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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술변공원’은 안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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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위성욱 기자 중앙일보 부산총국장
위성욱 부산총국장

위성욱 부산총국장

부산 광안리해수욕장과 지척에 있는 민락수변공원(수영구)은 부산의 핫플레이스였다. 특히 여름이면 광안대교 야경과 밤바다를 보며 소주나 맥주에 ‘회(膾)크닉’(생선회+피크닉)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그랬던 이곳이 지난달 1일부터 금주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사람들의 발길이 눈에 띄게 줄었다. 공원 인근에 있는 회센터에서 싼 가격에 회를 떠 오거나 배달을 시켜 술을 즐기는 모습은 더는 찾아보기 힘들다. 자연스레 ‘술변공원’이라는 별칭도 희석되고 있다.

사실 이곳은 금주구역으로 지정되기 전까지만 해도 ‘술변공원’이라는 오명이 붙을 정도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모습이 많았다. 취객들의 고성방가와 먹고 난 음식과 쓰레기로 공원이 몸살을 앓았다. 관련 민원이 구청과 시청 게시판에 끊이지 않았다. 수영구의회가 지난해 10월 ‘건전한 음주문화 환경 조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만들어 민락수변공원을 금주 구역으로 지정한 배경이다.

음주 금지구역 지정 전 민락수변공원 모습. [사진 수영구청]

음주 금지구역 지정 전 민락수변공원 모습. [사진 수영구청]

효과는 즉시 나타났다. 우선 범죄 신고가 줄어들었다.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민락수변공원과 가까운 광민지구대에 지난 7월 한 달간 범죄 신고가 1970건 접수됐다. 민락수변공원에서 음주가 가능했던 지난해 7월(2124건)과 비교하면 154건이 줄었다. 경찰 관계자는 “금주구역이 되기 전엔 야간 신고 대부분이 취객 시비 등 민락수변공원과 관련된 것이었는데 이런 신고가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골칫거리였던 쓰레기도 큰 폭으로 줄었다. 수영구 집계를 보면 지난달 민락수변공원에서 나온 쓰레기양은 13톤으로, 지난해 7월 쓰레기양(31톤)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여름 해수욕장 개장 시기 수많은 인파가 몰리면 공원 바닥엔 술병이 나뒹굴었고, 먹고 남은 회 등 음식물 쓰레기와 악취가 넘쳐났는데 그런 모습이 사라진 덕분이었다.

반면 인근 상권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상인들의 불만은 고조되고 있다. 민락수변공원에는 회 타운이 밀집해 있는데 음주가 금지되면서 매출도 덩달아 곤두박질쳤다.  민락수변공원에서는 음식물 섭취는 가능하지만 금주구역으로 지정된 후 아예 공원에서 음식물을 먹는 일이 줄어든 것이다.

민락수변공원 인근에서 23년째 횟집을 하는 김기옥 비상대책위원장은 “성수기엔 하루 50만~100만원까지 매출을 올렸는데 지금은 1~2팀 받기도 힘들어 문닫는 가게가 늘고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는 태세여서 갈등은 계속될 전망이다.

앞으로 민락수변공원이 건강한 공원으로 자리 잡고, 주변 상권도 되살아나기 위해서는 술을 뺀 자리에 무엇을 채워 넣느냐에 달렸다. 술이 아니어도 밤새 낭만과 추억에 취할 수 있는 그런 콘텐트를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