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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광복군’ 김준엽을 기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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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독립운동가 김준엽 전 고려대 총장. [중앙포토]

독립운동가 김준엽 전 고려대 총장. [중앙포토]

“생각만 해서는 부족하고 무엇인가 행동으로 옮기지 않고는 우리 민족의 해방은 불가능하다고 믿었다.” (회고록 『장정(長征)』 中)

올해는 ‘마지막 광복군’ ‘행동하는 지식인’ ‘장준하의 벗’으로 불렸던 김준엽 전 고려대 총장(1923~2011)의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다. 김 전 총장은 1944년 일제 학도병으로 징집됐다 탈출해 중국 충칭의 대한민국 임시정부에 합류했다. 학병 장준하와 함께 수천 리를 걸어 도착한 충칭에서 한국광복군에 입대한 그는 청년기를 항일 독립운동의 한복판에서 보냈다. 김 전 총장은 훗날 초대 국무총리 겸 국방부 장관을 지낸 이범석 장군의 부관으로 임명되기도 했다. 광복군에서 그는 국내진공작전을 준비했지만 이는 일제의 패망으로 실현되지 못했다.

해방 직후 그는 정치에 투신한 여타 독립운동가와 달리 귀국하지 않고 중국에 남아 국립중앙대학 대학원에서 수학하며 학자의 길을 걸었다. 이후 1949년 귀국해 고려대 조교수를 시작으로 36년간 고려대에서 몸 담으며 아세아문제연구소장과 총장을 지냈다. 특히 그는 1967부터 10년간 『한국공산주의운동사』(김창순 공저) 5권을 펴내며 국내 최고 공산주의 연구자로 발돋움했다.

총장 시절인 1984년에는 사퇴 압박을 받았다. 당시 민정당사 점거 사건에 연루된 학생을 처벌하는 데 소극적었던 탓이다. 불만을 품은 전두환 정부가 김 전 총장에 대한 사퇴 압력을 가하기 시작했다. 당시 문교부가 감사를 실시해 교직원 자녀 입학특례를 문제 삼자 김 전 총장은 이듬해 2월 14일 사표를 제출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졸업식 당일 총장 퇴진을 반대하는 학생이 “총장님 힘내세요”라는 플래카드를 펼치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훗날 김 전 총장은 이를 가장 자랑스러운 기억으로 꼽았다. “총장 물러가라는 데모는 많았어도 물러나지 말라는 데모는 나밖에 없었다”고 뿌듯해했다고 한다. 2011년 6월 7일 별세한 그는 광복군 활동 공로로 생전에 건국훈장 애국장을 받고, 타계 직후 국민훈장 무궁화장이 추서됐다.

고려대는 김 전 총장 탄생 100주년을 맞아 이달 25일부터 31일까지 ‘김준엽 주간’으로 정하고 행사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첫 날인 25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김준엽 기념 특별전’을 시작으로 졸업생들이 주관하는 ‘추모문화제’, 국가보훈부의 학술회의 등으로 꾸려진 행사다. 주최 측은 2024년 국가보훈부 주관 ‘이달의 독립운동가’ 선정을 추진하는 등 김준엽 선생 관련 기념 행사를 매년 꾸준히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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