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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늦은 졸업식…"아버지세요?" 독립운동가 딸은 울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빙그레는 지난 11일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세상에서 가장 늦은 졸업식' 캠페인 영상을 공개했다. 사진은 학생 독립운동가 김찬도 선생의 딸 김은경 씨. 사진 빙그레 유튜브 '빙그레우스 더 마시스 짐' 캡처

빙그레는 지난 11일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세상에서 가장 늦은 졸업식' 캠페인 영상을 공개했다. 사진은 학생 독립운동가 김찬도 선생의 딸 김은경 씨. 사진 빙그레 유튜브 '빙그레우스 더 마시스 짐' 캡처


“동지여, 우리 대한민국이 독립을 했다. 퇴학을 당해 직장을 구하지 못한 어려움도 있었고, 학창시절에 대한 아쉬움도 남아있을 터이지만, 오늘 이 자리에 가족들과 있으니 그런 괴로움과 마음 따위 다 무용합니다. 우리가 걸어온 길 기억하고 위로하듯 이러한 졸업식을 열어준 뜻에 진실로 감사합니다. 동지들이여, 우리를 위해 마련된 이 졸업식을 함께 축하하세.”

1928년 6월, 수원고등농립학교 재학 중 항일학생운동단체인 ‘건아단(健兒團)’에서 주축이 됐다는 이유로 수원역에서 붙잡혀 그대로 서대문 형무소에 투옥된 김찬도 선생. 재판 결과 징역 10월에 집행유예를 선고받았고, 그길로 퇴학 조치를 당해야만 했다. 그는 끝내 학교로 돌아가지 못했고, 1994년 작고했다.

95년이 지난 2023년 7월 15일. 김찬도 선생은 천안 독립기념관에서 열린 ‘세상에서 가장 늦은 졸업식’에서 졸업생 대표로 연단에 서서 졸업사를 낭독했다. 그리고 이날 건국훈장 애족장도 서훈 받았다.

이날 졸업식은 빙그레가 국가보훈부와 협력해 개최한 캠페인의 일부다. 독립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정학·퇴학 등의 부당한 징계를 받아 학업을 포기해야 했던 학생 독립운동가 94명을 위해 마련된 자리다.

이 94명은 국가보훈부 공훈전자사료관 내 퇴학 기록과 복원 가능한 사진이 남아있는 학생 독립운동가로, 후손이 서훈에 동의한 이들이다. 보훈부가 파악한 전체 학생 독립 운동가 수는 2596명으로 추산된다.

지난 7월 15일 천안 독립기념관에서 열린 ‘세상에서 가장 늦은 졸업식’에서 홀로그램으로 복원된 독립운동가 김찬도 선생이 졸업생 대표로 졸업사를 낭독하고 있다. 사진 빙그레

지난 7월 15일 천안 독립기념관에서 열린 ‘세상에서 가장 늦은 졸업식’에서 홀로그램으로 복원된 독립운동가 김찬도 선생이 졸업생 대표로 졸업사를 낭독하고 있다. 사진 빙그레

사실 졸업식에서 졸업사를 대표로 낭독한 김찬도 선생의 모습은 이날을 위해 특별히 복원한 ‘홀로그램(실물처럼 입체로 보이는 3차원 영상이나 이미지)’이었다.

“정말 아버님 학생 때 모습을 다시 볼 수 있다고? 가능해요, 그게?” 김찬도 선생의 딸인 김은경 씨는 홀로그램 이야기를 듣고는 처음엔 ‘말도 안 된다’는 듯 되물었지만, 이날 홀로그램을 통해 아버지의 젊은 날 모습을 마주하자 눈물을 글썽였다.

김찬도 선생의 딸 등 후손들은 이날 독립 운동가들의 서훈뿐만 아니라 명예 졸업장과 졸업앨범도 받았다. 이들이 받은 졸업앨범엔 독립 운동가들의 사진을 바탕으로 AI 작업을 통해 졸업 당시의 모습을 복원한 사진이 실렸다. 빙그레는 이 외에도 독립 운동가들의 활동내용을 기록한 기념 졸업앨범을 오는 11월 3일 학생독립기념일에 배포할 예정이다.

지난 7월 15일 천안 독립기념관에서 열린 ‘세상에서 가장 늦은 졸업식’에서 독립운동가 후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 빙그레

지난 7월 15일 천안 독립기념관에서 열린 ‘세상에서 가장 늦은 졸업식’에서 독립운동가 후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 빙그레

“덜 알려진 독립 운동가도 독립 위해 노력…관심 가져야”

빙그레는 독립운동가와 특별한 인연이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김호연 회장의 배우자인 김미 씨가 백범 김구 선생의 손녀이기 때문이다.

이런 인연때문에 빙그레는 독립 운동가와 그 후손들을 위한 특별한 발자취를 남기고 있다. 지난 2019년 만든 임시정부수립 100주년 기념 캠페인 영상을 시작으로 독립운동정신을 계승하고 감사의 뜻을 전하는 캠페인 영상을 매년 제작하고 있다. 또 공익재단을 통해 독립운동가 후손들을 위한 장학사업을 2018년부터 이어오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늦은 졸업식’은 그 특별한 발자취의 연장선상에 있다.

이번 졸업식을 가능케 해 준 국가보훈부의 숨은 노력도 빼 놓을 수 없다. 보훈부는 이번 캠페인을 위해 항일학생운동의 주축이 됐던 학교들을 찾아가 학적부를 조회하고 후손들을 찾아내는 등의 고된 작업을 마다하지 않았다.

하지만 앞으로도 빙그레와 함께 ‘숨겨진’ 학생 독립 운동가들을 찾아내 서훈하는 ‘세상에서 가장 늦은 졸업식’ 캠페인 등 쉽지 않은 여정을 이어갈 예정이다.

보훈부 관계자는 “보통 독립 운동가라고 하면 김구 선생, 안중근 선생을 생각하지만 상대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던 분들, 여성이나 학생 운동가들도 열망을 갖고 독립 운동을 했다고 국민에 알리고 싶었다”며 “앞으로도 이런 프로젝트를 계속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빙그레 관계자 역시 “독립 운동가는 잘 알려진 분들이든 아니든 모두가 독립을 위해 노력해 주신 분들”이라며 “이런 분들에게 대중들이 더 많이 관심을 갖도록 하는 것이 이번 캠페인의 목적이다. 많은 분들이 유공자분들과 후손 분들에게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갖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빙그레는 지난 11일 유튜브 채널을 통해 ‘세상에서 제일 늦은 졸업식’ 캠페인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은 공개 4일 만이자 광복절인 15일 오전 기준으로 조회수 150만 회를 돌파하며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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