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로컬 프리즘

그칠 줄 모르는 북한 황강댐 무단 방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4면

전익진 기자 중앙일보 기자
전익진 사회부 기자

전익진 사회부 기자

북한과 마주한 경기도 연천군 임진강변 주민은 태풍이나 큰비를 앞두면 좌불안석이다. 이런 상황은 10여 년째 계속되고 있다. 북한 임진강 상류에 위치한 대규모 황강댐의 예고 없는 방류 때문이다. 역대급 태풍으로 예상됐던 제6호 태풍 ‘카눈’의 상륙을 앞두고 긴장이 팽팽했던 지난 9일에도 무단 방류가 이뤄졌다.

이날 임진강 최북단 필승교 수위가 급격히 불어나면서 하천 행락객 대피 수위를 순식간에 넘어섰다. 관계 당국은 북한 황강댐의 갑작스러운 방류에 따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지난달 5일 경기도 연천군 임진강 군남댐(군남홍수조절댐)에서 북측 임진강 상류에서 흘러 내려온 물이 방류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5일 경기도 연천군 임진강 군남댐(군남홍수조절댐)에서 북측 임진강 상류에서 흘러 내려온 물이 방류되고 있다. [연합뉴스]

군남댐을 관리하는 K-water(한국수자원공사), 연천군, 한강홍수통제소 등에 따르면 임진강 남방한계선에 있는 필승교 수위는 이날 오후 5시30분 1m를 갑자기 넘어섰다. 이날 연천 일대에서는 비가 내리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 시각을 전후해 10분마다 4∼5㎝로 수위가 급격히 상승한 뒤 이날 오후 6시30분엔 1.23m를 기록할 정도로 순식간에 임진강 수위가 높아졌다.

당국은 임진강 수위가 급속히 불어나면서 행락객 대피 수위에 도달하자 임진강 일대에 사이렌을 울리고 대피경보 방송을 내보냈다. 주변 행락객을 대피시키는가 하면 지역 주민과 어민 등에게 문자 메시지를 발송하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다행히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북한 황강댐의 무단 방류는 역대급 태풍으로 분류된 힌남노 상륙을 앞뒀던 지난해 9월 3, 4일 이틀 동안에도 이뤄져 임진강변 주민들을 불안케 한 바 있다. 예고 없는 방류로 임진강물이 갑자기 급상승하면 행락객과 어선·어구 등의 피해가 예상되는 데다 폭우로 임진강 수위가 높아진 상태에서 황강댐 방류가 더해지면 임진강 일대의 물난리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10여년 전 조성된 북한 황강댐(총 저수량 3억5000만t 규모)은 우리 측 대응 댐인 연천 군남댐(군남홍수조절댐, 총저수량 7100만t)의 5배 규모다. 황강댐과 군남댐 간 거리는 57㎞로 가깝다. 군사분계선 북쪽 42.3㎞ 거리에 있는 황강댐에서 방류하면 불어난 물은 4시간 정도면 남측에 다다른다. 북한 측이 군남댐 상황을 봐가며 수문을 개방하거나 방류 정보를 사전에 우리 측에 통보해줘야만 수해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상황이다.

실제 황강댐의 예고 없는 방류로 2009년엔 연천에서 야영객 6명이 숨졌다. 이후에도 연천과 파주에서 야영객 대피, 주택 침수, 어선 및 어구 유실 등의 피해가 이어졌다.

남북은 2009년 10월 ‘임진강 수해 방지 남북 실무접촉’을 하고 북한이 댐 방류 시 사전 통보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 합의는 2010년까지 지켜지다가 2011년 이후 거의 무시되고 있다. 북한 측은 국가 간 신의의 원칙에 더해 인도적 차원에서라도 하루빨리 남북 합의사항을 준수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