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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태 "2억 쪼개기 후원"…이재명 또다른 사법리스크 터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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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이화영 부지사가 ‘첫날 후원금이 많이 모이면 모양새가 좋지 않겠냐’고 해서 (내 개인 돈을) 여러 명의 이름으로, 1억5000만원에서 2억원 정도 (이 대표에게 후원금으로) 준 것 같다.”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은 지난 22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뇌물 등 혐의에 대한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작심 발언을 했다. 2021년 9~10월 진행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이재명 대표에게 임직원 등 여러 명의 이름을 빌려 이 대표에게 거액을 ‘쪼개기 후원’했다고 폭로한 것이다.

정치인에 대한 개인 후원 한도(대선후보 경선 1인당 1000만원)를 회피하는 ‘쪼개기후원’은 기부한 사람이나 기부받은 정치인이 모두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될 수 있는 범죄다(정치자금법 45조). 대개 이같은 후원에는 일정한 청탁이나 민원이 수반돼 알선수재 등의 혐의로 확장되기도 했다. 지역사업가에 2500만원의 후원금을 쪼개받은 혐의가 문제돼 수사를 받았던 원유철 전 국민의힘 의원은 결국 이 혐의에 알선수재 등의 혐의가 추가되면서 2021년 7월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24일 중앙일보가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자 이재명 후원회 회계’ 자료를 파악한 결과 이 대표는 경선 기간 25억5366만원을 모금했다. 500만원 이상 고액 후원자는 23명인데 김 전 회장은 물론 양선길 쌍방울그룹 회장과 김세호 쌍방울 대표, 광림 사내이사 A씨 등이 포함됐다. 이들은 모두 후원 최고 한도인 1000만원씩을 냈다. 김 전 회장의 주장대로라면 이들 외에도 10명이 넘는 쌍방울 임직원의 명의가 쪼개기 후원에 활용됐다는 것이다.

연간 500만원 초과 기부자 명단 중 양선길 쌍방울그룹 회장과 김세호 쌍방울 대표 기부 내역. [표 민주당 경선 후보자 이재명 후원회 회계보고서 일부]

연간 500만원 초과 기부자 명단 중 양선길 쌍방울그룹 회장과 김세호 쌍방울 대표 기부 내역. [표 민주당 경선 후보자 이재명 후원회 회계보고서 일부]

쌍방울그룹 핵심관계자는 “김 전 회장이 대선 경선 때는 물론 경기도지사 선거(2018년) 때도 상한액인 100만원에 맞춰 여럿이 후원하게 했다”며 “이 전 부지사의 부탁도 있었지만, 김 전 회장이 이 대표를 실제 지지하고 좋아했기 때문에 응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회장은 재판에서 “(후원금을) 넣었다고 하니까 아주 고맙다고. (이 대표의) 비서가 (고맙다고) 바로 전화왔다고 얘기했다”고 밝혔다. 쪼개기 방식으로 후원금을 낸 사실을 이 대표도 알고 있었다는 취지다. 법정에서 검사가 “쪼개기 후원은 (정치자금법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지적하자 “당시엔 전문가가 아니라서 몰랐는데 나중에 법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인지했다. 내가 너무 상처를 많이 받아서 얘기하게 됐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의 측근들을 연이어 쌍방울그룹과 계열사의 사외이사로 영입한 사실과 이 대표 모친상 당시 부조금으로 100만원을 낸 사실 등도 공개했다. 김 전 회장은 “(이 대표와) 개인적으로 만나진 못했지만 좋아했던 분인데 (대북송금 의혹 등이 제기되자) 나를 너무 이상한 사람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조의금 100만원도 부정청탁금지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김 전 회장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 대표는 새로운 사법리스크를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미 김 전 회장과 쌍방울 관계자들로 후원금 마련 및 전달 방식 등에 대한 구체적인 진술을 확보하고 추가 조사를 벌이고 있다.

‘사법 방해’ ‘재판·수사자료 유출’ 의혹 수사 속도

 검찰은 이 대표 소환을 앞두고 이 전 부지사의 재판 과정에서 제기된 ‘재판·수사 자료 유출’ ‘사법 방해’ 의혹도 들여다보고 있다.

수사기록 유출 의혹은 이 전 부지사의 재판 기록과 수사 자료가 이 대표의 SNS와 민주당 기자회견문 등에 활용되면서 불거졌다. 검찰은 이 자료를 이 전 부지사의 변호인인 현근택 변호사가 유출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수원지검 형사1부(부장 손진욱) 현 변호사를 형사소송법 위반 등 혐의로 입건하고 지난달 불러 조사했다. 지난 18일엔 현 변호사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쌍방울 사외이사 시절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과 비비안 행사장에서 촬영한 사진. 독자 제공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쌍방울 사외이사 시절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과 비비안 행사장에서 촬영한 사진. 독자 제공

검찰은 지난달 13일 민주당 박찬대 의원과 이 전 부지사의 측근인 이우일 민주당 용인갑 지역위원장 직무대행이 만난 뒤 이 전 부지사의 재판이 공전된 점도 주목하고 있다.

이후 이 전 부지사의 배우자 백모씨가 남편의 변호를 담당했던 법무법인 해광의 서민석 변호사 등에게 해임 통보를 하고 변호사들이 잇달아 사임하면서 재판이 파행됐다. 이 직무대행은 박 의원과 백씨의 전화통화를 연결해 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재판 과정에 개입한 사실이 확인되면 증거인멸 또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혐의 등이 적용돼 처벌받을 수 있다.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 김영남)는 최근 이 직무대행을 이 전 부지사와 관련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몇 차례 조사하면서 사법 방해 의혹에 대해서도 캐물었다고 한다. 
검찰은 박 의원과 이 대표의 비서실장인 천준호 의원에게도 소환을 통보했다. 박 의원은 최근 인터뷰 등에서 “이 직무대행이 전화를 바꿔줘 이 전 부지사의 부인과 통화한 적은 있지만, 회유·압박은 없었다”고 주장해 왔다.
천 의원 소환은 이 전 부지사의 최측근인 신모 전 경기도 평화협력국장(구속 기소)에게 민주당 관계자가 도지사 방북 관련 공문을 요청한 것과 관련해 조사하기 위해서다.

한편 이 대표를 제3자 뇌물 혐의로 입건한 검찰은 오는 30일 출석할 것을 통보했다. 이 대표가 “다음 주는 어렵다”는 입장을 내면서 소환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검찰은 이 대표가 출석하면 ‘쪼개기 후원금’ ‘재판·수사자료 유출 의혹’ ‘사법 방해 의혹’ 등에 관해서도 확인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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