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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평가위원 323명 중 156명, 대상기관서 자문료 받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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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문재인 정부 당시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경영평가가 엉터리로 진행된 정황이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다. 공공기관으로부터 자문료 등으로 1700만원 넘게 받은 교수가 경영평가위원으로 위촉된 사례가 발견됐다. 평가 배점 오류로 공공기관 평가 등급이 바뀐 경우도 다수 적발됐다.

기재부는 공공기관 경영평가를 위해 대학교수나 변호사, 회계사 등으로 구성된 평가단을 구성한다. A교수는 2018년 평가단의 평가위원으로 활동했다. 그런데 이 교수는 평가위원으로 활동하면서 그해 4~12월 평가 대상 기관인 한국철도공사(코레일)로부터 9회에 걸쳐 자문료를 총 1755만원 받았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기재부 규정엔 ‘평가위원은 임기 중 모든 경영평가 대상 기관으로부터 연구용역, 강의 등 경제적 대가를 조건으로 하는 일체의 활동을 수행할 수 없다’고 돼 있다. 규정에 따르면 기재부 장관은 A교수를 해촉할 수 있다. 그러나 A교수는 그대로 평가위원으로 활동했다.

A교수뿐 아니었다. 감사 결과 2018~2020년 사이 평가위원 323명 중 156명이 평가 대상 기관으로부터 자문료 등의 명목으로 돈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18년에 공공기관으로부터 경제적 대가를 받은 54명 중 22명이 2019년에 재위촉되는 등 평가위원 관리에 문제가 있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이런 문제가 발생한 이유에 대해 감사원은 공공기관들이 돈을 지급했는지 자료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고, 기재부도 검증 기준을 완화한 탓이라고 설명했다. 또 한국서부발전은 경영평가위원 교수 4명의 숙박비를 1인당 80만~389만원씩 대납한 것으로 조사됐다. 감사원은 이들 교수가 청탁금지법을 위반했다고 보고 징계 등 조치를 하라고 교육부에 통보했다.

이번 감사에서 2020년 상반기에 진행된 2019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평가에서 평가 지표가 임의 조정된 사례도 포착됐다. 73개 준정부기관의 일자리 창출 등 사회적 가치 관련 평가 지표 배점을 기준과 다르게 적용한 것이다. 평가단은 배점 오류를 기재부에 알린 뒤 관련 지표를 수정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사회적 가치 지표를 수정하자 4개 공공기관별 최종 점수 성격을 띠는 종합상대평가 등급이 달라졌다. 한국원자력환경공단(C→D)과 국가철도공단(A→B)은 한 등급이 내려가야 했고, 한국농업기술진흥원(A→S)과 해산(C→B)은 한 등급이 올라가야 했다.

해당 기관들의 종합상대평가등급이 변동될 경우 다른 공공기관 평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에서 평가단은 기존의 종합상대평가 등급을 유지키로 하고 4개 기관의 다른 지표를 임의로 변경해 기존 등급을 유지시켰다. 당시 평가단 간사 A위원은 감사원 조사에서 “종합 상대 평가등급이 유지됐으면 좋겠다는 것이 기재부의 입장이라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감사원은 기재부가 관리·감독에 소홀했다고 보고 직원 2명의 징계를 요구했다.

이번 감사는 2021년 문재인 정부 때 시작됐지만 지연되면서 ‘봐주기 의혹’이 일었다. 지난해 유병호 사무총장이 취임한 뒤 재감사를 지시해 2년 만에 결과가 나왔다. 재감사 시작 당시 유 총장은 봐주기 의혹을 받던 감사팀원 5명을 직위 해제하고 감찰을 지시했다. 당시 감사팀은 의혹에 강력히 반박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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