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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도 동굴 피서, 유모차 끌고도 가뿐한 평창 광천선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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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태풍이 완전히 지나간 뒤 여름휴가를 떠날 계획이라면, 강원도 평창을 추천한다. 평창은 평균 해발 고도가 약 700m여서 선선한 데다가 동굴·계곡 같은 피서지도 다채롭다. 너무 뻔하다고? 최근 개방한 광천선굴은 어떨까. 이달 3~4일 광천선굴이 있는 평창 대화면을 다녀왔다. 동굴도 흥미로웠고 동굴 인근에서 만난 차가운 계곡과 시원한 막국수도 반가웠다.

광천선굴, 내부 평지에 데크 깔려

지난해 11월 개방한 강원도 평창 광천선굴. 개방 구간은 220m에 불과하지만 유석, 석순 등 다양한 동굴 생성물을 볼 수 있다.

지난해 11월 개방한 강원도 평창 광천선굴. 개방 구간은 220m에 불과하지만 유석, 석순 등 다양한 동굴 생성물을 볼 수 있다.

강원도 내륙 석회암 지대에는 100개 넘는 동굴이 숨어 있다. 개방된 동굴은 일부에 불과하다. 태백 용연동굴, 정선 화암동굴 등이 대표적이다. 평창에는 딱 2개가 있다. 천연기념물인 백룡동굴, 그리고 지난해 11월 개방한 광천선굴. 국내 최초의 탐험형 동굴인 백룡동굴은 아무나 들어갈 수 없다. 하루 최대 240명만 입장을 허용한다. 헬멧과 점프수트를 착용하고 수시로 포복도 하며 들어가야 한다. 6세 미만과 65세 이상은 출입이 안 되고 사진 촬영도 금지한다. 보존 가치가 높아서다.

대화면에 있는 땀띠공원. 1분을 견디기 힘들 정도로 물이 차다.

대화면에 있는 땀띠공원. 1분을 견디기 힘들 정도로 물이 차다.

반면 광천선굴은 문턱이 낮다. 동굴 내부가 거의 평지인 데다 데크가 깔려 있어 유모차나 휠체어도 드나들 수 있다. 연령 제한도 없다. 굴 내부 길이는 850m에 이르는데 현재는 220m만 개방했다. 이달 6일까지 누적 방문객은 2만3336명.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이달 1~6일에만 5771명이 다녀갔다.

동굴 입구로 다가서니 쌀랑한 바람이 불어왔다. 동굴 안 온도가 14도였다. 긴 팔 셔츠를 꺼내 입었다. 동굴 생물을 설명하던 한경주 평창군 문화관광해설사가 플래시로 천장을 비췄다. 바위틈에서 옹기종기 모여 낮잠을 자는 관박쥐 새끼들이 보였다. 인적 드문 지굴(支窟)에서는 큰 박쥐가 날아다녔다.

동굴에서 본 관박쥐 새끼들.

동굴에서 본 관박쥐 새끼들.

동굴이 작다고 우습게 보면 안 된다. 무려 4억년 전에 동굴이 형성됐고 석순·종유석·휴석소 등 온갖 종류의 생성물도 갖췄다. 암맥·습곡 등 교과서에서 본 지질 현상도 또렷하게 볼 수 있었다. 종유석으로 벽 전체가 덮인 구간은 유럽 고딕 성당처럼 웅장했다. 하층부 일부 구간에서는 빠른 속도로 물이 흐르는 게 보였다. 한경주 해설사는 “작긴 해도 살아서 꿈틀대는 활굴(活窟)”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미개방 상태인 제2 출입구. 수직형 동굴 구멍이다.

현재 미개방 상태인 제2 출입구. 수직형 동굴 구멍이다.

광천선굴에서 남쪽 2.4㎞ 거리에는 이름도 재미난 ‘땀띠공원’이 있다. 더위사냥축제는 끝났지만 한적하게 피서를 즐기거나 캠핑하기에도 좋은 곳이다. 연중 수온 10도를 유지하는 계곡물이 흐르는데 발을 담갔더니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이영섭 대화시장 상가번영회장은 “여름에는 1분도 견디기 힘들지만, 겨울에는 도리어 따뜻해서 빨래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땀띠공원’엔 얼음처럼 차가운 계곡물

대화전통시장에서 메밀전을 굽는 상인.

대화전통시장에서 메밀전을 굽는 상인.

대화시장 정록식당에서 맛본 콩국수.

대화시장 정록식당에서 맛본 콩국수.

공원 건너편에 대화전통시장이 있다. 조선 시대에는 ‘동대문 밖에서 대화장을 보라’는 말이 있었고 1970년대까지만 해도 큰 우시장이 섰던 곳이다. 지금은 100여 개 점포만 남았지만, 장날(4·9일)에는 제법 활기가 돈다. 올챙이국수·메밀전 같은 강원도 전통음식을 맛보고 싼값에 농산물을 사는 것도 좋겠다. 여름 별미로 ‘토담막국수’의 물막국수나 ‘정록식당’ ‘안미칼국수’의 콩국수를 추천한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여행정보=광천선굴은 매일 오전 9시~오후 6시 개방한다. 입장료 어른 5000원, 어린이 3000원. 광천선굴은 평창역과 대화 버스터미널에서 농어촌버스를 타고 찾아갈 수 있다. 배차 간격이 긴 편이다. 휘닉스평창이 투숙객을 위해 무료 셔틀버스를 운영한다. 토·일요일 낮 12시30분 리조트에서 버스가 출발하고 오후 2시 광천선굴에서 복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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