지 않다"면서 "러시아에서 일어나는 일 중에 푸틴이 배후에 있지 않은 일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에는 “만약 내가 그(프리고진)라면 먹는 것을 조심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지대공 미사일에 격추설 제기…러 당국은 안전규칙 위반 조사

추락한 프리고진 전용기. UPI=연합뉴스

추락한 프리고진 전용기. UPI=연합뉴스

바그너그룹과 연계된 텔레그램 채널인 ‘그레이 존’은 프리고진이 “러시아의 반역자들에 의해 살해됐다”고 주장했다.

사건 경위로는 미사일에 의한 격추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전날 그레이존은 “프리고진이 정체불명의 “러시아에 대한 반역자들에 의해 숨졌다”며 “러시아군 방공망이 프리고진이 탑승한 전용기를 격추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일간 코메르산트도 전문가와 목격자들을 인용해 비행기가 폭발 후 추락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익명의 소식통은 현지 매체에 비행기가 1발 이상의 지대공 미사일을 맞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프리고진은 보통 비행편을 이용할 때 추적을 피하기 위해 2대의 전용기를 동시에 사용하는데, 이번의 경우 이 같은 보호 장치도 소용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블룸버그는 보도했다.

반면 러시아 당국은 격추보다는 안전규칙 위반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4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바그너센터 인근에서 전날 비행기 추락사고로 숨진 바그너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에 대한 비공식 추모행사가 열렸다. AFP=연합뉴스

24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바그너센터 인근에서 전날 비행기 추락사고로 숨진 바그너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에 대한 비공식 추모행사가 열렸다. AFP=연합뉴스

러시아 연방 수사위원회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안전규칙 위반 혐의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고 블룸버그는 보도했다.

일각에서는 이날 독립기념일을 맞은 우크라이나가 프리고진을 암살했을 수 있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이처럼 여러 주장이 엇갈리면서 프리고진의 사망을 둘러싼 의혹은 러시아 당국의 수사 결과가 나온 뒤에도 완전히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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