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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신각수의 한반도평화워치

문호 넓혀가려는 G7…한국도 과감하게 가입 준비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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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신각수 법무법인 세종 고문·전 외교부 차관·리셋 코리아 외교안보분과 위원

신각수 법무법인 세종 고문·전 외교부 차관·리셋 코리아 외교안보분과 위원

포스트 탈냉전 국제질서는 미·중 대립 심화 속에 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지정학적 위기를 겪고 있다. 이에 더해 팬데믹·기후위기·에너지 전환·디지털 변환·인구절벽 같은 초대형 변화가 겹치면서 복합 대전환기의 혼돈에 빠져들고 있다. 미국과 동맹국·우방국의 민주주의 그룹, 중국·러시아·이란·북한 등 권위주의 그룹, 어디에 속하지 않는 제3그룹(Global South)이라는 복잡한 구도로 국제사회가 파편화되었다. 외교에서 그물망 구축과 다자주의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이유다. 이런 맥락에서 글로벌 중추국가를 지향하는 우리에게 G7 확대와 참여 문제가 관심을 끌고 있다.

G7은 1970년대 초 세계 경제가 닉슨 쇼크(달러·금 교환 정지 따른 충격)와 오일 쇼크로 어려움에 부닥쳤을 때 선진국 협의의 장으로 1975년 미국·일본·독일·영국·프랑스 5개국에서 출발하여, 이듬해 이탈리아·캐나다가 추가되어 7개국이 되었다. 러시아가 1998년 정식 회원이 되었으나, 2014년 크림반도 침공으로 자격이 정지된 후 2018년 탈퇴하였다. 유럽연합(EU)은 1981년부터 정식 참가하고 있는데, 유럽이사회 의장과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이 함께 참석한다.

G7 확대되면 한국이 우선 대상
중견국선진국 외교 합류 기회
국제적 부담과 책임감도 커져
외교인력 양성, 여야 공조 필수

‘서방 운영위원회’ G7의 변화

지난 5월 21일 일본 히로시마 그랜드 프린스 호텔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확대 세션. 왼쪽에서 다섯번째가 윤석열 대통령. 윤 대통령은 오는 18일 미국 캠프데이비드에서 열리는 한·미·일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뉴스1]

지난 5월 21일 일본 히로시마 그랜드 프린스 호텔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확대 세션. 왼쪽에서 다섯번째가 윤석열 대통령. 윤 대통령은 오는 18일 미국 캠프데이비드에서 열리는 한·미·일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뉴스1]

G7은 설립 합의 문서와 상설 사무국 없이 느슨하게 구성되어 있다. 회원국이 매년 윤번으로 의장국을 맡아 의제를 설정하고 정상회의와 각료회의를 주최하는데, 의장국에 따라 의제, 논의 내용, 결과에 상당히 큰 편차가 있다. 중국 등 신흥국이 대두하며 G7의 GDP 세계 비중은 초창기 약 70%에서 2022년 46%(44조 달러)로 크게 줄었으나, 여전히 세계 경제 운전석에 앉아 외교안보 문제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최근 중·러의 거부권 행사로 유엔 안보리가 마비되면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국의 공세적 외교안보정책에 대한 공동 대처, 지역 분쟁 등 안보 관련 ‘서방 운영위원회’로서 G7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지난 5월 히로시마 정상회담의 공동성명은 40쪽 분량으로 국제사회의 거의 모든 이슈를 밀도 있게 다루었다.

G7 확대는 국제사회 변화에 맞춘 세계 관리(global governance)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 G7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감소하면서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대처를 위해 신흥국을 포함하는 G20이 창설되었다. 그러나 신흥국의 반대로 정치 사안을 못 다루고, 회원국 간 동질성이 없기 때문에 우크라이나 전쟁 후 분열 심화로 역할에 한계가 있다.

이런 맥락에서 가치·이익을 공유하는 국가들을 G7에 추가하여 확대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2020년 5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G7에 한국·호주·인도 3개국을 추가한 민주주의 10개국으로 구성되는 D10을 제안하였다. 같은 해 트럼프 대통령도 위 3개국에 러시아를 포함한 G11을 제안하였으나, 러시아 추가에 영국·독일·캐나다가 반대하여 진전이 없었다. 기시다 총리도 지난 5월 언론 인터뷰에서 G7 차원의 확대 논의가 없었다고 하면서 “한국 참여에 미국 찬성, 일본 반대라는 구도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체적으로 G7 확대는 무르익지 않은 단계다.  회원국 합의가 필요한 만큼 실현까지 시간이 걸리겠지만, 확대한다면 한국은 우선 고려될 것으로 예상된다.

새로운 국제질서 구축 과정에서 G7 확대가 이루어진다면 그 기회를 적극적으로 잡아야 한다. 일단 구축된 국제제도는 속성상 수십 년 지속하므로, 참여 여부는 규범을 만드는 규범 창출자와 만들어진 규범에 따르는 수범자의 갈림길에 놓게 된다. 자유주의 국제질서 유지·발전은 우리의 평화와 번영의 기반이며, G7은 이를 위한 중요한 장이므로 우리가 회원국이 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자유주의 국제질서 유지 목적

기회의 창이 열릴 시기는 불확실하지만 착실히 대비해야 하며, 다음 사항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첫째, 우리 능력이 갖추어지는 적기에 가입하는 게 중요하다. 너무 이르면 회원국 책임과 부담이 과중하여 이를 충족하기 어려울 수 있고, 너무 늦으면 실기할 위험이 있다. G7은 거의 모든 국제 현안을 의제로 다루는데, 기존 회원국들과 소득 면에서 격차는 좁혀졌지만 축적의 부 면에서는 발전 기간이 짧은 우리와 차이가 크므로 현재 우리 능력과 형편에 맞추기 힘든 부분도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둘째, G7 가입은 우리 외교가 중견국 외교에서 서방의 일원으로 선진국 외교를 하게 된다는 점에서 우리 외교 패러다임의 큰 변화를 의미한다. 국력은 선진국 외교를 할 수준이 되었지만, 분단국·대외 의존도·지정학 리스크 등 취약성도 크다는 점에서 G7 가입에 따른 전략적 자율성의 제약을 어찌 풀지도 고민이 필요하다.

진보·보수 대립구도 걷어내야

셋째, 우리 역량도 객관적으로 아직 부족한 게 현실이다. 국내 여건은 닫힌 민족주의, 강한 피해자 의식, 국제 기준에서 벗어나는 외교 인식 등 G7 회원국으로서 역량 발휘가 어려운 상황이다. 우리 사회의 의식 수준과 정치 문화가 국제사회의 객관적 기준을 바탕으로 책임 있는 자세를 취하도록 바뀌어야 한다.

넷째, 우리 외교의 방향에 관해 보수·진보의 입장이 크게 대립하면 기회가 다가와도 어려울 것이다. G7 가입에 관한 초당적 입장 정립도 필수며, 범정부 차원에서도 G7 가입에 필요한 준비를 통합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회원이 되면 국제사회에 대한 기여 부담이 훨씬 늘어나고 외교 수요도 증대되므로, 이에 걸맞은 외교 인력과 재원 인프라 정비도 서둘러야 한다.

한국은 G7 정상회담에 2008년(일본), 2009년(이탈리아), 2021년(영국), 2023년(일본) 4회 게스트로 참가하였다. 유럽 회원국들과 연계·협력을 강화하면서 게스트 참가를 지속할 필요가 있다. G7이 다루는 의제와 관련해 G7과 그 회원국이 주도하는 다양한 네트워크에 참여하여 실적을 쌓는 일도 중요하다. 글로벌 중추국가 목표를 착실히 추진하는 과정에서 G7+(플러스) 가입의 길은 열릴 것이다.

신각수 법무법인 세종 고문·전 외교부 차관·리셋 코리아 외교안보분과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