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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차이나 중국읽기

돌아온 중국 유커 ‘인두세’의 기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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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한우덕 차이나랩 선임기자

한우덕 차이나랩 선임기자

당시 기사는 이렇게 시작됐다. “이달 초 A여행사는 헤이룽장(黑龍江)성 하얼빈의 현지 여행사로부터 20명의 단체 여행객을 받았다. 4박 5일 서울~제주 일정이었다. 여행상품 가격은 900위안, 우리 돈 16만2000원이다. 하얼빈~서울 왕복 비행기 푯값에도 턱없이 모자라는 수준이다.”

어떻게 그게 가능했을까? 기사는 이렇게 설명한다.

“인두세(人頭稅) 때문이다. 정상대로라면 A여행사는 하얼빈의 중국 여행사로부터 숙박·식사·교통 등의 관광 비용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거꾸로다. A사는 오히려 유커 1명당 300위안(약 5만4000원)을 중국 여행사에 줘야 했다. 돈을 주고 유커를 사 오는 셈이다. 그다음부터는 뻔한 일, 덤핑관광은 그렇게 시작된다.”

유커가 쏟아져 들어오던 2016년 가을 명동. 중국 관광객이 거리를 가득 메웠다. [중앙포토]

유커가 쏟아져 들어오던 2016년 가을 명동. 중국 관광객이 거리를 가득 메웠다. [중앙포토]

2016년 3월 16일자 본지 기사다. ‘중국 관광객 한 명당 5만원…. 현대판 인두세’라는 제목이 붙었다.

중국이 한국 단체 관광에 ‘금족령’을 내리기 전의 풍경이다. 당시 유커(遊客)가 쏟아져 들어오면서 덤핑 관광이 기승을 부렸다. 가이드는 관광객을 새벽부터 쇼핑센터로 내몰았다. 쇼핑하지 않는 관광객의 짐은 내던져지기 일쑤였다. ‘한국은 미국의 속국’이라는 엉터리 가이드도 있었다.

구조적인 문제였다. 업계는 어떻게 하면 어설픈 중국 관광객 주머니를 털까만을 생각했다. 국내 여행사들은 중국 여행사 농간에 놀아나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덤핑 판매에 나섰다. 시장을 관리해야 할 공무원들은 보고용 관광객 숫자에만 관심을 뒀다. ‘인두세’가 형성된 배경이다.

중국이 6년여 동안 묶었던 한국행 단체관광을 다시 허용키로 했다. 호텔·면세점·백화점·항공 등 관련 업계는 벌써 다가올 특수에 흥분한다. 그러나 우려가 앞선다. 덤핑 구조가 바뀌지 않는다면 ‘인두세’ 망령은 언제든 되살아날 것이기 때문이다.

당국이 손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전담 여행사의 허가 주기를 1년으로 단축하고, 덤핑 여행사 상시 퇴출 제도를 시행하려 했다. 가이드 제도도 손볼 요량이었다. 일부 여행사의 불법 환전도 들여다보고 있었다. 사드로 유커가 사라지면서 유야무야 됐을 뿐이다.

당시 대책만이라도 살려야 한다. 덤핑 구조는 한국 관광산업도, 이미지도 실추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금은 반중(反中) 정서가 높다. 왜곡된 유커 관광은 내국인과의 마찰로 이어져 불필요한 감정 충돌을 야기할 수 있다. ‘인두세’ 형성 구조를 해체하는 것, 그게 유커 맞이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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