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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입 열면 환호…'사실상 동원령'에도 지지자 듬성듬성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백현동 아파트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했다. 성남FC 후원금 의혹(1월 10일)과 위례·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1월 28일, 2월 10일) 조사에 이은 네 번째 소환 조사다. 정치권에선 검찰이 늦어도 9월 중엔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백현동 특혜 개발 의혹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해 조사실로 들어가기 전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백현동 특혜 개발 의혹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해 조사실로 들어가기 전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 이 대표가 모습을 드러낸 건 오전 10시 23분쯤이었다. 그가 탄 차량은 검찰청 인근 법원삼거리 도로 한 쪽에 모여 있는 지지자 앞에서 멈췄다. 차에서 내린 이 대표는 미리 설치된 연단에 올라 손 흔들고 허리 숙여 인사한 뒤, 재킷 안 주머니에서 미리 준비한 입장문을 꺼내 들었다.

이 대표는 “저는 위임받은 권한은 오직 국민을 위해 사용했고, 단 한 푼의 사익도 취한 바가 없다”며 “티끌만한 부정이라도 있었다면 십여년에 걸친 수백번의 압수수색과 권력의 탄압으로 이미 가루가 되어 사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까짓 소환조사, 열 번 아니라 백 번이라도 당당하게 받겠다”며 “공포 통치를 종식하고 민주정치를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얼마든지 희생 제물이 돼주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네 번째 검찰 소환 조사에 응한 17일 오전, 서울 서초동 법원삼거리 앞에서 이 대표 지지자들이 응원전을 펴고 있다. '강한 민주당 이재명이 합니다'라는 팻말을 든 지지자 뒤로 경찰이 쳐둔 철제 울타리 안이 휑하다. 정용환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네 번째 검찰 소환 조사에 응한 17일 오전, 서울 서초동 법원삼거리 앞에서 이 대표 지지자들이 응원전을 펴고 있다. '강한 민주당 이재명이 합니다'라는 팻말을 든 지지자 뒤로 경찰이 쳐둔 철제 울타리 안이 휑하다. 정용환 기자.

이 대표가 “까짓 소환조사”, “희생 제물” 등을 힘줘 말할 때마다 지지자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이름을 연호했다. 이날 서초동엔 약 300명의 지지자가 모여들어 ‘강한 민주당 이재명이 합니다’, ‘조작검찰 박살내자’ 등 손팻말을 들고 응원전을 폈다.

하지만 1~2월 검찰 출석 당시와 비교하면 지지자 숫자는 확연히 줄었다. 경찰이 이날 미리 쳐둔 길이 50m, 폭 5m 규모 철제 울타리는 그가 도착했을 때도 절반이 채 차지 않았다. 지지자들은 듬성듬성 빈 울타리 안에서 꽹과리와 호루라기, 확성기를 동원해가며 “이재명! 대통령!” “윤석열을! 탄핵하라!” 등 구호를 외쳤다. 검찰청 출입문 앞에는 보수 성향 시민단체가  ‘양파 이재명 범죄 즉각 구속’이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세워놓고 “이재명 구속, 싹 다 구속” 등을 외쳤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네 번째 검찰 소환 조사에 응한 17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동문 앞에 '양파 이재명 범죄 즉각구속'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세워놓고 ″이재명 구속, 싹 다 구속″을 외치는 시민. 정용환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네 번째 검찰 소환 조사에 응한 17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동문 앞에 '양파 이재명 범죄 즉각구속'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세워놓고 ″이재명 구속, 싹 다 구속″을 외치는 시민. 정용환 기자.

검찰은 이날 지난 대선 당시 '이재명 캠프'에서 근무했던 박모씨와 서모씨 주거지를 압수수색했다. 이들은 이 대표 최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재판에서 이모 전 경기도 시장상권진흥원장의 위증을 교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전방위로 압박해오는 검찰 수사에 대해 민주당에선 “왜 하필 이 대표 소환 날 과거 캠프 관계자까지 압수수색하냐”(캠프 출신 보좌관)는 불만도 감지됐다. 이 대표 주변인의 증거인멸 정황을 쌓아서 구속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한 당직자는 “최근 검찰이 증거인멸·위증교사 의혹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며 “이는 본 재판에서의 유죄 입증보다 선거 전 ‘이재명 구속’이 목적이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박찬대 민주당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에 출연해 최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구속)의 부인과 통화한 사실이 있다고 인정했다. 박 의원은 “(이 전 부지사 측근이) 저랑 대화하다 말고 전화가 오니까 받은 후 갑자기 저를 바꿔줘 받아보니까 이 전 부지사 배우자였다”라며 “제가 적극적으로 전화를 드렸다든가 그분한테 전화를 받았다든가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전 부지사 부인은 지난달 25일 수원지법에서 열린 공판에서 이 전 부지사에게 “정신 똑바로 차리세요”라고 고성을 질러 논란이 일었다. 앞서 이 전 부지사는 최근 검찰 조사 과정에서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의 대북송금 사실을 이 대표에게 보고했다’는 취지로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이 대표 혐의를 좌우할 ‘결정적 진술’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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