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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영환의 지방시대

저출산 대책 향후 몇 년이 마지막 기회…외국인 절반인 도시 나올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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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오영환
오영환 기자 중앙일보 지역전문기자

지방소멸론 마스다 히로야 인터뷰

오영환 지역전문기자 겸 대구지사장

오영환 지역전문기자 겸 대구지사장

 ‘괴사(壞死)하는 지방 도시’. 일본 월간지 추오코론(中央公論)의 2013년 12월호 특집은 열도에 큰 충격파를 던졌다. 민간 싱크탱크 ‘일본창성(創成)회의’의 마스다 히로야(增田寬也·71·현 일본우정 사장) 좌장이 기초단체 49.8%(896곳)가 2040년까지 소멸 가능성이 있다고 기고하면서다. 20~39세 여성 인구의 절반 이상이 줄어드는 지자체를 분석 틀로 삼았다. 이른바 지방소멸 쇼크였다.

창성회의는 이를 바탕으로 2014년 5월  ‘스톱 저출산·지방활기전략’ 보고서를 내고 인구와 지방 정책을 집대성했다. 요체는 복합 처방이다. 희망출산율(1.8명) 실현을 위한 여러 전략 외에 지방에 인구 댐 구축을 제안했다. ‘도쿄 극점(極點) 사회’를 막기 위해 지방에 매력적 중핵(中核) 도시를 다수 만들어 젊은 여성 유출의 방위선으로 삼는 선택과 집중 방식이다. 출산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지방의 여성이 초저출산의 도쿄권으로 빠져나갈수록 나라 전체 출산율이 낮아진다는 논리가 깔렸다. 보고서는 관련 조직 신설과 장기비전·종합전략 마련도 주문했다. 마스다는 3개월 후 『지방소멸』 책도 냈다.

외국인 수용 대한 논의  없이는
지방 활성화 이야기할 수 없어
한·일, 고령화 등 많은 난제 공유
대화로 유익한 지혜 나왔으면

마스다 히로야

마스다 히로야

당시 아베 신조 내각은 보고서 제언을 거의 그대로 받아들였다. 유례없는 속도전이 시작됐다. 그해 9월 총리를 본부장으로 전 각료가 참가하는 ‘마을·사람·일 창생본부’와 ‘지방창생담당상(相)’을 신설했다. 연말엔 지방창생 장기비전과 종합전략을 내놓았다.

일본의 인구 감소 대책과 지방 정책에 한획을 그은 일련의 ‘마스다 리포트’가 나온 지 올해로 10년이 됐다. 일본의 지방 소멸 현주소는 어떠할까. 도쿄 일극 집중은 완화됐을까. 마스다 사장을 서면 인터뷰했다. 옛 건설성 관료 출신인 그는 이와테(岩手)현 지사(3선)와 총무상을 지냈고 2020년부터 일본우정 사장을 맡고 있다.

지자체끼리 인구 서로 빼앗는 꼴 돼

2014년 보고서의 핵심은.
“당시 일본의 합계출산율은 이미 인구 대체 수준을 밑돈 지 30년 이상 지났고 총인구는 2008년 정점으로 감소세로 돌아섰지만, 인구 감소에 대한 국민 위기감은 여전히 엷었다. 정부도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나섰다고 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젊은이가 지방에서 출산율이 낮은 도쿄로 계속 이주해 도쿄는 흡사 인구의 블랙홀 양상을 띠었다. 이 악순환을 널리 알리고, 끊기 위한 대응을 제안하는 것이 주안점이었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당시 아베 내각은 일사천리로 움직였다.
“제언 발표와 동시에 국가가 신속하게 지방창생을 내건 것은 귀중한 첫걸음이었다. 각 지자체가 이 문제를 자기 일로 마주하는 계기도 됐지만, 출산율 저하를 막지 못했다. 여러 창의적 궁리로 인구를 늘린 지자체도 있지만, 인구를 서로 빼앗는 꼴이 됐다. 앞으로 지자체끼리 연대해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고, 조금이라도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 인구 감소 속도를 늦추는 노력이 요구된다 하겠다.”
지난해 일본의 합계출산율은 1.26으로 역대 최저인데 배경과 전망은.
“보고서 제언 이래 출산율은 계속 상승했다. 여기에는 단카이(團塊) 주니어 세대(1971~74년생의 2차 베이비붐 세대)의 ‘막바지 출산’이라고 할 수 있는 요소가 있었다. 코로나 사태 이후엔 ‘결혼 후 아이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미혼자 비율이 급감하는 등 국민 의식도 급속히 다양화하고 있다. 그 배경에 경제적 불안이 있다. 기시다 후미오 정권이 내놓은 ‘어린이 미래전략방침’을 착실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소멸 가능성 도시’에 관한 새로운 조사가 있나.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의 지역별 장래추계인구(2018년) 데이터를 활용해 계산하면 1798개 기초단체 가운데 927곳이 소멸 가능성 도시로 나타났다(이 추계치에는 2015년 이후 정부와 지역의 본격적인 활동에 대한 성과가 반영되지 않은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향후 출생 수 감소가 예상되는 점을 고려하면 소멸 가능성 도시는 더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도쿄권(도쿄도, 가나가와·사이타마·지바 현)의 인구 집중 흐름은 어떠한가.
“최근 인구이동 보고에 따르면 도쿄도는 올 1월부터 6개월 연속, 도쿄권은 지난해 8월 이래 11개월 연속 전입 초과다. 코로나 사태 영향이 엷어져 다시 도쿄 일극 집중의 흐름이 강해지고 있다. 총인구는 감소해 가지만 도쿄 일극 집중의 흐름은 금세 약해지지 않을 것 같다.”

지금부터 ‘외국인 10% 시대’ 대비해야

여성과 고령자의 활약도 매우 중시하고 있는데.
“2022년까지의 10년간 65세 이상 취업률은 5%포인트 이상, 육아 세대 여성의 취업률은 10%포인트 올라가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앞으로 단카이 세대(1차 베이비붐 세대)가 더 고령화하고, 여성 생산가능인구가 계속 줄기 때문에 AI 활용 등과 더불어 노동 참여율을 높이기 위한 더 한층의 노력이 필요하다.”
2070년에 일본의 총인구는 8700만명으로 줄고, 그 10.8%가 외국인일 것이라는 추계가 지난 4월 나왔다.
“장래에 인구의 40~50% 정도가 외국인인 도시와 지역이 나올 것이다. ‘외국인 10% 시대’에 대한 대응은 지금부터 불가피하다. 정부는 기능실습제도 폐지 등 빠른 속도로 외국인 수용 준비를 하고 있지만, 일본어 학교 부족이 지적되는 등 외국인 통합정책은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 많은 외국인이 정주해 경제·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국회의원, 지자체 단체장과도 협력해 실질적인 논의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저출산, 지방 활성화와 관련한 새로운 제언이 있다면.
“2030년 이후 젊은 층 총수가 급감하기 때문에 저출산 대책은 앞으로 몇 년이 마지막 기회다. 정부에 대책 강구를 촉구하는 동시에, 무엇보다 국민 각계각층에 더 한층의 이해를 구하고 싶다. 지방 활성화는 인바운드(외국인 관광객)도 포함해 향후 외국인 수용에 대한 논의를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외국인이 이미 일본 사회를 지탱하고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냉정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저출산 고령화와 지방의 소멸 위기를 둘러싼 한일 간 협력에 대한 생각은.
“저출산 고령화는 양국이 직면한 가장 대표적인 문제다. 결혼에 대한 가치관 변화, 일과 육아의 양립 어려움, 젊은 세대의 장래 불안, 고령화, 외국인과의 공생, 성 평등 문제, 수도권 인구 집중 등 많은 난제를 공유하고 있다. 서로 고민을 밝히고, 대화를 지속하는 관계를 구축해 양국 모두에 유익한 지혜가 나오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