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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때만 실시했던 한·미·일 군사훈련의 진화…이름 붙여 지속성 담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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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 공동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 공동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연합뉴스

한·미·일 정상이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 약속한 군사훈련의 정례화는 지속성을 담보해나가는 3국 군사공조의 교두보로 평가 받는다. 이를 토대로 3국간 군사협력의 영역을 넓혀가는 작업이 본격화할 태세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발표된 '캠프 데이비드 정신', '캠프 데이비드 원칙', '3자 협의에 대한 공약' 중 군사 분야의 구체적 이행 수순은 공동성명인 ‘캠프 데이비드 정신’에서 언급됐다. “3자 훈련을 연 단위로, 훈련 명칭을 부여해 다영역에서 정례 실시할 것”이라는 대목이다.

또 지난해 11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3국 정상이 만나 합의한 '북한 미사일 경보정보 실시간 공유'의 추진 상황을 설명했다. 이달 중순 해당 정보 공유를 위한 해상 탄도미사일 방어 경보 점검을 실시했다는 내용이다. 이 같은 후속 작업을 거쳐 미 인도·태평양사령부 산하 하와이 연동통제소를 중심으로 주한미군의 작전통제소(TMO-CELL)와 주일미군의 지휘통제시스템(C4I)을 연결하는 체계가 올해 내 정식 가동될 예정이다.

한·일관계 변수 최소화해 매년 개최 

이어 공동성명은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증강된 탄도미사일 방어 협력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으로 이어졌다. ‘증강된’이라는 수식어는 기존 비정기적으로 실시된 3국의 해상 미사일 방어훈련과 대잠전 훈련을 체계화한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이 같은 훈련에 한·미연합연습인 자유의 방패(FS·Freedom Shield)와 같은 이름을 붙여 북한 위협을 매개로 군사 분야에서만큼은 한·일관계라는 변수를 최소화한 채 3국 공조의 안정성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3국 정상 간에 최초로 다년간의 3자 훈련계획 수립에 합의했다”는 대통령실 설명과도 일맥상통한다.

한미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가 지난 7월 16일 동해 공해상에서 북한의 연이은 탄도미사일 발사 등 고도화되는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해상 미사일 방어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한국 해군 이지스구축함 율곡이이함, 미국 해군 이지스구축함 존핀함, 일본 해상자위대 이지스구축함 마야함. 해군

한미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가 지난 7월 16일 동해 공해상에서 북한의 연이은 탄도미사일 발사 등 고도화되는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해상 미사일 방어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한국 해군 이지스구축함 율곡이이함, 미국 해군 이지스구축함 존핀함, 일본 해상자위대 이지스구축함 마야함. 해군

실제 그동안 3국 군사훈련은 정례적 성격이 아닌, 북한 도발에 즉각 대응하는 차원에서 이뤄졌다. 윤석열 정부에서 처음 열린 한·미·일 미사일 방어훈련의 경우 모두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을 겨냥해 지금까지 네 차례 실시됐다. 지난해 10월 1차 훈련은 북한이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을 발사한 직후였고, 지난 2월과 4월 훈련 역시 각각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과 화성-18형 발사에 대한 대응 성격이었다.

가장 최근 열린 지난달 16일 훈련도 화성-18형 시험발사 나흘 후 진행됐다. 해당 훈련은 북한이 IRBM 이상의 사거리로 미사일을 쏠 경우 지구 곡률을 감안해 한·일 이지스함이 신속히 역할을 분담해 대응하자는 취지다. 발사 초기 단계의 표적 정보를 한국이 미측에 보내면, 미측이 이를 일본과 공유하고, 일본이 포착한 종말 단계의 표적 정보는 미국을 거쳐 한국으로 전달하는 방식이다.

한미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 함정이 지난 4월 4일 제주남방 공해상에서 대잠전 해상훈련을 하고 있다. 해군

한미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 함정이 지난 4월 4일 제주남방 공해상에서 대잠전 해상훈련을 하고 있다. 해군

현 정부 들어 두 차례 실시된 대잠전 훈련도 북한 위협이 가시적으로 떠올랐을 때 열렸다. 지난해 9월 북한이 대륙간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설을 갖춘 함경남도 신포 일대에서 예전보다 활발한 동향을 보이자 한·미·일은 5년 만에 해당 훈련을 재개했다. 지난 4월 훈련은 북한이 핵 무인 수중 공격정인 '해일' 시험을 발표한 점을 염두에 뒀다.

군 관계자는 “3자 간 훈련 일정을 정례화하면 보다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훈련할 수 있어 대북 억제력도 커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특히 군 내부에선 3국 대잠전 훈련을 놓고 정례화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대잠전에 활용되는 해상 초계기만 봐도 일본은 110대 이상 보유했지만, 한국은 16대에 불과하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이 같은 3국 해상훈련은 영해가 아닌 공해에서 이뤄진다”고 강조했다. 한·일 안보협력이 일본 자위대를 정상 군대로 인정하거나 유사시 한반도에 일본 개입을 용인하는 빌미로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선을 그은 것이다.

사이버·우주에서도 3국 훈련 명시

3국 훈련 정례화가 언급되면서 다영역(multi-domain)이라는 표현이 등장하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지상·해상·공중에 이어 사이버와 우주를 아우르는 미래 미군의 작전 수행 영역에서도 한·미·일 공조틀이 가동된다는 의미다.

미국은 적국의 해킹에 대응하고 가짜 정보를 통한 비군사적 공격 능력을 높이기 위해 사이버전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지난 3월엔 사이버 안보 전략을 발표하면서 중국·러시아·이란과 함께 북한을 위협 세력으로 꼽기도 했다. 이 같은 문제의식에 따라 한·미는 양국 사이버작전사령부간 첫 훈련을 기획하고 있다. 미 주관 연합 사이버 방어훈련인 '사이버 플래그'(Cyber Flag)에 한국의 정례 참여도 검토 중이다.

우주전은 적국의 통신정보를 교란하고 수집하는 등의 활동으로, 북한 ICBM 등 장거리 미사일이 우주 공간을 비행할 때 수행된다. 본토를 향한 직접적 위협에 대비해야 하는 미국 입장에선 한·일 공조의 필요성이 상당한 셈이다.

지난해 12월 경기 평택시 오산공군기지에 주한 미우주군을 창설하고, 오는 21일~31일 예정된 ‘을지 자유의 방패(UFS·Ulchi Freedom Shield)’ 연합연습에 처음으로 미 본토 우주군을 보내는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 같은 양국간 사이버와 우주 영역에서의 공조를 3국으로 확장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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