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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살 영재父 "못 버티면 나가라는 식"…서울과고 "절차대로 처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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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강현(9)군이 서울과학고 교문 앞에서 찍은 사진. 사진 백강현군 인스타그램 캡처

백강현(9)군이 서울과학고 교문 앞에서 찍은 사진. 사진 백강현군 인스타그램 캡처

‘천재 소년’으로 불린 백강현(10)군이 서울과학고를 반 년만에 자퇴한 배경에 대해 아버지 백모씨가 “학교폭력을 당했다”며 “학교는 버티지 못하면 나가라는 시스템만 강조했다”고 주장했다. 학교 측은 “(학교폭력) 사안을 절차대로 처리했다”고 밝혔다.

21일 백군의 아버지는 유튜브 채널 ‘백강현’에 공개한 영상을 통해 “지난 5월부터 같은 학급 학생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했다. ‘네가 이 학교에 있는 것은 사람들을 기만하는 것’이라는 이야기부터 ‘강현이와 같은 조라면 망했다고 봐야 한다’는 조롱을 들었다. 조별과제를 할 때면 늘 소외되기 일쑤였다”며 자퇴 배경을 밝혔다. 또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아들에 대한 글을 보게 됐다. 제목부터 ‘백강현X, 멍청한 XXXX’로 시작할 만큼 심각한 수준의 비방 글이었다. 그렇게 밝았던 아이가 힐끗힐끗 곁눈질하고 말도 더듬기 시작했다”며 “학교에 학교폭력위원회 소집을 요청하고 경찰 사이버 수사대에 고발하기 위한 절차를 밟으려 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실제 학폭위 소집은 이뤄지지 않았다. 백씨는 “관계되는 선생님들과 회의가 있었고 ‘강현이가 계속 학교를 다니기 위해서는 경찰 고발은 안 하는 게 좋겠다’는 설득을 받았다”며 “가해자와 피해자의 분리 조치도 없이, 단지 앞으로는 조별 과제를 할 때 강현이에 대한 특별한 대책을 강구해주겠다는 학교 측의 설득만 믿었다. 학폭위도 유야무야 없던 일로 돼버렸다”고 했다.

사진 백강현군 유튜브 채널 캡처

사진 백강현군 유튜브 채널 캡처

학교 측은 “당시 학교장에게 보고했으며 (학교폭력 처리) 규정대로 사안을 처리했다”고 말했다. 서울과학고 관계자는 “학교폭력 처리 절차라는 게 학교폭력위원회까지 열리는 게 아니라 중간 단계에서 마무리되는 과정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해당 사안은) 가해자와의 분리 조치에 해당하지 않아서 (분리를) 하지 않은 것”이라며 “담임교사는 백군을 상담한 후 학교폭력 사안 처리를 권유하기도 했다”고도 했다.

백씨는 조별 과제에서 어려움을 겪는 일이 반복됐다고 주장했다. 백씨는 담임교사에게 “다른 조원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고 밤 늦게까지 진행하는 과제 준비에 참여할 자신이 없다”며 백군이 영어 수업에서 개별 발표를 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담임교사는 “강현이 한 명 때문에 학교 시스템을 바꿀 수 없다. 그것을 견디는 것도 과정의 하나”라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는 게 백씨의 주장이다. 그는 “애초에 10살 아이를 왜 선발했나. 머리가 좋으면 이런 시련도 다 버틸 수 있다고 판단했나. 학교에서 강현이에게 약속해 준 대책 강구에 대해 논의나 한 적 있는 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백강현군의 아버지 백씨가 지난 17일 서울과고 백군 담임 교사에게 보낸 카톡 내용. 사진 유튜브 캡처

백강현군의 아버지 백씨가 지난 17일 서울과고 백군 담임 교사에게 보낸 카톡 내용. 사진 유튜브 캡처

이에 대해 학교 측은 “개별 교사의 평가 방법을 강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서울과학고 관계자는 “이미 학기 초 평가 계획 결재를 받아 학생들에게 공지가 돼있는데 수용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을 것”이라며 “학교에서 강제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백씨는 가해 학생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가해자들로부터 어제 정식으로 사과받았고 용서해주기로 했다”며 “학생에게 문제 제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또 ‘학교 이미지를 실추시키지 말라’며 메일을 보냈다는 서울과학고 학부모에 대해서도 “사과 메일을 받았다”며 “오늘 경찰에 고발할 예정이었는데, 어찌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2년 11월생인 백군은 생후 41개월 때인 2016년 SBS ‘영재발굴단’에 출연해 2차 방정식을 풀어 화제가 됐다. 3년 만에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입학한 지 1년 만인 올해 3월엔 서울과학고에 조기 입학했다. 학급 부회장에 당선됐다며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하는 것으로 보였지만, 지난 18일 돌연 자퇴했다는 근황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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