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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7명 살해한 英 '악마' 간호사…가석방 없는 종신형 선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영국 역사상 최악의 아동 연쇄 살인범이 된 간호사 루시 렛비(33)에게 영국 법원이 종신형을 내렸다. 렛비는 7명의 아기를 살해하고 다른 6명의 아기를 죽이려고 시도한 혐의로 유죄를 받았다.

21일(현지시간) BBC 방송에 따르면 영국 맨체스터 형사법원은 렛비에게 가석방이 없는 종신형을 선고했다. 영국에서 종신형을 받은 여성은 렛비가 역대 네 번째다. 렛비는 지난 2015~2016년 리버풀시 인근의 ‘체스터 백작 부인 병원’에서 일하던 중 아기에게 일부러 공기를 주입하거나 우유를 강제로 먹였으며, 두 명의 아기에게는 인슐린을 주사해 중독시켰다.

판사 “감형할 이유 전혀 없다”

아기 7명을 살해한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은 영국 간호사 루시 렛비가 지난 2018년 체스터시의 집에서 경찰에 체포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아기 7명을 살해한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은 영국 간호사 루시 렛비가 지난 2018년 체스터시의 집에서 경찰에 체포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이날 선고에 렛비는 출석하지 않았다. 제임스 고스 판사는 “렛비는 아기를 키우고 돌보는 정상적인 인간의 본능과 완전히 반대로 행동했으며, 모든 시민이 의료·돌봄 관련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에게 갖는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밝혔다. 또“렛비의 행동에는 가학성에 가까운 깊은 악의가 있었다”며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자신의 잘못에 대한 책임을 냉정하게 부인했다”고 지적했다.

고스 판사는 “렛비는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다”며 “감형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렛비의 변호인도 “렛비가 재판 내내 결백을 주장했기 때문에 형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고 밝혔다.

렛비는 범행 대상으로 쌍둥이를 골라 둘 모두를 살해하거나, 세쌍둥이 중 둘을 살해하기도 했다. 아기를 죽이려다 실패한 경우도 있었다. 살아남은 아기는 심각한 장애를 갖게 된 경우도 있었다. 한 쌍둥이 아기를 공격하는 모습을 어머니에게 들켰을 땐 “저를 믿으세요. 저는 간호사입니다”라고 말한 적도 있었다. 미숙아를 범행 대상으로 삼기도 했다.

렛비는 휴가를 다녀온 직후 아기를 살해하거나, 아기의 생후 100일이나 퇴원 예정일 등 기념일에 공격하기도 했다. 아기를 살해한 다음 날 아기의 어머니와 가족 계정을 소셜미디어(SNS)에서 찾아보기도 했다. 렛비의 SNS에는 웃으며 사교 생활을 하거나, 아기를 안고 있는 모습이 올라와 있었다.

영국 법무부 장관 “범죄자 공판 출석 강제할 것”

영국 경찰이 공개한 2020년 11월 촬영된 루시 렛비의 모습. AFP=연합뉴스

영국 경찰이 공개한 2020년 11월 촬영된 루시 렛비의 모습. AFP=연합뉴스

이날 공판에는 그동안의 재판에 참석했던 렛비의 부모도 참석하지 않았다. 방청객에 있던 피해 부모는 판사가 선고문을 읽을 때 울기도 했다. 한 쌍둥의 희생자의 어머니는 렛비가 공판에 불출석한 것에 대해 “간호사로 위장한 악마를 만났을 때 우리의 세상은 산산조각났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매번 법정에 출석했지만, 렛비는 감방에 그대로 있었다”며 “겁쟁이의 마지막 사악함”이라고 비난했다.

영국 정부도 렛비의 불출석에 대해 비판적 평가를 내놓고 있다. 알렉스 초크 영국 법무부 장관은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를 통해 렛비에 대해 “단순한 살인자가 아니라, 피해자 가족을 마주하지 않고 피해 진술과 사회적 비난을 듣지 않는 비겁한 사람”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범죄자가 선고 공판에 출석하도록 강제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도 유죄 판결을 받은 범죄자가 법정에서 피해자나 가족을 대면하지 않는 것을 “비겁하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렛비가 과거 근무한 병원 2곳에서 지금까지 밝혀진 것 외에도 영아 수십 명을 더 해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추가 수사를 하고 있다. 검찰은 렛비가 2018년 체포된 뒤 집에서 발견된 자필 메모를 증거로 들었다. 렛비는 메모에 “나는 악하다. 내가 일을 저질렀다(I am evil I did this)”라고 적었다. 또 렛비가 범행을 저지르는 기간 동료와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위로를 받고, 신생아 치료실에 추가 근무를 자원했다는 사실은 재판 과정에서 중요한 증거로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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