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고마우면 5000원 부탁해요"…美 논란의 '팁' 한국까지 왔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국 식당에서 많이 이용하는 토스트 결제기기(POS)에는 점주가 팁팁 지금 선택는 화면을 결제과정에 포함시켜 넣을 수 있다. 사진 토스트 공식 블로그

미국 식당에서 많이 이용하는 토스트 결제기기(POS)에는 점주가 팁팁 지금 선택는 화면을 결제과정에 포함시켜 넣을 수 있다. 사진 토스트 공식 블로그

한국에서도 미국처럼 팁(봉사료)을 요구하는 곳이 속속 등장하면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서비스에 만족했다면 부담되지 않는 액수의 팁을 주는 것도 괜찮다는 의견과 가격에 이미 서비스 비용이 포함된 데다 가뜩이나 오른 물가에 팁까지 사실상 ‘의무화’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주장이 엇갈린다.

23일 계산대에 현금이 담겨있는 ‘팁 박스’를 뒀다가 논란이 일었던 서울 강남구 소재 빵집을 방문해 보니 직원은 “실내 인테리어를 꾸미기 위한 용도로 설치했던 것”이라며 “한 달 전에 이미 없앴다”고 전했다. 올해 초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해당 빵집에 놓인 유리병 사진이 빠르게 퍼졌다. 병에는 ‘당신이 원하면’이라고 영어 문구가 적혀있다. 이를 보고 “식품위생법상 팁박스 설치는 불법”이라며 “부가세와 봉사료가 포함된 가격만 기재해야 한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지난해에는 ‘서빙 직원이 친절히 응대했다면, 테이블당 5000원 이상 팁을 부탁한다’는 안내 문구를 식탁 위에 올려놓은 고깃집이 논란이 됐다. 또 다른 고깃집에서는 일본인 관광객에게 점원이 “한국에서는 고기를 구워주면 고맙다고 팁을 준다”고 말하는 장면이 실시간 온라인 방송으로 공개되면서 파문이 일었다.

식당이나 카페에서 팁을 따로 요구하면 식품위생법에 저촉될 가능성도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 법은 식품접객업자 준수사항으로 ‘영업소의 외부 또는 내부에 가격표를 붙이거나 게시하고 가격표대로 요금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때 가격표란 부가가치세 등이 포함된 것으로 손님이 실제로 내야 하는 가격을 의미한다. 하지만 한 소상공인 단체 관계자는 “강제성·의무성이 없고 자발적으로 팁을 지불하도록 안내했다면 별도로 식당 내에 표기하더라도 불법은 아니라고 본다”며 “다만 고객 부담을 늘린다는 인상을 줘 매출이 줄어드는 역효과도 있어 국내에서는 식당 주인들이 팁 표기를 좀처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카카오택시 지난달부터 ‘자발적 팁’ 도입 

택시 호출 플랫폼 카카오T도 팁을 줄 수 있는 기능을 최근 시범 도입했다. 카카오T 앱에서 택시 호출 서비스를 이용한 직후 서비스 최고점인 별점 5점을 준 경우 팁 지불 창이 뜨며 승객은 1000원‧1500원‧2000원 가운데 팁을 고를 수 있다.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팁 지불 여부는 승객의 자율적인 선택 사항이고, 회사가 가져가는 수수료도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를 둘러싼 불만도 여전하다.

유명 빵집 계산대에 놓인 팁 박스. 빵집 관계자는 “디자인적인 요소를 위한 장식물이었다”고 해명했다. 현재는 치워졌다. 사진 SNS 캡처

유명 빵집 계산대에 놓인 팁 박스. 빵집 관계자는 “디자인적인 요소를 위한 장식물이었다”고 해명했다. 현재는 치워졌다. 사진 SNS 캡처

팁을 공개적으로 안내하는 방법을 두고 소비자 10명 중 7명은 부정적으로 본다는 설문조사도 있다. 소비자 데이터 플랫폼 오픈서베이가 최근 택시 호출 플랫폼의 팁 기능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도입을 반대한다’는 의견이 71.7%로 집계됐다. 팁 문화를 둘러싼 논란은 고물가 상황이 지속하면서 거세지는 분위기다.

팁 문화 논란 미국에서도 거세져 

팁 문화를 둘러싼 논란은 미국에서도 마찬가지다. 특히 무인 계산대가 늘어나면서 직원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줄어드는 데도 팁을 요구하는 분위기는 여전하다는 점에서 더 그렇다.
미국 매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5월 “식당들이 무인 계산대를 통해 인건비를 절감하고 있는데 여전히 팁을 요구하고 있다”라며 “그 팁은 어디로 가는지 궁금하다”고 보도했다. WSJ은 현지 공항 기념품 상점에서 6달러(약 8000원)짜리 생수를 셀프 계산했다가 계산대 화면에 가격의 10%∼20%를 팁으로 추가할 수 있는 기능을 확인하고 고객이 적잖은 불쾌감을 느꼈다고 전했다. 팁 기능을 건너뛰었다는 고객은 WSJ에 “이런 메시지는 일종의 감정적 협박”이라고 언성을 높였다. 윌리엄 마이클 린 코넬대 호텔경영대학원 교수는 “기업들은 기회를 활용하는 것”이라며 “적은 비용으로 추가 이익을 얻을 수 있다면 누가 원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카카오T 앱에서 확인할 수 있는 택시기사 팁 결제 화면. 하차 후 택시기사 평점을 5점을 주면 화면이 나온다. 사진 카카오T 캡처

카카오T 앱에서 확인할 수 있는 택시기사 팁 결제 화면. 하차 후 택시기사 평점을 5점을 주면 화면이 나온다. 사진 카카오T 캡처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