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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리오프닝 기대했는데, 부동산 리스크…"한국 내년도 1%대 성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한국 경제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1%대 저성장에 머물거란 해외 투자은행(IB)의 예측이 나왔다. 중국 부동산 시장 위기라는 새로운 악재까지 불거지며 한국 경제의 하반기 반등을 점친 주요 근거였던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에 대한 기대치는 낮아지고 있다.

최근 채무불이행 위기에 빠진 중국 민간 건설기업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 로이터=연합뉴스

최근 채무불이행 위기에 빠진 중국 민간 건설기업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 로이터=연합뉴스

14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8개 해외 투자은행(IB)이 지난달 말 기준 보고서를 통해 예상한 내년도 한국 성장률 전망치는 평균 1.9%로 집계됐다. 한 달 전(2%)보다 0.1%포인트 떨어졌다. 8개 IB의 내년 한국 성장률 전망 평균은 2~2.1%를 유지했는데 처음으로 1%대로 내려갔다. 씨티·JP모건(1.8%), UBS(1.7%), HSBC(1.6%), 노무라(1.5%) 등 5개 IB는 한국 성장률이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1%대 이하에 머물 것으로 봤다. 8개 IB의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 평균은 1.1%다. 한국 경제가 2년 연속 1%대 성장을 기록하면 성장률 관련 통계가 있는 1954년 이후 첫 사례가 된다.

해외 IB 전망치는 정부와 한국은행 예상을 밑돌았다. 정부는 내년 성장률을 2.4%로,한은은 2.3%로 제시했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황인선 국제금융센터 부원장은 “최근 해외 금융 시장 등에서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감이 점차 커지고 있는 상황이 한국 경제 전망에 반영됐을 수 있다”라며 “향후 중국 경제 부진이 심화하면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는 더 낮아질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중국 경제 리스크가 부각되며 정부가 기대한 중국 리오프닝에 따른 수출 반등 가능성은 점차 희박해지는 모양새다. 부진한 성장세와 지난 7월 마이너스로 돌아선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맞물려 중국이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국면에 빠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여기에 중국 부동산 리스크가 번졌다. 중국의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인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이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를 맞으며 중국 부동산 업체의 ‘도미노 디폴트’ 가능성도 제기된다.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25%를 차지하는 중국 부동산이 주저앉으면 중국 소비 위축 등으로 직결되고 이는 한국 경제에 악재로 작용될 수밖에 없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하반기 대(對) 중국 수출 개선을 통해 수출을 포함한 경기 회복 가속화를 기대했지만, 중국 경기 불안으로 국내 경기에도 먹구름이 꼈다”고 짚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국의 전체 수출에서 대 중국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올 1월 1일 ~ 7월 25일 기준 19.7%다. 비중이 축소되고 있긴 해도 여전히 중국은 한국의 최대 수출 시장이다.  한국 수출은 지난해 10월 이후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수출 회복이 요원한 가운데 내수도 녹록지 않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2분기 민간소비는 전기 대비 0.1% 줄었다.

하지만 나랏돈을 풀어 경기 부양을 시도하기도 어렵다. 세금이 예상보다 덜 걷히며 나라 곳간 사정이 나빠서다. 지난 6월 기준 국세 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39조7000억원 줄었다. 정부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83조원 적자를 기록했다. 실제 정부는 나랏돈을 덜 풀고 있다. 정부와 한은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정부 소비(계절조정·실질지수)는 전 분기보다 1.9% 줄었다. 1997년 1분기(-2.3%) 이후 약 26년 만에 가장 큰 감소폭이다.

나랏돈 씀씀이는 당분간 늘어나기 어려울 전망이다.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한은과 KDI는 올해 하반기 정부 소비 증가율(전년 동기대비)이 상반기보다 각각 1.7%포인트, 1.2%포인트 둔화할 것으로 예측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국 리오프닝 효과가 미미한 상황에서 한국 경제가 하반기에 눈에 띄는 반등세를 보이기는 어렵다”라며 “그렇다고 여전히 높은 물가 상승률과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고려하면 나랏돈을 풀어 경기 부양을 할 때도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강 교수는 “지금은 중국의 단체 관광객 허용과 같은 호재를 잘 활용해 버티고 물가가 안정된 이후에 경기 부양을 모색해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중국의 부동산 리스크 부각에 국내외 금융시장은 요동쳤다. 홍콩 증시에 상장된 비구이위안은 14일 전 거래일 대비 18.37% 하락한 0.8홍콩달러(약 137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2007년 4월 상장한 이후 사상 최저치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당 원화가치는 전 거래일보다 6원 내린 1330.9원에 거래를 마쳤다.(환율은 상승) 달러 당 원화값이 종가 기준으로 1330원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 5월 18일(1334.2원) 이후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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