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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녹조 일으키는 축산 분뇨와 생활하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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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김범철 강원대 환경학과 명예교수·전 하천호수학회장

김범철 강원대 환경학과 명예교수·전 하천호수학회장

그동안 수질이 좋은 것으로 알려진 소양호 상류에서 최근 녹조(綠潮) 현상이 발생했다. 1973년 10월 소양강댐 완공 이후 처음 발생했다는 보도가 있었으나 녹조 현상은 과거에도 여러 번 있었다.

녹조가 가장 심했던 시기는 1990년대 가두리 양식장이 있을 때였다. 당시에는 소양호뿐 아니라 전국 대부분의 호수가 양식장으로 인해 녹조 현상이 극심했다. 양식장을 철거하자 전국의 많은 호수에서 물이 빠른 속도로 맑아졌다. 양식에 따른 어류 배설물이 수질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 그 후 농도는 낮아졌지만, 대부분의 댐에서 녹조 현상이 여전히 발생했다. 소양호에서도 2006년 여름 큰비가 내리고 조류(藻類)가 크게 번성하더니 강우량에 비례하는 변동을 보이면서 간헐적으로 녹조 현상이 나타났다. 조류의 밀도는 저수지 최상류에서 가장 높고, 댐 쪽으로 내려오면 점차 침강해 감소하는 것이 일반적인 분포 패턴이다.

소양호 등 녹조 현상 빈도 증가
축산업 커졌으나 대책은 미흡
사전·사후 다양한 방안 찾아야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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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심이 깊은 댐 앞에서는 사람들이 맑은 물만 보니 소양호 수질이 늘 좋은 것으로 인식하며 지나쳤을 것이다. 하지만 소양호를 오래 조사한 필자는 상류에 종종 출현하면서 증가 추이를 보이는 녹조 현상을 걱정스럽게 관찰하고 있었다. 그러다 지난 6월 말 때 이른 폭우로 상류에서 탁한 물이 유입됐고 폭염이 이어지면서 조류 성장의 최적 조건이 형성됐다.

녹조 현상은 호수에서 조류의 먹이가 되는 영양물질이 증가하는 부영양화에 따른 결과인데, 가장 핵심적인 영양소는 인(燐)이다. 인은 주로 동물의 배설물에 들어 있고, 비료에도 함유돼 있다. 가두리 양식장 철거 이후 육상의 축산분뇨로 만들어진 퇴비가 녹조 현상에 주는 영향에 대해서는 인식이 부족하다. 인은 분해되는 물질이 아니다. 퇴비의 인 함량 비율은 작물의 요구량에 비해 10배 이상으로 높아져 부영양화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사람의 배설물도 인을 함유하고 있으므로 생활하수가 부영양화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인구 밀도가 높은 강 하류 지역에서 여름철 녹조 현상이 일어나는데 이때 인의 주요 근원은 생활하수다. 하수를 화학적으로 처리해 인 농도를 줄일 수 있지만, 하수 처리가 미흡한 처리장의 방류수가 녹조의 원인이 된다.

인구가 적은 상류의 대형댐에서는 생활하수의 영향은 미미하고 농업과 축산업이 인의 주요 근원이다. 축산 분뇨는 퇴비로 만들어져 밭에서 유출되는데 농경지에서 인의 유출은 폭우 시에만 일어나기 때문에 큰비가 내리고 2주일쯤 지나면 녹조 현상이 나타난다.

농경지에 뿌려진 인의 90% 이상은 토양에 잔류하고 일부만 유출되지만, 이것만으로도 부영양화를 일으키는 데 충분한 양이다. 밭에서 발생하는 탁한 물은 인을 많이 함유하고 있는데 특히 경사가 큰 밭일수록 토양 침식이 많고 인을 많이 유출한다. 따라서 경사진 밭은 과수원으로 전환하거나 산림으로 복원하는 투자가 절실하다.

사료 수입량만큼 인을 수입하는 셈이므로 근본적 대책 차원에서 축산업의 적정 규모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 지난 20년간 축산 규모는 2배 이상 증가했는데 분뇨에 기인한 인은 우리 국토 어딘가에 축적되고 있다는 뜻이다. 분뇨 처리 방법으로 퇴비 만드는 것 외에 대안이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현실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우리 국토의 환경 용량에 맞게 축산업의 적정규모를 산정하고 이제는 총량 관리할 때가 됐다.

녹조 현상이 발생하면 시행하는 사후 대책도 개선할 부분이 많다. 녹조가 생기면 조류 제거 선박을 이용해 물리적 제거에 나선다. 하지만 제거량이 미미하고, 조류의 성장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효과가 거의 없는 전시행정이다. 유일하게 효율적인 대책은 응집제라 부르는 수처리제를 사용하는 것이다. 정수장에서 탁한 물을 침전·정화하는 것처럼 호수에서도 인과 부유물질을 가라앉혀 조류의 먹이를 제거함으로써 근원적으로 조류의 성장을 막는 방법이다. 응집제로 사용하는 명반은 위장약으로 먹을 만큼 안전해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50년간 사용하는 방법이다. 물 1톤당 10원 정도로 저렴하고 국내 농업용 저수지에서도 많이 사용하고 있다. 응집제가 하류의 수질 보호를 위해서도 최선의 사후 대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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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철 강원대 환경학과 명예교수·전 하천호수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