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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2분기 6% 깜짝 성장…이대로면 올 25년 만에 한국 추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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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일본 경제가 기지개를 켜고 있다. 지난달 19일 외국인 관광객으로 붐비고 있는 도쿄 아사쿠사 나카미세 쇼핑거리. 수출과 관광이 회복되면서 일본의 경제성장률은 2분기에 연율 6% 뛰면서 3분기 연속 성장했다. 수퍼 엔저가 이어지면서 당분간 경제 활력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AP=연합뉴스]

일본 경제가 기지개를 켜고 있다. 지난달 19일 외국인 관광객으로 붐비고 있는 도쿄 아사쿠사 나카미세 쇼핑거리. 수출과 관광이 회복되면서 일본의 경제성장률은 2분기에 연율 6% 뛰면서 3분기 연속 성장했다. 수퍼 엔저가 이어지면서 당분간 경제 활력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AP=연합뉴스]

일본의 올해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 분기보다 1.5% 성장했다. 시장의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깜짝 성장’이다. 올해 일본의 경제성장률이 1998년 이후 25년 만에 한국을 추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5일 일본 내각부는 일본의 올해 2분기(4~6월) 실질 GDP가 전 분기보다 1.5%(계절조정, 속보치)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고 가정한 연율 환산으로는 6%에 달한다. 시장의 전망치(2.9~3.1%)를 두 배가량 웃돈다. 2020년 4분기(7.9%)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일본 경제는 지난해 4분기부터 3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을 이어갔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이에 대해 블룸버그는 “세계 3위 경제가 전염병에서 회복되고 있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일본의 2분기 GDP 규모는 실질 기준으로 560조7000억 엔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의 최고치였던 2019년 3분기의 557조4000억 엔을 넘어섰다.

일본 경제의 깜짝 성장은 수출과 관광이 주도한 것으로 풀이된다. 수출은 전 분기보다 3.2% 늘었고, 수입은 4.3% 감소했다. NHK는 “반도체 부족 문제가 완화하면서 자동차 수출이 늘었고, 통계상 수출로 잡히는 외국인 여행자의 일본 여행도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일본 관광청에 따르면 지난 6월 일본을 찾은 외국인 방문객 수는 팬데믹 이전의 70% 수준까지 회복했다. 중국이 단체여행 금지를 풀면서 이달부터는 관광이 더 늘어날 수 있다.

올해 일본 경제성장률이 25년 만에 한국을 역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골드만삭스·JP모건 등 8개 투자은행(IB)은 지난달 말 기준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평균 1.1%로 내다봤다. 주요 IB가 바라본 일본 성장률 전망치 평균 1.4%보다 0.3%포인트 낮다. 2분기 성장률이 반영되면 격차는 더 벌어질 수 있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분기 기준으로는 이미 추월을 허용했다. 한국의 올해 2분기 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0.6%에 그쳤다. 앞선 1분기 성장률도 일본(0.9%)이 한국(0.3%)을 앞섰다.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았던 1998년 이후 꾸준히 일본을 앞섰다.

다만 일본은 내수에서 약점을 드러냈다. 일본 GDP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개인소비가 전 분기보다 0.5% 줄었다. 3분기 만에 마이너스 전환이다. 코로나19 제한이 풀린 여파로 외식과 여행·숙박 등 서비스 수요가 늘었지만, 식료품과 가전제품 등의 수요가 약화했다. 물가 상승 때문에 실질임금이 줄어든 영향으로 풀이된다. 기업들의 설비투자는 0.03%로 보합에 그쳤고, 주택투자는 1.9%로 집계됐다. 이에 관해 도쿄신문은 “이번 깜짝 성장이 (경기 반등의) 정점이었을 가능성도 부정할 수 없다”고 짚었다.

일본의 ‘엔저(低)’가 양날의 검이라는 평도 나온다. 수출업체의 가격경쟁력은 높아지지만, 물가가 올라 소비를 저해할 수 있어서다. 지난 13일 한국은행 도쿄사무소는 “일본의 성장 경로에는 세계경제 성장세 약화, 물가 상승에 따른 구매력 감소 등 하방 위험이 잠재돼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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