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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견 방치하다 큰 수술한 50대, 그가 놓친 결정적 몸의 신호 ['재활 명의' 나영무의 진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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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 명의’ 나영무의 진담 (진료실 담소) 
칼럼 19) ‘가래’보다 ‘호미’로 막자  

올해도 8월은 어김없이 왔다.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달이지만 개인적으로는 가슴이 시린 달이다.

5년 전 직장암 4기 판정을 받았던 8월은 몹시 무더웠다.
‘왜 하필 나에게 이런일이...’라는 당혹감과 내 몸을 제대로 돌보지 못한 자책감으로 인해 체감 온도는 훨씬 높았다.
암 진단 이후 재발과 전이, 수술, 독한 항암치료의 고통과 후유증이 내 몸을 지배했고, 3년여간 시련의 시간을 보낸 뒤에야 암세포가 자취를 감췄다.

괴롭고 힘들었던 투병 생활을 돌아보면 영어 단어인 ‘IF’가 떠오른다.
‘만일 몸이 내는 소리에 더 관심을 가졌더라면,
만일 건강검진과 검사로 암세포를 일찍 발견했다면...’
그랬으면 내 몸을 무섭게 할퀴었던 고통의 시간도 훨씬 줄일 수 있었고, 완치의 시간도 앞당길 수 있었을 것이다.

암을 겪으며 배운 것 가운데 하나는 건강검진의 중요성이다.
건강검진에는 고혈압 및 당뇨병 등 성인병 예방을 위한 임상검사, 일반건강검진, 5대 암검진 등이 있다.
얼마 전 ‘지난해 우리나라 국가암검진 수검률이 45.5%에 그쳤다’는 기사를 보았다. 수검률이 낮은 이유는 ‘특별한 증상이 없거나, 바쁘고 귀찮아서’ 라는 것인데 건강은 건강할 때 챙겨야 한다.

무엇보다 건강검진은 질환의 조기발견은 물론 치료에 적절한 타이밍을 제공한다. 특히 암세포를 조기발견할 경우 완치율이 90% 이상일 정도로 예후가 좋다.

조기발견의 중요성은 비단 건강검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근골격계 통증도 마찬가지다. 통증은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정신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관절염이나 디스크, 그리고 어깨질환 등은 초기에 발견만 한다면 100% 완치돼 통증 이전의 평범한 일상을 마음껏 누릴 수 있다.

팔을 옆으로 들어올리거나 앞으로 들어올릴때 180도 안된다면 오십견을 의심해 봐야 한다. 오십견을 방치하다 주변 힘줄과 인대 등이 상하면 수술대에 오를 수도 있다. [중앙포토]

팔을 옆으로 들어올리거나 앞으로 들어올릴때 180도 안된다면 오십견을 의심해 봐야 한다. 오십견을 방치하다 주변 힘줄과 인대 등이 상하면 수술대에 오를 수도 있다. [중앙포토]

반면 통증을 무시하고 방치하면 큰 수술로도 이어질 수 있다.
40대 초반의 이모씨는 어깨관절 부위에 통증과 함께 팔을 들어올릴 때 아픔이 느껴져 진료실 문을 두드렸다.
검사를 해보니 오십견 초기 증상이었다.
그는 물리치료와 체외충격파 치료, 그리고 운동치료로 통증을 잡아 일상생활은 물론 다양한 취미활동을 즐기고 있다.

50대 중반의 강모씨 역시 어깨통증으로 내원했다.
그는 “팔을 들어올릴 때마다 아픕니다. 또한 머리빗기나 세수하기가 힘든 것은 물론 누워있을 때도 통증이 밀려온다”고 호소했다.
문진과 정밀검사 결과, 오십견과 함께 어깨 회전근개 파열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오십견을 방치했다가 주변 힘줄과 인대 등이 손상된 2차적 오십견이었다.

강씨의 통증은 10여년 전부터 있었다. 그는 “별일 아니겠지. 조금 있으면 나아지겠지”하며 병원가는 것을 미뤘다.
오십견을 제때 치료하지 않는 바람에 관절의 움직임은 더욱 제한되고, 결국 어깨 회전근개에도 악영향을 끼치면서 파열로 이어진 것이다.
즉, 어깨 통증의 불편함을 참다 보면 적응력이 생기고, 통증에 무뎌져 그냥 넘어가게 된다. 하지만 반복되는 통증에다 염증이 쌓이고 쌓이면 강씨처럼 어느 순간에 이르러 터진 것이다.
호미로도 막을 수 있는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한 채 결국 강씨는 수술대에 올라야 했다.
근골격계 질환에서 조기발견의 중요성을 잘 보여주는 비교 사례다.

질병은 '예방'이 '치료'보다 훨씬 낫다. 이는 건강한 삶을 위한 필수계명이다. 평소에 오십견을 예방하는 '오십견 운동'을 열심히 하면 건강한 장년 생활에 큰 도움이 된다. [중앙포토]

질병은 '예방'이 '치료'보다 훨씬 낫다. 이는 건강한 삶을 위한 필수계명이다. 평소에 오십견을 예방하는 '오십견 운동'을 열심히 하면 건강한 장년 생활에 큰 도움이 된다. [중앙포토]

조기발견을 위해선 몸이 보내는 신호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앞선 사례처럼 어깨의 경우 통증과 함께 팔을 움직이는 회전 범위가 줄어드는 증상이 2주 이상 될 때는 병원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같은 부위에서 통증이 생겼다가 사라졌다를 반복하는 경우, 3일 이상 지속되는 통증과 함께 근육이 갑자기 빠지는 경우, 다치지 않았는데 특정 부위에서 힘이 빠지는 경우 등에는 몸 상태를 세심히 체크할 필요가 있다.

거듭 강조하지만 건강한 삶을 위해선 질환의 조기발견이 정말 중요하다. 무엇보다 ‘예방’이 ‘치료’보다 훨씬 낫기 때문이다.
〈나영무 솔병원 원장〉

- 20편에 계속-

〈나영무 원장은…〉

-現 솔병원 원장
-現 대한산악연맹 부회장, 現 대한빙상경기연맹 의무분과위원장
-現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투어 주치의
-前 축구국가대표팀 주치의(1996년~2018년)
-前 대한스포츠의학회 회장
-前 김연아, 박세리, 윤성빈, 차준환 등 국가대표 선수 주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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