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원로 모임인 ‘3월회’가 21일 첫 공식 모임을 갖고 이달 중으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회동을 주선하기로 뜻을 모았다. 3월회는 양극단으로 치닫는 정치를 바로잡기 위해 전직 국회의장 8명 등 여야 원로 11명이 지난 제헌절(7월 17일)에 발족한 모임이다. 3월회는 매달 세번째 월요일에 만난다는 의미다.
이날 서울 중구의 한정식집에서 열린 오찬 회동에는 신영균(95) 국민의힘 상임고문과 권노갑(93)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을 비롯해 정대철(79) 대한민국헌정회장, 강창희(77)·김원기(86)·김형오(76)·문희상(78)·임채정(82) 전 국회의장이 참석했다. 박희태(85)·정세균(73)·정의화(75) 전 의장은 개인 사정으로 불참했다.
약 2시간가량 이어진 모임에서 원로들은 “우선 협치 복원의 마중물을 붓자”는 의미로 여야 수장인 김기현·이재명 대표의 회동을 주선하기로 했다. 오찬 모임 후 중앙일보와 만난 김형오 전 의장은 “지금 정치의 가장 큰 문제점은 여야의 대화가 단절됐다는 점”이라며 “오늘 모인 모든 원로가 여야 대화 복원이 급선무라는 데 동의했다”고 말했다.
회동 날짜는 다음 정기 국회가 열리는 9월 1일 전으로 정하고 장소와 형식, 안건 등은 추후 조율하기로 했다. 김기현 대표는 국민의힘 출신인 김형오 전 의장이, 이재명 대표는 민주당 출신인 정대철 회장이 직접 연락해 설득하기로 했다. 3월회 원로 전원이 참석하는 자리에 양당 대표를 초청하는 방식이 유력하지만, 양당 대표가 원할 경우 자리만 마련하고 원로들은 빠질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원로들의 주선이 결실을 볼 경우 양당 대표는 3월 15일 상견례 후 5개월여 만에 처음으로 만나게 된다. 3·9 전당대회에서 당선한 김기현 대표가 상견례 형식으로 이 대표와 3월 15일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양측은 “격주마다 만나자”(김 대표), “여야 정책협의회를 만들자”(이 대표)고 했지만, 이후 정국 경색으로 양당 대표가 얼굴을 맞댄 적은 없었다.
중간중간 회동 제안을 서로 주고받았지만 외려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 지난 5월 김 대표가 기자들과 만나 “며칠 전 이 대표에게 ‘얼굴 한 번 봅시다. 밥이라도 먹고 소주를 한잔하든지’라고 했더니 이 대표가 거절했다”는 취지의 대화를 공개하자, 이 대표가 “뜬금없이 ‘소주 한잔하자’더니 언론에 대고 마치 야당이 대화를 거부한 것처럼 언론 플레이를 한다. 밥 먹고 술 먹는 거는 친구분들하고 하라”고 맞받았다.
이와 관련 정대철 회장은 “우리도 현직일 때 많이 싸웠지만, 최소한 서로 얼굴 맞대는 걸 피하진 않았다”며 “여야 정국이 너무 경색된 상황에서 양당 대표가 마주 보고 앉게 하는 걸 성공하면 그게 바로 협치 복원의 시작일 것”이라고 말했다. 문희상 전 의장도 “불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지만, 일단은 정치 원로가 협치를 위해 노력하는 걸 후배 정치인에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이날 원로 모임에선 최근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미·일 정상회의를 마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언급도 오갔다고 한다. 국민의힘 소속의 한 원로가 “부친상까지 당한 상태에서도 미국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나. 여야를 떠나 잘한 건 잘했다고 평가를 해야 한다”고 제안하자 민주당 소속 원로도 “그 말씀에 동의한다”고 했다고 한다. 다만 이런 대화 내용은 3월회 공식 입장으로 내지는 않기로 했다. 한 참석자는 “여야 이견이 있을 수 있는 사안에 대해 원로가 평가해 괜한 분란을 만들기보다는 협치 복원에만 집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편 현직 국회의장인 김진표 의장은 다음 달 7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공관에 3월회 원로를 초청해 만찬을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