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선진국이 되기 전부터 많은 국제 행사를 치렀지만 2023 새만금세계스카우트잼버리처럼 참담한 실패를 겪은 적은 없다. 이제 책임을 가려야 할 시간이 왔다. 먼저 새만금 잼버리 공동조직위원장이자 주무 부처의 수장인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과 집행위원장이며 개최지 광역단체장인 김관영 전북도지사의 책임이 누구보다 크다.
나아가 행사 운영을 맡았던 잼버리 조직위원회가 왜 제대로 기능하지 못했는지 살펴봐야 한다. 조직위는 2018년 12월 제정된 특별법에 따라 설립된 재단법인이다. 법인 인가와 각종 사업 계획 승인이 여가부 장관 권한이다.
2020년 7월 출범한 새만금 잼버리 조직위는 이정옥 당시 여가부 장관과 김윤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북 전주시갑)이 공동조직위원장을 맡았다. 주무 부처 장관이 조직위원장을 맡은 것은 이례적이다. 감독이 주장으로 뛴 것이나 마찬가지다. 영암 포뮬러원 대회나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 2015년 대구 세계물포럼 등을 보면 장관을 지낸 전직 관료나 지자체장이 조직위원장을 맡았다. 장관이 해당 행사에만 집중할 수 없고, 개각이 이뤄지면 조직위원장이 바뀐다는 한계가 있다.
추정컨대 원래 책정했던 사업비가 대폭 증액되는 것과 무관치 않았을 것이다. 2016년 편성된 새만금 잼버리 사업비는 491억원인데 2020년 846억원으로 증액된다. 최근 발표된 총사업비 규모는 1171억원, 추가로 들어간 것까지 포함하면 1400억원 이상이라고 한다. 중앙정부 예산을 확보하려면 지자체장이나 전직 관료보다는 현직 장관과 국회의원이 더 적합한 것이 아니었을까.
이쯤 되면 조직위 사무국이 실무를 잘 챙겨야 했는데 그렇지도 못했다. 사무국은 2020년 7월부터 여가부 국장급 출신이 사무총장을 맡았다. 한해 총보수가 1억6000만원이라고 한다. 정부 부처 입장에선 이런 자리가 적체된 고위직 인사를 푸는 유용한 도구가 된다.
그렇다면 조직위를 여가부가 장악한 것인가. 문제가 됐던 곰팡이 달걀 사건을 보자. 급식 업체인 아워홈에 따르면 원래 거래하는 서울 업체가 있었는데 조직위에서 지역 업체로 바꾸라고 해서 이런 일이 생겼다고 한다. 각종 용역 업무를 야당 측 인사가 관련된 지역 업체가 수의 계약으로 따갔다는 보도도 나왔다. 사무총장이나 여가부에서 파견 나간 공무원이 지역업체를 챙긴 것인가. 조직위에는 전북도 공무원도 파견 형태로 나가 있다.
대선을 이틀 앞둔 지난해 3월 7일 전북도는 조직위가 대회를 1년 연기할 것을 세계연맹에 건의했다는 보도자료를 낸다. 건의 주체는 조직위인데 보도자료는 전북도가 냈다. 1년 전에 해야 했을 프레잼버리는 왜 취소됐는가. 조직위 의사 결정이 사안마다 어떻게 이뤄졌는지도 감사원이 잘 따져봐야 한다.
방만한 예산 집행도 문제겠지만 신규 매립지에서 열린 새만금 잼버리는 사업비 과소 책정이라는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출발했다. 지난해 7월 김관영 지사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60억원의 예산을 요청했고 윤 대통령이 전액 지원을 지시했다고 한다. 그런데 올해 5월 공동조직위원장인 김윤덕 의원은 국회 자유 발언을 통해 침수 피해가 예상된다며 국비 지원을 호소했다. 한정된 사업비에 추가로 쓸 돈이 생기면 누가 부담하느냐를 두고 다툼이 생긴다. 실제로 배수 문제가 불거지자 조직위와 전북도가 상대방 관할이라며 떠넘기려 한 정황도 있다.
김 의원의 발언은 갯벌에 흙을 퍼붓듯이 계속해서 추가 예산이 필요했으며, 조직위 내에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것을 드러낸 측면도 있다. 정권이 바뀌면서 공동조직위원장인 장관과 야당 국회의원의 의사소통도 원활하지 않았을 것이다.
새만금 잼버리의 주최자인 한국스카우트연맹이 제 역할을 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한국스카우트연맹 측이 후보지인 고성과 새만금 중 새만금을 결정한 배경은 무엇인가. 각국 연맹과 대표단의 불만을 듣고 이견을 조율하는 것도 중요한 역할인데 이것이 제대로 된 것인가. 여가부와 전북도, 한국스카우트연맹이 합심해서 조직위를 꾸리고 원팀으로 갔어야 하는데 이게 이뤄지지 않았다.
세계스카우트잼버리는 적절한 장소를 선정하고 차분하게 준비했으면 중앙정부가 전면에 나설 정도의 행사는 아니었다. 모두의 책임은 아무의 책임도 아닌 것과 같다. 행사의 규모와 성격에 따라 중앙정부가 주도할 것인지 지자체가 주도할 것인지 권한과 책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그래야 이번과 같은 실패가 반복되지 않을 것이다.
글=김원배 논설위원 그림=윤지수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