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국위기 한발 늦춘 UR/「결렬」 직전서 일단 연기움직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미,페만 협조 의식 강공 주춤/국별협상 전환… 한­미 무역마찰 커질듯
우루과이라운드(UR) 각료회담이 결렬위기를 가까스로 넘기고 협상을 연기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이번 회담은 종료를 하루 앞둔 6일(현지시간) 농산물 그린룸회의를 잇따라 갖는 등 우여곡절 속에 EC가 농산물 수출보조금 문제에 있어 『보조금을 삭감않더라도 보조를 주는 물량을 축소하겠다』는 등 다소 유연성을 보였으나 미국과 케언즈(농산물수출국그룹)그룹이 이를 거부,성과없이 회의를 마쳤다.
이에 따라 현지 관측통들은 각국이 7일 최종회의를 개최,결렬보다는 냉각기를 가진 다음 내년 1월말께 각료회담을 다시 열기로 하는 「연기」를 선택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UR 최종협상이 이렇게 된 배경은 물론 미국과 EC의 농산물을 둘러싼 「줄다리기」에 있지만 중동사태·동서독 통일 등 최근의 국제정세 변화도 UR협상에 결코 긍정적으로 작용치 못한 측면이 있다.
우선 미국의 최대현안은 중동사태며 이는 EC의 협조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UR협상에 무리한 주문을 하기 힘들었다. 또 EC도 92년 통합을 앞두고 EC 성립의 근간인 공동농업정책의 대폭적인 변경을 원치 않고 있었다.
여기에 농산물문제가 독일선거에 쟁점으로 부각,독일이 프랑스 못지않게 강경입장을 취하게 되고 EC의 의사결정구조의 복잡성이 한번 수립된 정책을 변경하기 어렵게 해 결국 이번 회담이 결실을 보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UR협상이 이처럼 연기될 경우 나타날 영향이다.
UR협상은 사실 그 동안의 논의과정에서 각국의 입장이 여러 부문에서 대립,합의를 도출해내기 위해 목표를 낮추는 수정작업을 거듭해왔다. 특히 최종협상의 장이 될 것으로 기대되던 이번 회담마저 정치적 절충에 실패함으로써 UR협상은 앞으로 타결되더라도 그 성과는 더욱 축소될 전망이다.
따라서 그 결과 다국간협상에서 충족시키지 못한 과제들을 쌍무협상의 무대로 옮겨올 것이 분명하고 그만큼 각국의 무역마찰은 증폭되리라는 우려다.
사실 이번 각료회담 전에도 줄곧 강조되어왔지만 UR협상의 타결은 그 결과를 저울질할 때 우리에게 유리한 게 틀림없다.
아직 협상을 계속해봐야 하나 UR협상이 지금까지 합의를 이룬 내용 가운데 관세인하,섬유교역의 자유화,반덤핑제도 발동의 절차개선 등은 세계교역의 확대를 불러온다는 면에서 우리에게 적지 않은 무역환경의 개선을 가져올 수 있는 것들이다. 또 UR협상으로 새로 제기된 농산물·서비스 교역자유화도 국내산업 구조조정의 어려움은 있으나 이미 방향은 그쪽으로 진행되어온 지 오래다.
이번 회담이 미·EC의 이해대립으로 난항을 겪는 과정 속에서도 우리측 협상대표단이 협상 타결에 적극적 대응자세를 보였던 것도 이런 까닭이다.
이제 UR협상은 연기가 될 경우 무대를 제네바로 옮겨 실무협상을 진행하면서 내년 1월말께 재차 회담을 소집,정치적 타결을 재시도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이번 회담에서 막판에서 나오긴 했지만 EC가 농산물분야 수출보조금의 별도논의(Seperate Approach)를 수용함으로써 어떻든 재차 회담에서는 타결가능성을 높게 보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GATT(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는 48년 발효된 이래 7년의 다자간협상을 맺었고 UR는 8번째 다자간협상이다. 7번째 협상이었던 동경라운드도 73년 출범됐으나 중동전과 석유파동·워터게이트사건 등 미국의 국내사정 등에다 선진국·개도국간의 이해가 엇갈려 연기를 거듭한 끝에 79년 겨우 타결된 바 있다. 당시도 결과가 미진해 결국 몇 년 안 가 새로운 협상의 필요성이 대두됐고 그것이 바로 UR다.
따라서 우리도 대외 통상관계가 국내 대응체제 정비에 따라 정립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제야말로 UR 이후의 대응책을 본격적으로 서둘러야 할 때가 온 것이다.<브뤼셀=장성효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