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4대1' 경쟁 뚫고 외국인 몰렸다…"이정도면 올림픽" 백화점의 묘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 여의도에 있는 더현대 서울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들이 영어로 진행하는 투어 프로그램에 참여해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 현대백화점

서울 여의도에 있는 더현대 서울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들이 영어로 진행하는 투어 프로그램에 참여해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 현대백화점

“올해 초부터 백화점에 외국인 손님이 확 늘어난 게 피부로 느껴졌어요. 이들을 위한 ‘K-뷰티’ 강의를 기획했는데 미국과 페루, 이집트, 캄보디아, 카자흐스탄 국적자들이 신청을 한 겁니다. 직원들이 ‘이 정도면 올림픽 아니냐’며 놀랄 정도였습니다.”

지난 3일 롯데백화점은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K-뷰티 클래스’를 열었다. 한국 뷰티 트렌드와 인기 제품을 소개하고 체험하는 자리였다. 그동안 국내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뷰티 강의는 있었지만, 외국인 대상은 처음이었다. 이번 강의를 기획한 김다정‧민다해 롯데백화점 바이어는 “외국인 고객들의 반응이 이렇게 좋을 줄은 몰랐다”고 입을 모았다.

수강생 10명씩 두 번 진행한 강의에는 80명 이상의 외국인이 신청해 4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김다정 바이어는 “외국인들이 스킨케어 제품을 직접 발라보며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강의가 끝난 뒤 70% 이상은 매장에서 추가로 제품을 살펴봤다”고 말했다.

지난 3일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진행한 ‘K-뷰티 클래스’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화장품을 발라보고 있다. 사진 롯데백화점

지난 3일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진행한 ‘K-뷰티 클래스’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화장품을 발라보고 있다. 사진 롯데백화점

최근 소비 심리 위축으로 실적이 악화하자 백화점 업계가 외국인 대상 영업을 확대하며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실제로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이후 외국인 관광객이 늘며 매출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백화점 3사의 올 1~7월 외국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해 롯데 320%, 신세계 363%, 현대 380% 증가했다. 특히 외국인이 많이 찾는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의 경우 같은 기간 6배 가까이 늘었다. 현대백화점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해도 200% 이상 증가했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국적으로 따져 과거엔 중국인 비중이 압도적이었다면, 이제 유럽‧동남아시아 등으로 다양해진 점이 특징이다. 또 단체 관광객이 아닌 소규모 혹은 가족 단위의 개별 관광이 중심이 된 것도 차이점이다.

올 2분기 백화점 3사는 부진한 실적을 거뒀다. 롯데백화점은 매출 8220억원, 영업이익 660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0.8%, 36.9% 감소했다. 소비 심리 둔화 속 공공요금 인상을 포함한 물가 상승에 따라 판관비가 늘어 수익성이 나빠졌다. 신세계와 현대도 같은 기간 각각 23.9%, 27.8% 영업이익이 줄었다.

이에 따라 업계는 외국인을 새 타깃으로 공략 중이다. ‘K-쇼핑’을 필수 관광 콘텐트로 만들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내놓았다. 롯데백화점의 뷰티 강의도 이런 시도다. 이번엔 영어로만 수업했지만 앞으로는 국가별로 나눠 해당국 언어로 강의하는 등 세분화해 운영할 계획이다. 일본은 ‘정샘물’, 중국은 ‘탬버린즈’, 동남아는 ‘설화수’와 같이 국가별 선호하는 브랜드가 달라서다. 민다해 바이어는 “태국에 가면 요리 수업을 듣고 발리에 가면 서핑 수업을 듣듯 한국에 오면 K-뷰티 수업을 듣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 본점의 외국인 전용 데스크. 기존 4~5평 남짓한 공간에서 30평으로 크게 확대했다. 사진 신세계백화점

신세계백화점 본점의 외국인 전용 데스크. 기존 4~5평 남짓한 공간에서 30평으로 크게 확대했다. 사진 신세계백화점

현대백화점은 지난달부터 외국인 대상으로 1시간짜리 더현대 서울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팝업스토어 등을 방문하고 ‘인증샷 남기기’ 체험을 진행한다. 송지은 더현대 서울 마케팅팀 선임은 “더현대 서울이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글로벌 ‘핫플레이스’로 입소문을 타면서 외국인들에게 영어로 안내해주는 투어를 마련했다”며 “대형 실내 정원인 ‘사운즈 포레스트’에서 인증샷을 찍는 것을 좋아하고, 아이돌 팝업 행사나 K-푸드에도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은 본점 외국인 전용 데스크를 지난 5월 확대 이동했다. 본관 지하 1층에 있던 것을 신관 2층으로 옮겼고, 기존 4~5평이던 규모도 30평으로 크게 늘렸다. 알리페이‧위챗페이‧유니온페이 프로모션도 진행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외국인 매출이 패션‧화장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늘어나 코로나19 전인 2019년과 비슷한 수준을 회복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