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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 돌아갈 가능성 작다"…빚투족에 경고장 날린 이창용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4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회의 직후 열린 이창용 한은 총재 기자간담회에서는 최근 다시 증가세를 보이는 가계부채가 주요 화두가 됐다. 한은에 따르면 올 2분기 가계신용 잔액은 1862조8000억원이다. 전 분기보다 9조5000억원 늘었다. 올 2분기에만 전 분기 대비 14조원 늘어난 주택담보대출 급증의 여파다. 이 총재는 “최근 두달간 가계부채가 예상보다 증가했다”며 경계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빚투(빚내서 투자)족’ 에 대해 “저금리로 돌아갈 가능성은 작다”며 경고장을 날렸다. 다음은 이 총재와의 일문일답.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8월 금통위 금리 결정에 대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이날 금통위는 현행 연 3.50%인 기준금리를 유지하기로 했다. 지난 2월, 4월, 5월, 7월에 이은 5연속 동결이다. 뉴스1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8월 금통위 금리 결정에 대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이날 금통위는 현행 연 3.50%인 기준금리를 유지하기로 했다. 지난 2월, 4월, 5월, 7월에 이은 5연속 동결이다. 뉴스1

가계부채 증가의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인가.
‘집값이 바닥을 쳤으니까 대출을 받자’는 인식이 바탕에 깔려있고 여기에 50년 만기 대출 등을 통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회피 영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걱정스러운 것은 지난 10여년간 금리가 굉장히 낮았는데, 지금 젊은 세대는 인플레이션을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런 낮은 금리로 갈 거라는 예상을 해서 집을 샀다면 상당히 조심해야 한다. 금리가 지난 10년처럼 연 1∼2% 정도로 낮아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가계부채 증가세 억제를 위한 방안은.
미시적 정책을 통해 가계부채 흐름을 조정해보고, 시장 반응이 부족하면 거시적 정책도 생각해볼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상황까지는 아니라고 판단한다. 정책당국과 한은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올라가지 않게 조정하고, 점차 낮춰 가자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가계부채 연착륙이 제가 한은 총재가 된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그 책임을 다하겠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현재 한국 기준금리 수준을 긴축적이라고 판단하나.
그렇다. 명목 이자율에서 인플레이션율을 뺀 실질금리를 기간별로 보면, 미국을 제외한 다른 어떤 선진국보다 한국의 실질금리가 높다. 여러 가격 변수를 고려한 금융 상황을 보면 전반적으로 한국 금리 수준은 긴축 범위에 있다.
현재 환율 수준은 우려해야 하는 상황인가.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최근 환율이 오른 것(원화 가치 하락)은 달러 강세, 위안·엔화 약세 등에 동조한 것이었다. 다만 일일 변동성은 커졌다. 환율 수준보다는 변동성에 더 집중해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은.
금통위원 여섯 분 모두 당분간 최종금리를 연 3.75%까지 올릴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미국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커졌고, 가계대출 증가세가 확대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다. 금리 인하 얘기는 시기상조다.
올해 성장률 전망(1.4%)은 유지하고 내년 성장률 전망(2.3→2.2%)은 낮춘 이유는.
중국 주요 부동산 개발업체 파산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지기는 했지만, 중국 경제 성장률 전망이 이전과 크게 낮아진 상황은 아니어서 (올해 성장률 전망은) 더 지켜봐야 한다. 내년 성장률 전망을 낮춘 것은 중국 부동산 시장 상황을 볼 때 중국 경제의 빠른 회복은 어려울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통화정책의 비중을 이미 물가에서 성장으로 옮긴 것 아닌가
한은의 목표는 물가가 가장 중요하고, 두 번째가 금융 안정이다. 올해 1.4% 성장률은 절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전 세계가 다 어렵다. 금리나 재정으로 성장률을 보완할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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