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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 대파 버거, 해남 녹차 빼빼로…‘로코노미’ 상품 불티나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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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2호 12면

유통가 지역 특산물 활용 바람

출시 1주일만에 50만개가 판매돼 조기 품절된 맥도날드 진도 대파 크림 크로켓 버거.

출시 1주일만에 50만개가 판매돼 조기 품절된 맥도날드 진도 대파 크림 크로켓 버거.

맥도날드는 지난 3일 창녕 햇마늘을 갈아 넣은 ‘창녕 갈릭 비프 버거’와 ‘창녕 갈릭 치킨 버거’를 출시했다. 맥도날드의 이번 신메뉴는 국내산 식재료를 활용해 농가 소득 확대에 보탬이 되겠다는 ‘한국의 맛’ 프로젝트로 2021년 ‘창녕 갈릭 버거’, 2022년 ‘보성 녹돈 버거’, 지난 7월 ‘진도 대파 크림 크로켓 버거’에 이은 네 번째 메뉴다. 맥도날드 관계자는 “창녕 마늘, 보성 녹돈, 진도 대파 등 국내산 농산물을 활용해 지역 농가와의 협업을 이어 오고 있다”며 “올해 여름 신상품이었던 ‘진도 대파 크림 크로켓 버거’는 출시 1주일 만에 50만 개가 판매돼 조기 품절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성인 82% “로코노미 식품 사봤다”

커피브랜드 메가MGC커피는 지난해 여름부터 제주 레몬, 장수 오미자, 청도 홍시, 고흥 유자 등 전국 팔도 지역 대표 특산물을 스무디, 쉐이크, 에이드 등으로 개발해 누적 판매 1000만 개를 달성했다. 메가커피 관계자는 “급속화한 도시화로 농업 인력 구인과 판로 개척에 어려움을 겪는 지역 농가를 돕기 위해 지역 특산물 활용 메뉴를 적극적으로 개발해 왔다”며 “기업과 지역 간 상생으로 문화 콘텐트, 관광 수요 등 지역경제 활성화와 가맹점 만족을 모두 충족시킬 수 있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상품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해남 녹차가 함유된 롯데 빼빼로.

해남 녹차가 함유된 롯데 빼빼로.

롯데웰푸드는 지난 5월 자사 인기 상품인 빼빼로 출시 40주년을 맞아 해남 녹차를 접목한 ‘해남 녹차 빼빼로’를 한정 출시했다. 롯데웰푸드 관계자는 “특산물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기존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제주 녹차와 보성 녹차 대신 해남 녹차를 선택했다”며 “연내에도 새로운 지역 상생 빼빼로 출시하기 위해 여러 특산물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지역(local)의 특색이 담긴 특산품과 경제(economy)의 합성어인 ‘로코노미(loconomy)’ 마케팅이 유통업계를 뒤흔들고 있다. 지난 3월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설문조사에 따르면 성인남녀 1000명 중 81.6%가 로코노미 식품을 구매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통업계가 지역 특산물을 대표메뉴로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이유는 지역과의 상생으로 긍정적인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식음료업계의 트렌드를 이끄는 MZ세대가 음식의 맛, 품질만큼 음식에 담긴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소비 세대’라는 점도 한몫했다는 평가다. 이들은 로코노미 식품에 지역 특색이 반영된 점이 이색적(49.6%)이고, 특별한 경험이자 추억이 될 수 있다는 점(39.2%)에서 로코노미 상품을 찾는다고 답했다.

그래픽=김이랑 기자 kim.yirang@joins.com

그래픽=김이랑 기자 kim.yirang@joins.com

지난 8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맥도날드 합정메세나폴리스점은 ‘창녕 갈릭 치킨 버거’와 ‘창녕 갈릭 비프 버거’를 맛보려는 고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이날 ‘진도 대파 크림 크로켓 버거’를 맛보기 위해 매장을 찾았다는 박모(26)씨는 “대파 버거가 출시된 이후로 10번 넘게 먹었는데, 판매종료라는 소식을 듣고 ‘창녕 갈릭 비프 버거’를 먹기로 결정했다”며 “마늘이나 대파 모두 즐겨 먹는 식재료인데 버거와의 조합이 신선하게 느껴져 이전보다 더 자주 햄버거를 찾는 중”이라고 전했다.

충남 논산 딸기를 활용한 이디야 생딸기 핑크 포멜로 플랫치노와 생딸기 팬케이크.

충남 논산 딸기를 활용한 이디야 생딸기 핑크 포멜로 플랫치노와 생딸기 팬케이크.

여름철 생과일주스를 판매하는 식음료업계는 수박, 토마토 등 제철을 맞은 음식 재료를 활용해 계절 맞춤 로코노미 상품을 출시했다. 이디야커피는 지난해 5월 충청남도와 농산물유통협약을 맺고 충남 도내 농산물로 개발한 메뉴를  판매하고 있다. 지난겨울 충청남도 논산에서 재배된 딸기를 활용한 딸기 음료 5종은 출시 3주 만에 50만 잔 이상 판매되며 이전 시즌의 딸기 음료 대비 약 15% 많은 판매량을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 5월에는 충남의 고당도 생수박과 대추 방울토마토를 사용한 생과일주스 3종을 출시해서 일평균 2만7000잔가량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이디야커피 관계자는 “수입산 수박이나 토마토를 사용하면 비용은 절감할 수 있겠지만, 타 브랜드의 생과일주스와 차별화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지역 농산물을 사용한 제품을 개발했다”며 “오래전부터 특산물로 알려진 논산 딸기 등을 활용해 제품 인지도도 덩달아 올라갔다”고 전했다.

남해 지역 마을 농가와 협업해 출시한 굽네 남해마늘바사삭.

남해 지역 마을 농가와 협업해 출시한 굽네 남해마늘바사삭.

기존 인기 상품에 지역별 특산품을 조합한 ‘독특한 변주’도 눈길을 끈다. 지난 11월 출시된 굽네치킨의 ‘남해 마늘 바사삭’은 기존 메뉴인 굽네 바사삭 시리즈와  마늘 농가 상생 프로젝트가 만나며 탄생한 메뉴다. 굽네치킨 관계자는 “약 80t의 남해군 마늘을 수매해 남해 마늘 바사삭 1마리당 마늘 2통 이상을 사용하고 있어  기존 메뉴와 마늘의 조화를 느낄 수 있는 제품”이라며 “출시 1년을 앞둔 지금까지 매월 30만 수 이상 판매돼 인기제품으로 자리를 잡았다”고 전했다. 대학생 김예주(22)씨는 “평소 신메뉴에 도전하는 걸 꺼렸지만, 기존에 먹던 메뉴와 비슷한 구성이라 이질감이 적어 쉽게 손이 갔다”며 “마늘 치킨은 이미 흔한 조합인데, ‘남해’ 마늘이라는 점을 강조한 게 건강에도, 맛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특히 전국에 매장을 보유한 프랜차이즈 브랜드 특성상 지역 특산물과의 접점을 마련하고, 유통망을 확보하는 데 유리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카페, 패스트푸드 등 매장이 전국적으로 분포된 브랜드는 지역별 특산물을 확보, 제품을 개발하는데 어려움이 적은 편”이라며 “국산, 유기농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에게도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다”고 전했다.

남해 마늘 치킨, 옥천 단호박 라떼도

유통업계의 변화는 좀 더 안정적인 판로를 찾으려는 농촌에도 큰 활력을 안겨 주고 있다. 맥도날드의 대파 버거와 편의점 CU의 대파를 활용한 간편식으로 주목받은 진도 대파는 재료 특성상 주재료보다 부재료 이미지가 강해 전국 대파의 40%가 생산되는 주산지임에도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김주은 진도군 농수산유통사업단 주무관은 “진도 대파를 홍보하려 대파 축제도 개최하고, TV 프로그램 등에도 출연해 봤지만 일시적인 효과에 머물렀을 뿐 농산물 대량 수매로 이어지지는 못했다”며 “폐기되는 대파가 많아 시름이 깊었던 농민들이 두 기업과의 협업으로 활력을 되찾았다”고 전했다. 맥도날드는 지난 1일 지역 홍보 및 경제 활성화 기여 공로를 인정받아 진도군수로부터 표창을 받았다.

2016년부터 제주 지역에서 지역 특화 메뉴를 판매해왔던 스타벅스는 지역 소상공인과의 상생 수단으로 로코노미 음료를 활용했다. 지난해 8월 제주 한라봉과 문경 오미자를 활용한 한라문경스위트티를 시작으로 12월에는 리얼 공주 밤 라떼를, 지난 7월에는 옥천 단호박 라떼까지 3종의 음료를 개발해 전국 150개 소상공인 카페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스타벅스가 개발한 음료 레시피를 선보인 지역 카페는 전년 동기 매출이 평균 15% 성장하는 등 실제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며 “지역상생의 의미를 담은 특산품을 활용해 지속적으로 동반 상생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전했다.

로코노미 제품의 흥행을 지켜보는 유통업계는 아직 발굴되지 않은 ‘숨은 보석’을 찾기 위해 분주하게 발품을 팔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인지도가 높은 제주 감귤이나 보성 녹차 등을 넘어 소비자들에게 새롭게 다가갈 수 있는 농산물 발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소비자와 지역 농가, 기업이 모두 윈윈할 수 있는 트렌드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못난이 농산물 반값에 팝니다” 대형마트·편의점도 농가와 상생

일반 상품 대비 50% 이상 저렴한 롯데마트의 상생 다다기오이. [뉴시스]

일반 상품 대비 50% 이상 저렴한 롯데마트의 상생 다다기오이. [뉴시스]

유통업계는 올여름 집중호우와 폭염으로 타격을 입은 농가를 돕기 위한 ‘못난이 농산물’ 판매로 로컬과의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표면에 흠집이 있거나 모양이 찌그러져 ‘B급 채소’로 불리는 못난이 농산물은 상품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폐기되거나 헐값에 판매돼 농가 수입에 큰 타격을 입히는 골칫거리 중 하나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국내 생산 농산물 중 규격 외 등급으로 판정받은 작물은 평균 11.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마트는 지난 7월 집중호우 여파로 상품성이 떨어지는 오이를 매입해 정상 상품의 반값에 판매하는 ‘B+급’ 오이 반값행사를 기획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외관에 흠집이 있거나 구부러진 오이도 맛과 영양 측면에서는 일반 상품과 차이가 없다”며 “농가와 상생하면서도 소비자가 장바구니 물가 부담을 덜 수 있도록 다양한 상생 시리즈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롯데마트의 올 상반기 상생 농산물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40% 이상 증가했다.

편의점 CU는 지난 5월 못난이 채소·과일을 모아 판매하는 ‘싱싱상생’ 브랜드를 런칭해 못난이 농산물 판매를 돕고 있다. 2주 간격으로 농산물 시세를 반영해 가격을 정하는 방식으로 유사 상품 대비 30~40% 할인된 가격에 파프리카, 깐마늘, 감자, 오이 등을 판매하고 있다. 윤승환 BGF리테일 MD는 “고객에게 우리 농산물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고 농가 역시 수익 향상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농산물 폐기로 인한 사회적 비용과 농가 부담을 덜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마켓컬리는 지난 6월 당근, 오이, 애호박 등 12가지 못난이 채소류를 모아 판매하는 ‘제각각’ 브랜드를 런칭한 바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고물가 시대 저렴한 가격에 물건을 구입하려는 소비자의 니즈와 지역 농가와의 상생을 도모하려는 기업의 니즈가 맞아떨어진 결과물”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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