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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타고 중학생에 흉기 휘두른 20대…법원 영장 기각한 이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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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경찰서의 모습. 서울 용산경찰서는 지난 14일 중학생에게 흉기를 휘두른 A(22)씨를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 사진 중앙포토

서울 용산경찰서의 모습. 서울 용산경찰서는 지난 14일 중학생에게 흉기를 휘두른 A(22)씨를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 사진 중앙포토

중학생에게 흉기를 휘두른 2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평소 초등학생이 자신을 놀린다는 이유로 다른 중학생에게 흉기를 휘두른 혐의(특수협박)로 A씨(22)를 불구속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16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14일 오후 4시 44분쯤 서울 용산구 이촌동 골목길에서 B군(13)을 향해 “이리 와보라”며 커터칼을 들이대고 휘둘렀다. A씨는 당시 자전거를 탄 채 흉기를 휘둘렀지만, B군 역시 수동 킥보드를 타고 있어 실제 피해로 이어지진 않았다. 추격전 끝에 인근 식당으로 몸을 피한 B군은 고모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다.

신고를 접수한 뒤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오후 5시 20분쯤 인근을 배회하던 A씨를 긴급체포했다. A씨의 주머니에서는 접이식 칼도 발견됐다. 지적장애인인 A씨는 경찰 조사에서 “평소 초등학생들이 자신의 외모를 놀렸다”고 진술했다. B군 측은 “A씨와 안면은 있지만 대화를 한 적은 없으며, 과거 A씨가 B군을 집까지 쫓아온 적도 있다”고 주장했다. 피해자와 가해자의 주거지 거리는 1㎞ 남짓이라고 한다.

경찰이 확보한 현장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A씨가 이날 범행 장소 근처를 여러 차례 오가며 대상을 물색하는 장면이 담겼다. A씨의 스마트폰에는 ‘놀이터 묻지마’, ‘초등학생 커터칼’ 등의 용어를 주요 포털사이트에 검색한 흔적도 남았다. 이에 따라 경찰은 A씨가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살인예비 등 혐의 적용을 검토 중이다.

경찰은 보복 우려가 크다고 판단해 법원에 구속영장도 신청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서울 서부지방법원은 “A씨의 주거가 일정한 점, 도주 우려가 없는 점, 범행 도구와 휴대전화를 임의제출했고 증거를 수사 기관이 확보한 점, (피의자가) 중증 장애를 앓고 있는 등을 고려해 현 단계 구속 필요성이 없다”고 영장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기각 소식을 B군 측에 즉시 알리고, 강력계 형사를 모두 동원해 피해자 안전 조치 관련 상담을 진행했다”며 “경찰 예산을 집행해 민간 경호서비스를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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